“커뮤니티케어 고전하고 있지만" 복지와 보건의료 통합에 중점, 요양병원 퇴원환자 왕진 건보 적용 추진

통합서비스 강화하고 지자체 예산·인력 지원 필요…요양병원 이용 줄여 예산 마련하자는 주장도

자료=커뮤니티케어 모델. 보건복지부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커뮤니티케어는 고전하고 있다.”

대한예방의학회와 전국보건소장협의회는 17일 제71차 예방의학회 가을학술대회에서 ‘커뮤니티케어에서 보건, 복지, 요양 연계를 위한 접근방안‘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지난 6월부터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잘 진행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다수 나왔다. 보건과 복지가 통합되지 못하고 예산과 인력 확보방안이 마땅치 않아 지자체에서 사업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토론패널은 “일부 지자체가 커뮤니티케어의 성과 중심에 급급하다 보니 대상자 몇 명에 한정해 사례관리를 하려는 것을 볼 수 있다”라며 “커뮤니티케어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부터 명확하게 출발하고 지원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까지 지역사회 통합돌봄 제공 기반 구축을 목표와 노인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포용 국가를 비전으로 커뮤니티케어를 추진하고 있다. 6월부터 8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9월부터 8개가 추가됐다. 전체 16개 지자체가 참여하는 내년 커뮤니티케어 예산은 178억원이다.  

복지부, 복지와 보건의료 연계 강화해야...법 제정하고 왕진 추진 
 
사진=임강섭 복지부 팀장 

복지부가 바라본 커뮤니티케어의 아쉬운 점은 보건의료와 복지의 연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데 있다. 통합적이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 내년에 통합돌봄기본법 제정을 추진한다. 각 지자체에서 요양병원 퇴원환자에게 왕진을 실시하면 건강보험 수가를 지원해주겠다는 계획도 내비쳤다. 

임강섭 복지부 커뮤니티케어추진단 팀장은 “화성시를 제외하면 모든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이 복지에서 총괄한다”라며 “ 전주, 부천 등의 커뮤니티케어는 자체적으로 설정한 대상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복합적인 욕구를 가진 대상자들을 선정했다. 건강과 의료를 주제로 선정했지만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는 현실적인 여건이 따라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임 팀장은 “커뮤니티케어는 표준화되거나 정형화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하기 위해 지자체에 많은 재량권을 부여했다. 전문가들과 당사자들이 서로 협의해서 지역 모델을 구상하면서 가고자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여러가지 시도를 통해 커뮤니티케어가 내년에는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현재 커뮤니티케어에서 추진하는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 등이 한 지자체에서 동시에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커뮤니티케어마저도 분절적인 모습을 답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임 팀장은 “지방정부의 사회서비스 역량을 끌어올리고 어떤 모습을 갖춰야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몇 년간 시범사업을 할 것이다.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과 맞물려서 전달체계의 다양한 방법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임 팀장은 “커뮤니티케어에서 보건의료의 중요한 축인 방문진료(왕진) 사업은 지난 9월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됐지만 사업모형을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통과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임 팀장은 “시범사업 지연에 따라 지역에서 자체 사업을 통해 왕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안내하겠다”라며 “요양병원 퇴원환자에 대한 퇴원계획을 수립할 때 지역자원을 연계한다면 건강보험 수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복지부는 통합돌봄 재원 확보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임 팀장은 “별도의 기금이든 포괄보조금이든 지자체에 예산 마련이 필요하다”라며 “돌봄이 필요한 대상자 인구가 많고 실제 성과를 내는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 지자체가 재량권을 갖고 커뮤니티케어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팀장은 “커뮤니티케어에서 건강과 의료의 욕구를 연계하는 복합적 서비스가 보건소를 통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며 “간호사와 복지사가 통합적으로 일을 하고 복합적인 요구가 필요한 환자 관리에 나서야 한다. 보건과 복지를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툴(tool)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융복합 전문인력 양성도 필요하다고 봤다. 복지부는 권역별로 특성화대학원을 지정하고 간호사와 복지사들이 상호간의 역량과 기술을 잘 익히고 통합적인 사례관리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다. 

