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수 증가는 주로 요양병원에 그쳐…500병상 이상이어야 사망률 낮다는 근거 부족·고령자 많은 농어촌 특성 반영 안해"
지역병원협의회·바른의료연구소 '의료이용지도 연구' 문제점 분석 ②병상수 제한 명분에 불과
대한지역병원협의회와 바른의료연구소의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구축 연구의 문제점 분석 및 관련 의료 정책들의 오류' 보고서를 순차적으로 발췌합니다. 이는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의 를 대한지역병원협의회로부터 연구용역 의뢰를 받아 바른의료연구소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구축 연구'는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300병상 이하 병원 퇴출 주장과 보건복지부의 공공의대 설립 및 공공의료 확충 정책을 학문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를 담고 있습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연구에 대한 분석을 통해 정부 정책의 학문적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병상총량제와 공공의료 확대 정책은 그 자체로도 많은 부작용과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300병상 미만 병원의 병상수는 감소하고 있으며 병상수 과잉은 주로 요양병원 증가에서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의 규모가 500병상 이상이어야 사망률이 낮아진다는 '의료이용지도 연구'의 근거가 없으며 고령인구가 많은 농어촌의 지역 특성도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의료이용지도 연구는 병상총량제를 통한 병상 수 제한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계획된 연구”라며 이같이 밝혔다.
병상수 증가 과잉? 300병상 미만은 감소하고 주로 요양병원일 뿐
우선 최근 급증한 병상수는 주로 요양병원에 의한 것이며 최근 병원들의 병상수 증가 추이는 완만한 것으로 나타났다. 300병상 미만 병상은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라는 지적도 나왔다.
연구소에 따르면 ‘의료이용지도’ 연구에서는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병상 수가 OECD 평균에 비해 높고,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현재 국내 병상 수는 과잉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300병상 미만의 중소형 의료기관을 위주로 병상 공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설명하고 있다. 외국과 비교해 100병상 미만 의료기관 공급이 많은 편이고, 500병상 이상 의료기관 공급은 적은 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연구소는 “의료이용지도 연구에서 주로 다루는 병상은 요양, 정신, 한방, 치과, 특수질환 병상을 제외한 급성기 병상이다. 연구에서 인용된 그래프를 보면 100병상 미만 의료기관의 병상 수는 2012년부터 감소하고 있으나 100병상 이상 300병상 미만인 의료기관의 병상 수만 증가하는 것처럼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나라 병상 수 증가를 가장 많이 견인한 곳은 일반병원과 요양병원이다. 일반병원의 경우 2012년 이후 병상 수 증가가 정체되지만, 요양병원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연구소는 “또한 연구에서는 병상수의 현격한 증가 경향을 확인시켜 주려는 듯 추이를 관찰한 기간이 24년, 10년, 60년 등으로 장기간이었다. 3개의 그래프 모두 최종 시점이 2013년과 2014년으로 최근 수년간의 추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가 실제로 국가통계포털에서 요양기관 종별 병상수 현황을 확인한 결과, 2011년부터 2018년도 현재까지 병상 수는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에서는 미세한 증가세를 보였다. 의원의 병상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병원의 병상수는 2012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서다가 2016년도에 급감한 후 지속적으로 감소 경향을 보였다. 반면 요양병원의 병상 수는 지속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연구소는 “300병상 미만인 의료기관에는 종합병원, 병원, 의원 등이며 종합병원의 병상 수 증가는 경미한 반면 의원과 병원의 병상 수는 상당히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300병상 미만인 의료기관의 총 병상수는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결국 급성기 병상은 증가하다가 2012년 이후부터 자체적으로 공급과 수요에 따라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요양병원 병상이 크게 늘어난 것이 전체 병상 수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OECD 평균과 비교해 우리나라 병상수가 높은 것은 맞지만, 이것이 대한민국 의료현실에서 과잉인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OECD Health Statistics 2017에 따르면, OECD 평균 인구 1000명상 병상수는 4.7개인데 반해 한국은 11.5개로 2배 이상 높았다.
연구소는 “일본의 인구 1000명당 병상수 역시 13.2개로 한국보다 더 병상 수가 많다. 인구 1000명당 급성기의료 병원병상 수도 OECD 평균, 한국, 일본이 각각 3.7개, 7.3개, 7.9개로 총 병원병상 수와 동일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이는 서구 선진국들과는 달리 일본과 한국이 동일한 동양 문화권에 속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즉, 국민들이 입원을 통한 병원 내에서의 치료를 선호하느냐와 외래나 재택 의료 중심의 치료를 선호하느냐의 차이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의료 지표들을 모두 OECD 평균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면 지금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이 누리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의 질과 접근성을 OECD 평균으로 낮춰야 한다”라며 “병상 수의 과잉과 적정 병상 수의 문제는 단순히 타 국가와의 비교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의 의료서비스 이용 패턴과 접근성 등 다양한 요인들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병상수가 500병상 미만이어야 사망률 낮다는 근거 부족
의료이용지도 연구에서 적정한 공급 구조와 사망비를 비교하기 위해 기준으로 삼은 ‘5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 유무’의 통계적인 상관성이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500병상이 넘는다고 사망률이 낮고 300병상 이하의 병원의 사망률이 낮다는 근거가 부족한데도 이를 300병상 이하 병원 퇴출의 근거로 삼았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500병상을 기준으로 삼은 이유는 이 기준으로 통계 분석을 하면 중증도보정사망비에서 비교적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 마저도 통계적인 상관성이 약한 것으로 나온다”라며 “연구보고서를 보면 병상 수와 중증도보정사망비는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온다. 병상 수가 많을수록 중증도보정사망비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오지만,음의 상관관계에서의 상관성은 높지 않다고 기술돼있다”고 했다.
