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의료분야의 삼성전자, '의사과학자' 양성에 달렸다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김하일 교수 "혁신 가능한 탑 티어 의사과학자 길러내야...병원 밖엔 더 많은 기회 있어"

 KAIST 의과학대학원 김하일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과학을 사용하고 평가하는데 그치지 않고 과학을 만들고 지식을 생산하는 의사들을 2% 정도만이라도 양성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삼성전자 같은 기업들이 바이오∙의료쪽에서 수도 없이 나오는 날이 오길 바란다.”

21일 대한이비인후과종합학술대회에서 카이스트(KAIST) 의과학대학원 김하일 교수는 ‘의사과학자 양성의 필요성과 현황’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Newsweek)에서 발표한 세계 최고의 병원(World’s Best Hospitals)에서 국내 병원 7곳이 10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 세계 2위라는 순위에서 볼 수 있듯 과학 기술에 대한 정부의 투자 의지도 강하다.

이처럼 뛰어난 인력과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도, 퍼스트 인 클래스(First in Class) 신약 개발에도 성공한 적이 없다. 이 같은 요소들을 이어줄 ‘의사과학자’ 라는 연결고리의 부재가 그 이유라는 것이 김 교수의 진단이다.

김 교수는 “우수한 인력과 늘어나는 투자에도 바이오 분야 국제 경쟁력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뛰어난 과학과 의학 분야를 연결시켜줄 의사과학자가 압도적으로 부족한 것이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 박사과정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이들이 30명 정도, 그 중에서도 졸업 후 연구개발 분야에 계속 종사하는 의사과학자는 5명도 채 안 된다”며 “대표적인 예로 의과대학 기초의학교실에서 의사출신 교원은 10년만 지나면 멸종할지 모른다. 40대 이하가 거의 없는데 국가적으로 굉장한 위기”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의사과학자의 양성 필요성을 강조하며 그 중에서도 혁신을 가능케 하는 인재들을 길러내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역설했다.

김 교수는 의사과학자를 티어0(임상진료만 수행하는 개원의, 봉직의), 티어1(임상진료와 연구활동을 병행하는 대학병원 임상교수), 티어2(실험실을 운영하며 연구 역량을 보유한 임상교수), 티어3(거의 전일제로 연구개발하는 의사), 티어4(연구개발 혁신가)의 5가지로 분류하고 이 중에 티어 3, 4를 길러내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어떤 의사과학자를 양성해야 하냐고 하면 전부 티어 1, 2의 의사과학자를 양성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건 현재 체제로도 잘 되고 있다. 반면 티어3는 매우 부족하고 티어4는 희귀한 수준”이라며 “티어3, 4를 양성하려 하다보면 1, 2는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앞으로 의사과학자를 양성할 때는 전혀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미국식의 MD PhD만 얘기하지말고 우리나라가 나아갈 미래에 어떤 인재가 필요할지 고민하고 그에 맞는 사람을 키워야 한다”며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과정에도 양적∙질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국내 제약분야에서 나오려면 딥 테크놀로지 기반으로 창업해야 한다. 그런 시도를 할 수 있는 사람을 1년에 100명 정도씩이라도 길러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세대의대 출신으로 본인도 의사과학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김 교수는 의사들을 향해 의대와 병원 밖에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밖에 나와서 보니 의사들은 원체 뛰어난 인재들이라 의사로 살지 않을 때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의사는 아무리 망해도 의사로 먹고 살 수 있다. 조금 더 폭 넓게 생각할 수 있도록 선배들도 후배들에게 자극을 주고 젊은 의사들도 그런 생각을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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