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원 사망 전공의 동료 "당직 서다가 사망, 과로사 아니고 산재 아니면 무엇인가"

봉사활동에 장기기증까지하던 젊은 의사, 병원은 돌연사로 몰고 무책임한 모습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설을 앞둔 지난 1일 당직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2년차 전공의 사망에 대해 동료 전공의 A씨가 심경을 밝혔다. 그는 병원 측이 당직실에서 일하다 사망한 고인에 대해 과로사가 아니라고 부정하는 모습에 대해 유감을 드러냈다.

사망한 전공의는 사망 직전에 24시간 연속으로 근무한 상태에서 곧바로 12시간을 더 근무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의 사인은 정밀 부검 결과가 나오지 않은 관계로 현재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A씨는 "절친한 동료의 죽음이 너무 안타깝다. 이번 일을 병원에서는 과로사가 아닌 돌연사로 몰고 가려 한다. 오늘도 (병원측이) 동료 전공의 부모님께 전화를 해서 안 좋게 이야기를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측은) 동료 전공의가 사망 전날 병원에서 일하는 선후배와 병원 도보로 10분도 안걸리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것을 두고 근무지 이탈이라고 협박하면서 이 일을 (과로사가 아닌 것으로) 무마하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망한 전공의는 분명 밤 당직을 서다가 당직실에서 새벽에 갑자기 사망했다. 이게 어째서 과로사가 아니며 산재가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또한 "우리 전공의들은 법적으로 주 80시간 이내로 근무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병원에서 만들어진 근무시간표를 보면 24시간 당직을 서도 4시간 휴게시간(실제로는 이마저도 전혀 지켜지지 않지만)이라고 명시하면서 20시간만 계산을 하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과로사의 기준에 찾아보면 일주일에 60시간 이상 일하는 것이라고 나와있다. 이런 식으로 보면 전공의들은 과로사의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뉴스에서는 마치 유가족들과 사인을 돌연사라고 상의한 후 장례를 치른 것처럼 보도됐다. 하지만 그 당시 전공의의 아버지가 오기도 전에 이미 병원측은 장례식장을 잡아놓은 상태였고 (당시 유족과 병원측은) 부검하고 장례를 치르기로만 이야기가 오간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해당 전공의에 대해 의대생일때도 짧은 방학때 소록도가서 봉사할 정도로 착한 마음을 가졌다고 기억했다. 소아과에서 가는 보육원 봉사도 너무 즐겁다고 이야기하는 의사였다는 것이다.

그는 "동료 전공의가 장기기증 신청도 해놨다고 들었다. 성실하고 미래가 유망한 젊은이가 갑자기 당직을 서다가 사망했는데 병원은 어째서 이렇게 어처구니 없이 해결하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제발 우리 동료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통해 돌연사가 아닌 과로사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대전협 이승우 회장은 "전공의법이 시행된지 2년이 지났지만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게 대다수 전공의의 현실이다. 또 전공의법이 지켜지는 병원조차도 현장의 전공의가 체감하기에 휴게시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대체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전공의들은 밥을 먹다가도 콜을 받으면 달려가는데, 서류상 휴게시간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전공의의 죽음은 우리 전공의들 모두의 죽음이나 마찬가지다. 과로사의 기준이 주 60시간 이상 근무인데 전공의들은 법적으로 주 80시간 근무하도록 돼있다. 매 순간 과로사의 위험에 노출 돼 있지만 우리 사회는 그런 문제에 안일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대전협은 전공의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수련받을 수 있는 권리를 위해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자기개발 시간 등 수련 외 시간이 근무시간으로 악용되는 현재 규정에 안주하지 않고 전공의 1인당 환자 수 제한 등 실질적인 대책을 논의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길병원 측은 정확한 부검 결과가 나온 다음에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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