임 팀장은 “커뮤니티케어는 아직 많이 고전하고 있지만 자리를 잡도록 하기 위해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에는 보다 고도화를 하게 될 것이다. 일부 지자체는 의료와 요양이 융합된 사례를 통한 표준화된 모형을 시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지자체에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찾겠다. 행정안전부와 보건소 간호사 인력 배치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이미 국정과제에서 읍면동에 인력을 배치한다고 했다. 배치 이후에 지자체장의 재량권으로 인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행안부와 협의해 연말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라며 “인력과 재원 방안을 고민하고 통합돌봄기본법의 윤곽과 기본 키워드가 나올 것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기회를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요양병원에서 절감된 건보재정으로 예산 만들고 보건소가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이날 토론에서는 요양병원 등의 불필요한 이용을 줄이고 여기서 아낀 건강보험 재정으로 커뮤니티케어 재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커뮤니티케어는 원래 계획에 맞게 복지와 보건의료의 통합 서비스에 무게를 두고 보건소가 나설 필요성도 제기됐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커뮤니티케어는 사회서비스 패러다임의 전환의 의미를 갖는다. 지역사회에 커뮤니티케어를 책임지는 주체인 콘트롤타워를 만들고 여러 가지 서비스를 연계하는 것이다”라며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방안을 찾고 건강보험 비용을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석 교수는 “이를 위해 통합적인 관리체계와 전문인력 훈련이 필요하다. 지역기반 일차의료체계 작동하지 않는 문제와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요양병원의 문제도 있다”라며 “특히 요양병원 공급자에 의한 유인수요를 견인하고 있는데, 정부가 이를 법, 제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석 교수는 “지역에서 보건과 복지를 잘 정비하면 건강한 지역사회로 만들 수 있고, 의료와 요양의 파이가 정해진다고 생각한다. 의료와 요양은 효율적이고 효과적이고 정말 필요할 때만 이용하는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라며 “커뮤니티케어 재정은 건강보험에서 절약되는 금액만큼  출연 받아서 만들고, 이에 대한 성과를 냈을 때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했다. 

서은숙 부산진구 구청장은 “커뮤니티케어는 분절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민간협력 외에도 지역 내 의료기관, 다양한 공동체를 활용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라며 “주어진 일정에 맞게 내년 5월까지 협력기반을 만들고 확충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서 청장은 “지자체는 커뮤니티케어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건의료와 함께 가지 않으면 안된다”라며 “보건소가 주도적으로 참여해서 역할을 명확하게 하고 건강관리서비스, 사례관리, 의료기관과의 연계, 건강보험 시범사업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건희 안산 상록수보건소장은 개인 의견을 전제로 “일부 시군구에서는 선도사업해서 실적을 내야 하는 경우로 이해하는 곳이 있다. 하지만 새로운 케어가 아니라 보건의료, 복지, 돌봄이 서로 연동돼야 한다”라며 “단순히 대상자 50명, 100명에 대해 서비스를 제공해서 성과를 내는 사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읍면동 수준에서 보건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라며 “하지만 보건소는 국비 보조사업이 대부분이고 계약직 인력이 상당수다. 인력이 부족해서 할 수가 없다. 보건소에 인력을 지원하고 정책력과 기획력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박 소장은 “정부가 보건소와 함께 일차의료기관과 지역의사회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지역의사회에 상근 임원을 둘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박 소장은 “왜 커뮤니티케어인지에 대한 고민이 빠졌다. 커뮤니티케어의 목적은 재정 절감이나 국가 주도의 사업이 아니라 시민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라는 논의가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장숙랑 중앙대 간호대 교수는 “현재 30개 직능단체와 학회가 모여서 커뮤니티케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총론에는 동의했지만 각론으로 가면서 각자의 목소리만 나오고 있다”라며 “커뮤니티케어는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통합적인 역할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수 영남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커뮤니티케어에서의 정확한 역할이 정립돼야 하는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뮤니티케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커뮤니티케어를 하고 있다”라며 “특히 정부가 인력정책의 로드맵을 제시하고 여러 가지 불확실성을 정리하면서 사업을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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