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실손보험 청구 위탁수행 법안에 의료계 '격앙'

정의당 배진교 의원 보험업법 개정안 발의...의료계 "보험사 배불리고 피해는 국민과 의료기관이 볼 것"

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 내용의 일부.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손의료보험 청구 업무를 위탁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의료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9일 국회에 따르면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의 을 대표발의했다.

이번 법안은 피보험자가 실손의료 보험금 청구 절차를 심평원에 위탁할 수 있게 하고 요양병원이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증빙서류를 심평원에 제출토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심평원이 피보험자의 동의를 받으면 요양기관으로부터 제출 받은 서류를 다른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심평원이 해당 서류를 관리하고, 보험금 지급에 필요한 서류를 보험사에 송부토록 함으로써 개인정보 유출 및 악용 사례를 막고 실손보험금 청구 절차의 간소화, 비급여 의료비 항목 검토 등의 목적도 도모한다는 취지다.

법안에 따르면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계약자는 피보험자가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진료비 계산서∙영수증, 진료비 세부산정내역 등 금융위원회가 정해 고시하는 서류의 발급 요청 및 제출 등의 업무를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심평원에 위탁할 수 있다.

심평원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 요청이 있는 경우,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의 제출을 요양기관에 요청해야 하며, 전자적 형태로 제출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요청을 받은 요양기관은 3영업일 이내에 해당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심평원은 서류를 제출받은 날부터 3영업일 이내에 해당 서류를 보험금 지급 의무가 있는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심평원은 요양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서류를 보험금 지급에 관한 업무 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선 실손보험의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해당 법안이 발의되자 의료계는 격앙된 반응이다. 의료계는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심평원의 업무 범위를 건보법 또는 타 법령에 따라 위탁받은 업무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 대표발의)이 통과된 것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관련기사=심평원 '위탁업무' 업무범위에 포함...실손보험 심사 사전 포석?]

통과된 건보법 개정안에 실손보험에 대한 내용은 일체 없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타 법령을 통한 위탁 업무 수행의 길을 열어줌으로써 추후 심평원이 실손보험 위탁 심사를 시행하기 위한 사전 포석일 수 있다고 우려했었다. 실제 대한정형외과의사회,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등은 건보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이 같은 의료계의 우려는 이날 배 의원이 실손보험 청구를 심평원에 위탁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발의하며 현실이 되는 모양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 이태연 회장은 “자동차보험 심사로 재미를 본 이후 영역을 더욱 확장하려는 심평원과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심평원의 손을 빌리려는 민간보험사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라며 “양측이 국회에 지속적으로 요구를 한 결과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심평원의 설립 목적은 기본적으로 공보험 관리를 위한 것이다. 국가의 세금이 들어가는 기관에서 사적 보험의 일까지 개입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도 “최근 들어 갑자기 관련 건보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보험업법 개정안까지 발의되는 것을 보면 실손보험사 로비의 결과가 아닐지 강력히 의심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의사들은 실손보험 가입자들에 대해서는 방어적으로 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며 “해당 법안을 통해 이익을 보는 것은 재벌 보험사고, 손해는 실손 가입자인 국민과 의료기관이 보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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