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환자 나체 그대로 유출될 우려…의료노동자는 감시 받으며 인권 침해

병원의사협의회, "CCTV 의무화법 일부 의원들 철회로 폐기, 재발의 말고 심사숙고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병원의사협의회(병의협)는 20일 성명서를 통해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은 국민의 알 권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도 못하고, 오히려 보건의료 노동자와 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반인권적인 법안”이라고 밝혔다.
 
병의협은 “지난 해 무자격자의 대리수술로 인한 환자 사망 사건 이후부터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문제는 큰 논란이 돼왔다. 특히 경기도가 도내 의료원들의 수술실내 CCTV 설치를 강행하겠다고 밝히고, 이를 실행에 옮기자 환자 및 보호자의 알 권리와 근로자 및 환자의 인권 등의 문제가 충돌하면서 논란은 더욱 가속화됐다가 이재명 지사 소송으로 잠잠해졌다”고 했다.
 
지난 4월 30일 수술실 CCTV 설치가 과연 정당한 것인가의 문제를 가지고 이재명 지사와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이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열띤 논쟁을 벌이면서 다시 이슈화됐다. 이 문제는 결국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발의하면서 다시 논란이 가열됐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발의되자 일부 환자단체는 환영의 입장을 보였으나 의료계는 부작용을 우려하여 이 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법안이 논란이 되자 국회의원들은 법안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심사숙고 하게 됐다. 결국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국회의원들 중 절반가량이 명단에서 빠지면서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은 하루 만에 폐기됐다.
 
병의협은 “이는 국회의원들이 환자와 보호자의 알 권리라는 명분 보다는 근로자와 환자의 인권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법안을 실효성 없는 과잉 입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안규백 의원실은 공동발의자를 다시 모아 법안 재발의를 할 것임을 밝히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CCTV의무화, 개인정보 노출 위험에 의료노동자 인권 침해
 

병의협은 “대리수술 사건을 통해서 비윤리적인 행위를 한 의사와 무자격 시술자 등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 하는 것은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수술실 CCTV 설치로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진들이 의료 행위를 보다 소극적이고 방어적으로 하게 된다. 결국 어렵고 위험한 수술을 하지 않게 되는 현상이 생기는 문제, 수련 병원에서 전공의나 전임의의 교육 기회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 등은 오히려 수술실 CCTV 설치 반대의 핵심적인 이유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수술실 CCTV 설치를 반대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및 인권 침해 문제와 함께 의사를 비롯한 수술실에서 일하는 모든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기 때문이다. CCTV를 설치해도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자행되는 대리수술은 막을 수 없다는 점 때문”이라고 밝혔다.
 
병의협은 “환자가 의식이 있는 경우에는 당연히 대리수술이 불가능하다. 이에 대리수술 등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하는 전신마취에서의 수술의 경우다”라고 했다.
 
이어 “문제는 전신마취 하에서 하는 수술은 난이도가 높고 위험한 수술일 경우가 많고, 환자의 나체가 그대로 드러나는 수술일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아무리 미리 환자의 동의를 구한다고 하더라도 환자가 자신의 수술 영상이 유출될 수 있다는 점까지 감안해서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병의협은 “병원의 전산 보안 시스템이 문제가 생기거나 누군가가 악의를 가지고 영상을 유출할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이로 인해서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과 인권 침해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는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수술실내 CCTV 설치는 수술실에서 일하는 의료 노동자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게 되면 의사뿐만 아니라 수술실에서 일하는 모든 인력들이 감시 받으며 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병의협은 “이는 작업장 내 CCTV 설치가 근로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임을 분명히 한 이전 사례들과 비교해보면 전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부 일탈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감시하기 위해서 환자와 전체 근로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옳지 못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병의협은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진은 수술복과 수술 가운, 모자와 마스크 등으로 신체의 대부분을 가리고 있다. 따라서 얼굴을 포함해 신체를 다 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진의 신원을 CCTV를 통해 정확히 분간해 내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환자의 안전과 감염 관리의 측면에서 필수적인 이러한 조치를 못하게 할 수도 없다”고 했다.
 
병의협은 “일탈 행위를 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은 CCTV가 있어도 교묘하게 편법을 이용해서라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인권 문제를 논하지 않더라도 수술실내 CCTV 설치는 감시의 목적으로도 실효성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
 
수술실 CCTV 대다수 의사들이 반대, 선진국도 의무화 안해
 
병의협은 지난 해 수술실 CCTV 문제가 이슈화되자 8000여 명의 의사 회원들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해 수술실 CCTV 설치의 찬반여부와 찬반 각각의 이유를 물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술실 근무 의사의 77.8%와 수술실 비근무 의사의 68.2%가 수술실 CCTV 설치에 반대하는 의견을 보였다. 대다수의 의사들은 수술실 근무 여부와 관계없이 수술실 CCTV 설치에 반대했다.
 
반대하는 이유로는 근로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부당행위(82.5%)이기 때문이라는 의견과 환자의 개인정보 침해(67%)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또한 직접 수술을 하는 의사의 60%는 수술장 CCTV 가 수술 시 집중력을 저하시켜 수술 결과, 국민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병의협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의료행위의 왜곡을 불러올 뿐만 아니라 환자와 근로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부작용, 그리고 의료진의 집중력을 저하시키고, 의사 환자간 불신을 조장시켜 의료의 질을 저하시킬 우려가 크다”고 했다.
 
병의협은 “선진국에서도 수술실 CCTV 설치는 의무화 되지 않고 있으다. 미국의 경우 관련 법안이 많이 발의가 되었으나 지난해까지 의회의 승인을 얻은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은 국민의 알 권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도 못하고, 오히려 보건의료 노동자와 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반인권적인 법안이므로 폐기돼야 마땅하다”고 했다.
 
병의협은 “안규백 의원은 폐기된 법안을 무리하게 재발의 하려 하지 말고, 진정 환자와 국민들을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심사숙고 해야 한다. 환자의 인권이 침해되고 개인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있는 법안을 찬성하는 환자단체들은 스스로 자신들이 환자의 권익을 위해 일하는 단체가 맞는지 냉철하게 반성하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무리하게 추진되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이를 통해서 환자와 근로자의 인권을 지켜나갈 것임을 천명한다”고 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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