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R모형, 한계점 있어 개선 필요하지만 공급자 옥죄는 구조는 아냐”

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박사, “SGR모형 최대 3년은 유지될 듯...중장기 개선방안 마련해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2020년도 유형별 환산지수 계약(수가협상)이 한창인 가운데, SGR(Sustainable Growth Rate, 지속 가능한 목표진료비 증가율)모형을 개선해야 한다는 공급자단체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SGR모형이 공급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박사
2020년도 유형별 환산지수 연구 책임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박사는 지난 23일 서울 당산에 위치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스마트워크센터에서 건보공단 출입기자협의회와의 브리핑을 통해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SGR모형’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신 박사는 SGR모형에 한계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긴 하지만, 현재 모형이 직접적으로 공급자를 옥죄는 구조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특히, 당장 이번 수가협상부터 SGR모형을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수가역전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가치, 종별가산, 기본진료료 등과 연계한 중장기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의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SGR모형 깰 수 없어”

신현웅 박사는 이번 수가협상에도 SGR모형을 적용하는 이유로 '예측가능성'을 꼽았다. 건보공단과 공급자 간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SGR모형을 변경하게 되면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박사는 “SGR모형에 대해 문제가 있어 논의는 했지만 답을 낸 적이 없다”라며 “건보공단과 공급자단체 사이에 SGR 개선에 대한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모형을 깰 수는 없다. 신뢰문제 때문에 (SGR모형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SGR모형이 공급자단체에 불리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미국의 사례를 들며 오히려 유리한 구조라는 개인적 의견을 냈다.

신 박사는 “처음 SGR모형을 도입했을 때 미국도 같은 문제를 갖고 있었다. SGR이 계속 마이너스 수치가 나오는 것이다”라며 “미국도 우리나라보다 진료비 증가율이 높았기 때문에 SGR모형에 의한 환산지수는 깎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실제 그럴 상황이 아니라 대통령이 14년간 유예했다”라고 말했다.

신 박사는 “미국은 정부와 공급자간 합의에 의해 기존 모형을 폐기하되, 앞으로 10년간 연구해서 새로운 대안을 만들기로 했다”라며 “행위별 수가제로 돼 있던 것을 성과에 기반한 보상체계로 가겠다는 대안을 10년간 유지하는 내용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첫 5년간은 수가협상 없이 일방적으로 0.5%씩 인상했다. 나머지 5년은 수가인상을 하지 않고, 인상해줘야 하는 요인이 발생할 때 가치에 기반한 지불제도로 추가적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적용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신 박사는 “지금 우리나라처럼 매년 수가를 인상해주는 것이 공급자들에게 불리한 것이 아니라 유리한 구조다”라고 밝혔다.

“현 SGR모형 최대 3년은 유지될 듯...중장기 개선방안 마련해야”
 
신현웅 박사는 현재의 SGR모형이 앞으로 최대 3년 정도는 유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수가역전현상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가치, 종별가산, 기본진료료,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통합해 큰 틀에서 중장기 개선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박사는 “공급자와 건보공단의 합의를 전제로 한다면 2021년도 계약때 SGR모형을 바꿀 수는 있을 것이다”라며 “하지만 경험에 의하면 합의할 가능성은 미미하다. SGR모형이 향후 2년~3년은 유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박사는 “중장기 개선모형이 나온다는 가정 하에 현행 모형을 적용하든, 일부 누적치를 변경한 조정방안을 적용하든 현재의 큰 틀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특히 병원과 의원의 수가가 역전되는 문제는 환산지수에 한정된 단기적 개선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신 박사는 “현재 의원, 병원간 수가역전 문제가 있다. 이는 종별가산, 3차 상대가치개편, 기본진료료 개편 논의등과 모두 엮여있는 문제다”라며 “2022년, 2023년에 모두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상대가치, 환산지수, 종별가산, 기본진료료,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통합해서 큰 틀에서 개선모형을 고민해야 할 시기다”라고 밝혔다.

SGR모형 누적치 문제...최저임금 인상분 반영도 '관심'
 
현재 SGR모형 누적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수가협상단장은 앞서 “과거 누적실적치가 반영되는 SGR모형으로 인해 병원급 의료기관의 환산지수가 낮았던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신현웅 박사는 “SGR모형으로 전년도 목표 진료비와 실제 진료비 차이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과거 누적치를 반영하는 것도 있다”라며 “지난 2007년 유형별로 바뀐 이후 계속 누적치를 반영하고 있다. 이 누적치로 인해 격차가 생기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신 박사는 “누적치를 줄일수록 공급자가 유리하다”라며 “누적치를 10년치로 하면 2007년, 2008년 수치를 제외하게 되고 이 시기는 진료비가 급격하게 증가하던 때다. (이 시기를 제외하면) SGR모형 값이 유리한 방향으로 나올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동시에 내년도 수가협상에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이 반영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큰 상황이다. 신 박사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 반영에 대한 예측은 할 수 있지만 최종 결정은 재정운영위원회 소관이라고 밝혔다.

신 박사는 “2020년도 환산지수는 2018년도 (최저임금) 결과만을 반영하고 있다”라며 “2018년도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효과로 어려움은 있었지만, 일자리 안정자금이 제공돼 그 어려움이 덜했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라고 말했다.

신 박사는 “하지만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지 못하는 기관들도 있다. 병원급 의료기관, 과세소득이 5억 이상이거나 30인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업체가 해당된다”라며 “이들 기관에게는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이 됐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그는 “(내년도 수가협상에 최저임금 인상분 반영 여부에 대해) 예측은 하되 어떻게 반영할지는 재정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할 듯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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