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국회, 공보의 군사훈련기간 복무 산입을 위한 병역법 개정에 즉각 나서달라

[칼럼]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전라남도의사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올 2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대구·경북 지역에서 확산돼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됐을 때 공중보건의사(공보의)들의 눈부신 활약은 언론보도를 통해 많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줬다. 
 
전국 원근 각지의 공보의 뿐 아니라 새내기 공보의들은 국가의 명령을 받들어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 조차 건너뛴 채 대구·경북으로 급파돼 코로나19 이동검진 업무를 담당하는 등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두려움 없이 방역의 일선에서 맡은 바 최선을 다했다. 
 
이들의 열정과 헌신은 대구·경북지역의 초기 코로나19 검사 건수의 절반이 넘는 검체 채취를 담당하는 등 코로나19 사태 조기 수습에 큰 역할을 했다. 공보의들은 대구·경북지역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역학조사, 검체검사, 확진자 진료 등 코로나19와 관련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든든한 방패가 됐다.
 
코로나19 재난 사태가 진화된 현재 그들은 다시 자신들이 배속된 원 소속지로 돌아가서 전국의 의료취약지 지역민들의 건강을 돌보기 위해 복무하고 있다. 
 
공보의 제도는 1980년 12월 31일 제정된 “농어촌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약칭: 농어촌의료법)”에 근거하여 만들어진 제도이다. 당시 ‘농어촌의료법’ 제정 목적에 따르면 ‘이 법은 농어촌등 보건의료취약지역의 주민에게 보건의료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게 함으로써 국민의 의료균점과 보건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있다.
 
이러한 목적은 1981년의 등록 의사 수가 1만9275명으로 2만 명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농어촌 의료 취약지의 의료 서비스 공백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는 당위성에도 부합했지만, 당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인 제5공화국의 서슬퍼런 위세에 눌려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가운데 제도가 추진됐다.
 
이로부터 4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의 등록 의사 수는 13만명을 넘어섰고, 면 소재지 마다 동네의원들이 몇 개씩 들어섰다.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단돈 3000원으로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정도로 의료 접근성이 좋은 나라가 됐다.
 
시대적 요구나 상황이 바뀌면 그에 따라 제도도 바뀌는 것이 당연하다. 
 
공보의 제도가 처음 시행된 1980년대 초반 육군과 해병대의 의무 복무기간은 30개월이었지만 현재는 복무기간이 육군 21개월, 해군 23개월, 공군 24개월 등이다. 이 조차도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따라 육군과 해군의 경우 각각 3개월, 공군의 경우 2개월씩 복무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이 확정돼 추진되고 있다.
 
이와 같이 현역 사병의 복무에 대한 개혁이 시대 변화를 따라 이뤄지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공보의 의무 복무는 시대적 상황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고착된 모습이다.
 
지난 40년간 우리나라 의료는 양과 질 면에서 모두 엄청난 발전을 이뤄냈다. 한국의 임상의학의 수준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고, 국민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의 도입으로 인구 고령화를 대비한 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했으며, 요양기관당연지정제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손쉽게 보편적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나라가 됐다.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는 지역적으로 수준 높은 고난도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문제점은 있으나 보편적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은 사실상 없다. 그렇다면 이제 ‘농어촌의료법’에 근거한 공보의 제도도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현대 의료는 첨단 진단 및 치료 장비 및 의약품의 개발로 인해 의료 수준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역설적으로 의사 열 명이 있다고 해도 첨단 장비와 시설이 없으면 환자에게 해 줄 수 있는 치료도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맞게 보건소나 보건지소도 기능도 진료 보다는 예방과 공중보건 업무위주로 바뀌어야 한다. 공보의도 지금처럼 단순 진료 업무보다는 예방과 공중보건 업무를 주도적으로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공보의의 처우도 개선돼야 한다. 현역 사병 군복무 기간이 40년 전에 비해 3분의 2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 유독 공보의만 기초군사훈련을 포함 37개월씩 장기 복무토록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특히 동일한 병역법에 따라 소집되는 사회복무요원, 예술·체육요원, 전문연구요원, 산업기능요원 등은 군사교육소집기간이 복무기간에 산입하도록 규정돼 있는 반면 공중보건의사는 같은 법으로 군사훈련기간을 복무기간에 산입되지 않고 있는 점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문제제기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개선을 요구하는 정책권고안을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제출한 바가 있으며 각종 토론회에서도 지속적으로 문제점의 개선을 요구해왔다. 특히 지난 2019년 4월에는 공보의 군사훈련기간 복무산입 관련 헌법소원심판 청구가 헌법재판소 전자헌법재판으로 제출돼 계류 중에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농어촌 의료공백 발생을 이유로 의료계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입장만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방부의 주장은 보건의료 환경의 변화와 의료발전을 간과한 것일 뿐만 아니라 최고의 전문가 자원인 공보의를 시대적 상황에 맞게 효율적으로 배치하도록 하는 것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으며, 사회복무요원 등 타 자원에 비교해 차별적 처우이기도 하다.
 
국방부에서 주장하는 의료공백 문제도 공보의 2년차 임지를 의료취약지로 배치하거나 병원에 배치된 공보의의 인력을 의료취약지에 배치하고 군 조기입영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공보의도 사랑하는 우리 자녀요, 대한민국의 소중한 국민이다. 이제 정부와 국회는 지금과 같이 공보의를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과거의 구태에서 벗어나 정의롭고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즉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끝으로 대한의사협회도 공보의 군사훈련기간이 복무기간에 하루 빨리 산입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에 적극적 의견개진에 나서주기를 바란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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