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을 통해 수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시대가 열릴까. 이를 위해 다양한 수면 영상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해 분석, 활용하고 또 이를 임상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주최하고 서울대학교의학연구원 감각기관연구소·한국수면기술협회(KSTA)가 주관한 ‘2021년도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사업(1차) 수면 영상 워크샵’이 19일 서울대병원 융합의학기술원과 온라인으로 열렸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기술로 사람들의 수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헬스케어 기업들의 단체인 한국수면기술협회, Korea SleepTech Association, KSTA)가 최근 창립됐다. 현재 정부기관 산하의 사단법인으로 일차 서류심사를 통과해 정식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초대 회장은 아워랩 신현우 대표(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서울대의학연구원 감각기관연구소장)가 추대됐고, 부회장은 웰트 강성지 대표가 임명됐다.
이날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사업 수면 영상 워크샵의 마지막 세션은 한국수면기술협회 특별세션으로 멕헬스케어 황대웅 본부장의 사회로 아워랩, 에이슬립, 메디칼에이아이, 루플, 웰트 등의 슬립테크 스타트업들이 개발하고 있는 기술과 제품을 소개했다.
아워랩, 수면 자세에 따라 달라지는 하악전진장치 개발
아워랩 윤원혁 기업부설연구소장은 양압기 사용이 불편한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을 위해 아래턱을 앞으로 이동시켜 기도를 확보하게 하는 하악전진장치 ‘옥슬립’을 설명했다.
수면장애 환자가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2018년 7월 수면다원검사 급여화가 시작되면서 검사를 받은 환자가 이전에 비해 4배 가량 늘었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주로 양압기를 착용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적응하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해 대안으로 제시된 방법이 하악전진장치다.
특히 아워랩은 자세의존형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에게 자세에 따라 다른 압력을 가해질 수 있는 하악전진장치를 설계했다. 똑바로 누워있을 때 무호흡지수가 옆으로 누워있을 때보다 2배 이상 높아지기 때문이다.
윤 소장은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60~70%가 수면자세 의존형 환자”라며 “하악전진장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하악을 많이 전진시킬 필요가 있지만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는 하악을 당길 필요성이 떨어져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이에 따라 세계 최초의 자세의존형이자 구동형 하악전진장치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윤 소장은 “연결부에 수면 자세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가 있어 자세에 따라 하악을 많이 전진시킬 것인지 아닌지를 분석한다”라며 “올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인허가를 받고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소장은 “향후에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환자별 맞춤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데이터로 환자 맞춤형 알고리즘을 개발하거나 개개인의 수면 패턴을 학습해 적절한 치료법을 안내하는 기술까지 연결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에이슬립, 비접촉식 수면 측정 정확도 검증해 다수 기업과 협업
에이슬립 이동헌 대표는 와이파이 기술을 이용해 비접촉식으로 수면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이는 임상시험을 통해 정확도를 검증해낸 다음 다양한 글로벌 기업과 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수면데이터는 방대하고 분석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라며 “병원에서는 수면센터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류하지 못하고 있다. 수면 모니터링을 가정으로 옮겨보겠다는 것이 슬립테크의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신뢰도다. 에이슬립은 비접촉 생체신호로 분석 정확도를 정확히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을 토대로 출발했다. 무선기술에 사운드로 활용해 API나 스마트폰앱으로 신뢰도 있게 구현하는 것도 병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수면 문제의 발견과 해결이 따로 놀고 있는 이유는 바로 수면 측정의 낮은 정확도에서 오고 있다. 에이슬립의 비접촉식 수면 측정 방식은 수면다원검사와 정확도를 비교한 임상시험을 진행해 정확도 검증부터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수면은 매우 복잡해서 뇌파나 여러가지 문제를 토대로 진단을 해야 한다. 적은 양의 데이터를 토대로 규칙 기반으로 가야 한다”라며 “여러 측정기기는 사용하기가 불편하다. 수면단계를 예측하는 애플워치는 정확도가 50% 초반이 나오지만 정확도가 낮고 잘 때 착용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정확도가 65.6% 정도로 나오고 있어 수면을 신뢰도 있게 분석할 수 있다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라며 “무선기술로 흉부와 복부 움직임을 측정해 사운드와 호흡정보를 추가한다면 더 정밀한 분석은 물론 편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결국은 수면 문제에 대한 토탈케어도 가능해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현재 회사측은 코웨이, LG전자와 수면관련 기기 개발을 협업하고 있고 삼성생명과는 건강관리서비스로 협업하고 있다. 특히 아마존과 공식 협업을 통해 알렉사 스피커에 에이슬립 기술을 탑재해 잠들기 전에 명상을 해주거나 ASMR을 틀어주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내년 1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는 아마존 부스에서 에이슬립이 함께 참여해 공동전시를 확정한 상태다.
이 대표는 “여러 기업들이 뭉쳤을 때 슬립테크 시장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정확도 검증을 기반으로 협업을 확대해나가겠다”라며 “한국 수면 의학계가 세계적인 수준이고, 한국 기업들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메디칼에이아이, 생체신호 기반으로 질환 예측 기술 개발
메디칼에이아이 권준명 기술이사(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심전도를 이용해 24시간 내에 심정지를 예측할 수 있는 메디칼에이아이의 AI기술을 소개했다.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혁신의료기기에 선정되기도 했다.
