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섬 마을 주민들, 대구 파견 공보의에 방역가스 살포 '충격'

의료공백 탓에 2주보다 일찍 업무 복귀 했지만 오히려 주민들에 항의 받아

김형갑 대공협 회장 “배치적절성평가위원회 신설 등 인권침해 문제 조명돼야”

방 안에 방역이 이뤄진 후 사진<사진=대공협>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와 관련해 대구로 파견을 다녀온 공중보건의사에게 섬 주민들이 방역가스를 살포한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공보의는 대구에 차출돼서 힘들게 근무를 한 다음에도 주민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휴식기간을 갖지 않고 복귀했지만, 정작 공보의 본인의 안전이 우려된 상황이다. 
 
지역 의료공백 커 공보의 증상발현 평균기인 4~7일 안에 복귀
 
16일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이하 대공협)에 따르면 최근 전라남도의 한 섬에서 근무하던 공보의 A씨는 코로나19 검사‧진료를 위해 대구로 파견 후 섬으로 복귀했다.
 
보통 대구‧경북지역 파견 직후 2주간의 자가 모니터링 및 격리를 부여받게 된다. 그러나 해당 지역의 의료공백과 코로나19 대응 관련 선별진료 업무가 많아 보통 증상발현 평균기인 4~7일 정도 경과를 지켜보고 조기에 진료업무에 복귀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A씨의 경우도 섬의 사정을 고려, 미리 진료를 개시한 사례였다. 그러나 이를 안 일부 섬 주민들이 “대구 의사가 여기에 왜 왔느냐. 섬 사람 다 죽일 일 있느냐”면서 보건지소 내에서 민원을 넣겠다고 항의하던 중 “공보의가 머무는 관사를 방역하겠다”고 항의했다.
 
이후 이들은 지난 12일 2층에 있는 관사로 이동, 의과 공보의가 있는 방의 문을 별다른 설명 없이 열어달라고 세차게 두들겼다. 문이 열자마자 공보의가 피할 새도 없이 방역가스가 살포됐다.
섬 지역은 의료공백이 심각해 파견 공보의들이 2주보다 빨리 복귀할 수 밖에 없었다. 사진은 섬 지역 응급환자 이송 장면. <사진=대공협>

 
“통상적 방역과 달랐다”…개인 문제 보단 행정 때문
 
대공협 측은 해당 사건에 대해 “예년에 있었던 통상적인 방역 과정과 분명히 달랐다”며 “타과 공중보건의사가 있던 방안에는 방역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공협에 따르면 현행 의료체계 상 전화처방 등의 방법이 일시적으로 허용돼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상적인 환자는 이를 통해 진료하고 응급상황의 경우, 철저한 감염관리 수칙 아래에 A씨가 조금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응급환자를 보기 위해 들어간 것이다.

김형갑 대공협 회장은 “위험지역에서 직접 근무를 하고 있는 의료진들은 방호복 착용 등 감염관리 수칙을 정확히 지키면, 큰 위험 없이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의 시각에서 볼 때 아주 불안할 수 있는 것은 깊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김 회장은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이번 일은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소통의 부족, 의과 공보의 배치‧파견과 관련해 사려 깊지 못한 행정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응급환자를 위해 섬을 비울 수 없었던 A씨는 이 사건 이후인 3월 14일까지도 섬에서 발생한 응급환자를 적절히 조치해 육지로 이송하는 등 맡은 바 책무를 완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갑 회장은 "사실 섬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은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며 "지난 수년 간 대공협 민원게시판 등을 통해 적층된 사건만 해도 책으로 발간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사건이 발생한 해당 섬은 이 외에도 유난히 태풍이 많았던 지난 해 지속적으로 침수피해를 입으며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였으나,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정말 힘들게 근무했다"며, "섬에서 근무하는 의과 공보의의 인권침해 사안의 해결을 위해 보건복지부 등 중앙정부 차원의 관심과 소통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대공협은 이번 사건에 대해 전라남도의사회 등과의 협조를 통해 긴밀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향후 A씨의 안전 보장과 적절한 위치로의 근무지 이동이 후속조치로 이뤄질 예정이다.
 
“공보의 인권침해 문제 해결에 정부 적극 나서야”
 
도서지역 공보의들은 다양한 인권침해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해 태풍 때문에 발생한 침수 피해의 모습. <사진=대공협>

2019년 10월 시행된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의하면, 의과 공보의에게 발생하는 다양한 인권침해 사항에 대해 보건의료기관의 장은 대응지침을 마련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인권침해 해결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대공협 측의 주장이다.
 
김형갑 회장은 "실제 현장에서 의과 공보의는 3년 혹은 1년이 지나면 떠날 사람이라는 인식이 많다“며 ”이 때문에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 인식이 부족하고 마땅한 인센티브나 동인이 없기에 조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어 김 회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배치적절성평가위원회 등을 제안하고, 배치 과정에서 지역에서 발생한 다양한 문제점을 취합한 대공협의 의견을 청취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으나,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순환진료를 금지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배치를 줄이는 기준에 의과 공보의의 인권침해 요소 등을 배치기준으로 삼으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며 “그러나 아마 이번 배치과정에도 이 같은 기준이 반영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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