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5주 연속 하락하자 의-정 대화 손 내민 대통령실…총선 앞두고 2000명 규모 두고 ‘갈팡질팡’

여야 지지율 7% 이상 벌어지며 ‘이대론 안 된다’ 자성 목소리 확대…한동훈 위원장도 "숫자 매몰 말아야"

사진은 4월 1일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는 윤석열 대통령 모습. 사진=대한민국 대통령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대정원 증원 정책과 관련한 대통령실의 목소리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의대정원 증원 규모와 관련해 협상 여지가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와 더불어 여당 내에서도 의료계와 협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윤 대통령이 2000명 증원을 강행하지도 못하고 철회하지도 못하는 이른바 '사면초가'에 놓인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미세하게 바뀐 대통령 메시지…대국민 사죄하고 논의 가능성 열어둬

2일 정치권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의대정원 관련 대통령실 메시지가 미세하게 바뀌었다. 그동안 2000명 증원 규모와 관련해선 협상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 밝혔던 것과 달리 '합리적인 의료계 방안이 있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입장이 대폭 완화된 것이다. 다만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의료계가 먼저 통일된 합리적 대안을 가져오라고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여 사태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의정 갈등을 조속히 해결하지 못한 것에 대한 사죄의 목소리가 나왔다는 점도 눈여겨 볼 변화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민들의 불편을 조속히 해소해드리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늘 송구한 마음"이라며 "의료계가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 정부의 정책은 늘 열려있는 법"이라고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를 두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부산 남구 지원유세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증원 숫자를 포함해 정부가 (의료계와) 폭넓게 대화하고 협의해서 조속히 국민을 위한 결론을 내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의사 증원은 국민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지만 숫자에만 매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정부의 유연한 자세 변화를 촉구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일 "의사 증원은 국민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지만 숫자에만 매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사진=국민의힘


이 같은 정부의 입장변화는 총선을 얼마 남겨놓지 않고 정부여당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여당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하락하는 지지율로 인해 대통령실도 향후 입장을 정하는 데 있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1일 리얼미터가 공개한 정당지지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43.1%, 국민의힘은 35.4%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민주당은 0.3%p 상승한 반면 국민의힘은 1.7%p 하락한 수치다. 

양당 격차는 1월 4주차 5.7%p에서 7.7%p로 벌어져 2개월 만에 다시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졌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도 2월 4주차(41.9%) 이후 5주 연속 하락세를 보여 긍정 평가가 36.3%에 그쳤다. 

정부여당 지지율 침체국면 장기화…여당은 소통 강조하고 정부는 증원 강행 그대로? 

이처럼 3월 이후 여당 지지율 침체국면이 지속되면서 당내에서도 이대론 총선 참패가 예견돼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불통 이미지와 의정 갈등 봉합 실패 등 국정 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이 대부분 계층에서 줄곧 상승하면서 정권심판론이 대두됐고 이 같은 여론이 여권 후보들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심지어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당원직을 박탈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후보자 모임인 '국민의힘 체인저 벨트'는 지난 3월 29일 "의대정원 문제 해결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소통하고 난제를 해결해달라"고 촉구했다. 서울 마포을 국민의힘 함운경 후보도 4월 1일 "윤 대통령이 불통과 고집을 부리면서, 오히려 필수의료 붕괴의 해결이 아닌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며 "대통령의 국민의힘 당원직을 이탈해 주길 정중하게 요청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의 셈법은 복잡하다. 총선을 앞두고 의료계와 전향적인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선 의대정원 증원 '원점 재논의'가 필요하지만 입장을 급격히 선회하기엔 의대정원 정책을 찬성하는 일반 대중들의 반감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별 정원 배분까지 끝난 상황에서 정부가 정원 번복의 여지만 흘려도 오히려 총선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총선 직전까지 윤 대통령은 의대정원 등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한편, 한동훈 위원장 등 여당은 의료계와 소통을 강조하는 투트랙 전략을 유지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의대정원 문제가 대두된 초창기엔 정부여당 지지율이 동반 상승했지만 의정 갈등이 길어지면서 오히려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통령실 입장에서 당장 증원을 철회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갈등 상황을 방치하기도 힘든 사면초가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계에 밝은 의료계 관계자는 "원점 재논의를 주장하는 의협 측과 총선 전 섣불리 만났다가 대화가 결렬되는 모습이 나오면 정부 입장에서 총선에 불리하다. 이에 총선 전까지 정부는 의대정원 증원은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의료계가 먼저 공통된 중재안을 내놓으라며 공을 넘기는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여당은 윤 대통령과 일부 선을 그어 의정 갈등 책임론을 면피하려고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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