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의 영어 대화 (1)

서성희 원장의 '캐나다 의사 이야기'



두 달 넘게 컬럼 쓰기를 미뤄왔습니다.

여름 휴가라서 미루고 진료 보기 바쁘다고 미루고. 중간 중간에 컬럼을 읽고 제게 이메일을 주신 독자들이 많으십니다.

젊은 의대생부터 개원하신지 10년이 넘으신 분까지 다양한 배경의 여러 전문 분야에 계신 동료 의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밴쿠버에 있는 교민들도 제 컬럼을 읽으신다고 하십니다.

그러다보니 글 쓰기가 더 조심스러워집니다.

컬럼을 쓰다보니, 그리고 미국과 캐나다에서 경험을 예로 들다보니 좋은 피드백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제 개인의 경험과 생각을 쓰는 것임을 다시 말씀드립니다.

현재 광역 밴쿠버 두 곳에서 병원을 하고 있는데 한 곳은 한인 환자들이 많이 사는 코퀴틀람이라는 곳이고 두번째는 서양인들 및 인도-캐나다인들이 많이 사는 곳입니다.

오전 오후로 나눠서 일을 하고 있는데 오후에는 주로 외국인 환자들이 많이 옵니다.

2009년까지만 해도 약 3년 정도 가르쳤던 토플 스피킹 관련해서 동영상 제작 및 온라인 영어 교육을 했지만 레지던트 및 개원의로 일하면서 업데이트 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여 현재는 active하게 영어 교육을 하지는 못하는 편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의료 영어에 관해 써볼까합니다.

9월이면 미국에서 레지던트 지원이 시작되는 때입니다. 총 6명을 선발하는 제가 있었던 알칸사 주립병원 가정의학과도 벌써 2000 명이 지원했다고 합니다.

물론 미국의 레지던트 지원은 복수 지원 제도임으로 다른 병원도 이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우선 서류 심사를 거친 후에 전화 인터뷰를 통해 3배 수 이상을 선발하여 일대일 면접을 시행합니다 (이 또한 병원마다 과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딴지거시는 독자분이 없으시길...).

우리나라 지원자 선생님들은 영어에서 많이 감점을 당합니다. 이 점이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실력은 다른 나라 지원자들보다 훨씬 나은데 말이지요.



미국 의사 면허에 도전하시는 선생님들께서는 이미 실력을 출중하시니 영어 공부에 더 열심이시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외국인 환자와의 진료를 간단한 인사로 시작합니다. 이곳은 원장실로 환자가 들어가고 나오는 식이 아니라 진료실에 환자가 앉아서 기다리고 의사가 방에 들어가는 순서입니다.

Dr. Suh : (Knock knock) Good afternoon, Mr. Evans.
서성희 : (노크를 한다) 안녕하세요 에반스씨?
(환자들과 악수를 하는 것이 예의이며 가끔씩 자신들이 감기 들었다며 거부하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아침에 만나는 환자들은 당연히 Good morning으로 말하며, 오랜만에 보는 환자들은 How have you been? 내지는 정말로 Long time no see! 라고 우리가 모두 다 아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Evans : Hello doc, how are you?
에반스 : 선생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지요?
(덩치가 제 두 배는 되는 거구의 환자들이 doc 이라며 애칭을 불러주면 아무리 무섭게 보이는 환자들도 귀여워 보일 때가 있습니다)

매달 controlled substance 인 oxycodone 처방전을 받으러 오는 chronic back pain 환자이므로 자주 봐서 서로 친합니다.
Dr. Suh : Have you noticed any change in pain since we switched from Tylenol number 3 to Percocet last month?

서성희 : 지난 달 타이레놀 #3에서 퍼커셋으로 약 바꾸고 통증에 변화가 있나요?
(우리가 모두 다 아는 현재 완료형 have you p.p. (past participle) 나왔습니다. 지난 달 만난 후 쭈욱 어떻게 지내셨냐는 표현이므로 단순 과거형 보다는 조금 더 낫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Did you notice any change라고 하셔도 맞습니다)

Evans : Yes, it worked better for first few days but after that, the pain has been the same.
에반스 : 네. 처음 몇 일은 잘 듣더라고요. 그런데 그 다음에는 똑같습니다.
("약이 잘듣는다" 는 표현 "the medication works well" 내지는 "the pill works okay" 라고 하시면 되겠습니다.)

Dr. Suh : Hm…what should we do? Let me see your back again. The tenderness is about the same to my examination. Have you worked out too much?
서성희 : 흠...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시 허리 좀 볼까요? 압통은 지난 번과 비슷한 것 같아요. 운동을 너무 많이 하신 건 아닐까요?("운동하다"는 영어 표현 “work out” 을 사용하여 물어봅니다.)

Evans : No, I can barely throw out my garbage because the pain is so bad. Let alone, exercise…
에반슨 : 아니요. 운동은 무슨 운동이요. 허리가 너무 아파서 쓰레기 봉투도 간신히 버리는 걸요.

Dr. Suh : Okay, let’s push the medication a little farther. I will give you stronger dosage this month. Please watch out if you have constipation.
서성희 : 알겠습니다. 약을 좀 올려보죠. 이번 달은 조금 높은 용량으로 드릴께요. 변비 생기지 않나 잘 지켜보세요.
(보통 캐나다에서는 oxycodone-acetaminophen 은 325-5 mg 복합제로 나옵니다. Oxycodone의 경우 5, 10 mg 등이 있습니다. 영어 표현을 위해서 용량을 조금 더 올린다고 했지만 실제로 Percocet은 더 올릴 용량이 없습니다. 미국은 10 mg 복합제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Evans : Great! I will see you next month.
에반스 : 예, 알겠습니다. 다음 달에 뵐께요.
(밴쿠버에서는 마약성 진통제는 의사협회에서 발행하는 특수 재질의 처방전을 받아가야 약국에서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처방전은 3일의 유효기간이 있습니다.)

제가 재미있게 쓸 수 있는 주제가 무엇일까 고민해 보았습니다. 한국의 의료제도를 비판하는 독설도 쓸 수 있고 미국과 캐나다의 비교를 통해 심도있게 토론도 해 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선생님들께서 가져가실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진료실에서의 영어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주제가 또 고갈되면 다른 주제를 찾아봐야겠지요. 영어 관련해서 질문 주시면 성실히 답해드리겠습니다.

#서성희 #캐나다

서성희 기자 ([email protected]) 질문 주시면 친절히 답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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