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뇌손상을 당한 환자의 뇌기능 상태 관찰을 소홀히 한 나머지 개두술 시기를 놓쳐 사망에 이르게 한 대학병원에 대해 법원이 1억 5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울산지방법원은 최근 교통사고로 사망한 K씨의 유족들이 A대학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한 사건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K씨는 2014년 5월 6일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중 택시와 추돌해 뇌손상을 입고 A대학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병원은 뇌 CT 촬영(1차 촬영)을 했는데, 당시 환자의 의식 상태는 경면 상태였고(drowsy mentality, 자꾸 수면 상태에 빠지려는 경향), 글래스고우 혼수 척도(Glasgow Coma Scale, GCS)는 12점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뇌 CT 촬영 소견상 우측 전두부에 경막상 출혈, 전두부 두개골 골절 및 뇌두개저부 골절 등이, 전두부의 경막상 출혈은 8mm 정도의 두께였고, 전두동, 접형동, 사골동 안에도 출혈이 관찰됐다.
다만 뇌압 상승 및 뇌압박 소견은 없어 수술 적응증이 되지는 않았다.
또 병원은 환자가 구토 및 발작 증세를 보이자 기도 관리를 위해 기관 삽관을 하고, 지속적인 발작이 일어날 경우 뇌출혈 및 뇌부종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고 판단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수면 진정치료에 들어갔다.
의료진은 같은 날 환자의 뇌출혈 상태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뇌 CT 촬영(2차 촬영)을 했는데, 전두엽의 뇌경막 상 출혈은 오히려 감소된 것으로 보였지만 기저수조에 처음보다 외상성 지주막하 출혈양이 증가한 게 관찰됐다.
이후 환자 상태를 보면 7일 맥박이 150회/분의 빈맥에서 9일 48회/분의 서맥으로 급격한 변화가 나타났고, 동공 크기가 오른쪽 3mm, 왼쪽 5mm로 좌우 차이를 보였으며, 13일 뇌 CT 촬영(3차 촬영)에서는 이전에 비해 외상성 뇌출혈 증가는 없었지만 좌측 전두부에 기뇌증이 증가했다고 의료진은 판단했다.
하지만 환자는 20일 오후 들어 동공 크기가 심하게 확대됐고, 저혈압과 빈혈 증상 등이 나타났는데, 이는 갑작스런 뇌부종으로 인한 이상 증상이었다.
의료진은 동공 크기가 심하게 확대되자 뇌 CT 촬영(제4차 촬영)을 했는데 심각한 뇌부종으로 뇌피질부의 고랑이 관찰되지 않고, 뇌관류가 되지 않는 등 이미 뇌사 상태였다.
환자는 며칠 후 사망에 이르렀다.
그러자 유족들은 "의료진은 환자가 두부외상으로 뇌부종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기적, 반복적으로 경과를 자세히 관찰해야 함에도, 수면 상태를 유도해 놓은 채 활력징후 측정을 소홀히 하고, 뇌 CT 촬영을 반복적으로 실시하지 않는 등의 과실이 있다"면서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반복적으로 뇌 CT 촬영을 하지 않은 의료과실
법원도 A대학병원에 일부 의료과실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병원은 6일부터 수면 진정치료를 시행했는데, 진정제를 사용하면 환자의 신경학적 변화를 놓칠 수 있어 추적 검사를 실시해 두개강 안의 변화된 병소를 일찍 발견해야 하고, 이런 점에 비춰 반복적으로 뇌 CT 촬영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재판부는 "서맥과 동공 변화는 두개강 내압의 급속한 상승으로 뇌탈출 징후를 암시하는데, 의료진은 이런 변화가 감지된 7일부터 9일까지 즉시 뇌 CT를 촬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13일 3차 뇌 CT 촬영 결과 뇌 전체의 부종이 심각한 상태였지만 의료진은 이런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
법원은 "만약 병원이 7일 경 혹은 13일 경 환자의 뇌탈출 징후를 감지하고 즉시 감압 개두술 등을 시행했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병원의 과실을 40% 인정했다.
저작권자© 메디게이트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