권 이사는 “심전도 데이터를 가지고 진단할 수 없었던 질환을 새롭게 진단하고 의미 있는 장점을 확인할 수 있다. 변수 사이의 상관관계를 찾아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라며 “심전도를 어디까지 진단할 수 있는지 확인해 논문으로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권 이사는 “기존에 심전도를 진단할수 없었던 빈혈을 진단하거나 부정맥이 없는 상태에서 발생해야 한다는 것은 모델들도 딥러닝으로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데이터가 쌓이면 질환이 장기간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메디칼에이아이는 생체신호에 기반한 인공지능을 위해 전문의 3명, 의료인 4명을 포함해 30여명의 인력이 연구하고 있다. 21개 병원과 함께 다기관 임상시험을 내년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임상에서 인공지능이 유의미한지 검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권 이사는 “AI에 대한 엄청 관심이 많다가 논조가 바뀌고 있다. 명확하고 정확하고 효용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회사측은 수면 중에 다양한 생체신호를 토대로 심장질환, 중증질환 등의 발생 예측을 가능할 것으로 보고 관련 연구도 진행 중이다. 권 이사는 “수면 중에 심전도 데이터에 주력하고 있다. 혈압, 맥박, 산소포화도 등 다소 안정적인 데이터는 가지고 있는 한계가 크고 수집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며 “가장 적은 노력을 들이면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로 질환 예측을 해보려 한다다”고 밝혔다.
루플, 생체효과 극대화하는 빛을 조절하는 조명 개발
루플 김용덕 대표는 생체리듬에 영향을 주는 빛과 조명을 연구해 ‘올리’라는 제품을 개발했다. 낮에 사용하는 것이 '올리데이', 밤에 사용하는 것이 '올리나이트'다.
김 대표는 “빛을 연구해 각종 이완을 조절하는 비시각적인 생체효과를 극대화하는 원리다. 루플의 핵심기술은 파장이 광학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3차례 실험을 통해 빛으로 멜라토닌을 유도하고 억제하는 효과를 내는 것을 밝혔다”고 말했다.
빛과 조명을 이용한 라이트 테라피와 관련한 소비자의 니즈는 각성 및 집중력 향상, 우울증 개선, 수면케어 등이다 김 대표는 “올리데이는 커피보다 각성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올리 나이트는 수면을 방해하지 않는 파장이라는 것을 강조했다”라며 “미국 크라우드펀딩서비스 킥스타터 상위 0.1% 프로젝트에 선정되고, 2년 연속으로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올리데이 제품은 학생들에게 집중하기 위해 교육기업인 청담러닝에 공급하고 관련 쇼핑몰에 판매하고 있다. 생체리듬에 맞는 노화방지 공동 연구, 치매 환자 중 일몰증후군, 간호사 교대 근무나 차량용 졸음방지 기술 등도 추가로 연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조명은 단순히 어둠을 밝히는 빛이 아니라 생리적 효과를 집중해서 남들보다 빠르게 각성을 할 수 있다. 커피보다 더 우수한 각성효과를 낼 수 있다”라며 “많은 기술이 낮에는 빛이 부족하고 밤에는 각성에 노출되고 있다. 이런 빛공해 문제 해결을 위해 법적 규제로까지 이어지면 생체리듬을 조절하고 관련 시장이 성장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웰트,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로 뇌전증 등 질환 관리에 초점
웰트 강성지 대표는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 ‘필로우 Rx’를 비롯해 알콜중독, 섭식장애, 근감소증 등의 디지털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특정 질환을 적절히 관리하고 개선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강 대표는 “디지털 치료제는 3~4년 전에 등장한 개념이다. 검증된 효과를 바탕으로 허가를 획득하고 합의될 만한 가격이 책정돼있는지가 관건이다. 제약회사의 일반 치료제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치료제의 검증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라며 "임상시험과 리얼월드데이터 결과을 반영하면 디지털 치료제가 된다. 다만 디지털치료제는 소프트웨어일 뿐인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디지털 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데 이어 임상시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건강보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강 대표는 “전 세계에서 첫 번째, 두 번째로 개발되는 디지털 치료제 제품군에 불면증이 있어 수면 관련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불면증이 사람들에게 많은 고통을 주고 있고 어떻게든 해결하고자 하는 니즈가 있고 실제로 디지털치료제가 출시돼 활용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페어테라퓨틱스 제품이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승인을 받은데 이어 국내에서는 웰트와 에임메드가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강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의 신뢰성이 디지털 치료제에 요구하는 역량이다. 치료의 영역까지 생각해 환자에서 문제를 일으켰을 때 관리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웰트의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는 불면증을 토대로 각종 질병 타겟군으로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강 대표는 “뇌전증 환자는 수면 발작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전날의 수면 상황에 따라 약을 먹지 않아도 통제하고 개선할 수 있어 디지털 치료제가 의사들의 환자 치료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치료제의 수가에 대해서는 “수가 기준에는 임상시험 안에서 대조군보다 얼마나 더 경제적으로 비용이 절감된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심평원은 디지털 치료제의 발전 가능성을 고려해서 예비급여나 혁신수가를 통해 우선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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