의료이용지도 연구에서는 중증도보정사망비 수준에 따라 저사망률군(0~0.922), 중사망률군(0.922~1.164), 고사망률군(1.164 이상) 등의 3군으로 나누고, 저사망률군의 평균 급성기병상 수가 505.5 병상, 중사망률군의 평균은 441.8병상, 고사망률군의 평균은 310.7 병상이라고 제시했다.
연구소는 “저사망률군의 평균이 505.5병상이었으므로 적정한 병상 공급의 기준을 500 병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병상 수 증가에 따라 중증도보정사망비가 낮아지는 것은 상관성이 약하다”라며 “약한 상관성을 보임에도 전체를 굳이 세 그룹으로 나눈 것은 500병상을 평균으로 하는 그룹의 사망률이 낮게 나오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그룹을 다섯 그룹이나 그 이상으로 했다면 가장 사망률이 낮은 병상 수 평균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외국 연구들에서는 병상 수에 따른 사망률의 차이를 비교한 반면, 이 연구에서는 사망률 구간에 따른 평균 병상 수를 역으로 추정했다. 저사망률군의 평균이 505.5 병상이지만, 표준편차가 442.2로서 저사망률군에 300병상 이하의 중소형 병원도 많이 포함된 것을 알 수 있다"라며 "따라서 이 연구에서 사용한 방식으로는 설령 의료기관의 병상규모와 결과지표(사망률) 간에 유의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
연구소는 “이 보고서에는 "의료기관의 병상규모와 결과지표(중증도보정사망비)간에 강력한 상관관계를 찾기는 어려웠다. 대체로 결과지표 수준이 더 나은 의료기관은 병상규모가 더 큰 경향을 나타냈고 진료권별로도 병상규모가 큰 의료기관이 소재한 진료권이 더 좋은 결과(사망률) 수준을 나타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병상규모별로는 500병상을 기준으로 진료권별 결과지표의 차이가 큰 편이었다고 결론짓고 있다”라며 “의료이용지도 연구가 중소병원 퇴출 및 병상총량제를 통한 병상 수 제한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계획된 연구임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연구의 내용을 알고 있었던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2018년 초 300병상 이하 병원의 퇴출을 주장했다. 연구소는 “가장 사망비가 낮은 5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을 강조하지 않고, 연구에서도 사망비가 가장 높은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 병상 공급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는 연구 결과와 관계없이 막무가내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령 인구 많은 농어촌과 도시의 사망비 특성 반영 안해
연구소는 의료이용지도 연구에서 사망비를 보정하더라도 도시와 농어촌의 인구학적 구성 차이는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구 구성상 농어촌은 대부분 고령자인 만큼 사망률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의료이용지도 연구에서는 각 의료이용 권역별로 사망률의 차이를 비교하기 위한 다수준분석을 위해 성별, 연령, 질환, 동반질환, 인구당 병상수 등의 다양한 변수를 선정했다. 그 다음 이 변수들을 보정한 중증도보정사망비를 구했다.
연구소는 “이번 연구에서 각 권역별로 연령 보정을 했지만 도시 지역과 농어촌 지역의 인구학적 구조는 현격한 차이가 났다. 특히 농어촌 지역의 인구 구성은 거의 대부분 고령자가 차지하고 있고, 40세 이하 인구가 절대적으로 적은 구조였다. 이렇게 극단적인 차이가 나는 경우에는 통계적인 보정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연구소는 “이 연구에서는 연령을 연속변수 또는 짧은 연령구간이 아니라 15세 미만, 15-64세, 65세 이상군 등의 단 3구간으로만 분류했다”라며 “농어촌 지역에서는 65세 이상군에서도 중증 동반질환을 많이 갖고 있어 사망률이 높은 7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많이 차지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도 60-74세 연령군과 75세 이상 연령군에서는 응급 입원으로 입원한 에피소드의 분율이 20% 이상으로 젊은 연령군에 비해 높은 것이 확인됐다”고 했다.
연구소는 “이 연구에서 사용한 연령구간은 연령구조의 차이에 의한 효과를 충분히 보정하지 못한 것으로 결론지을 수 있다. 이로 인해 고령 인구가 많은 농어촌 지역의 중증도보정사망비는 실제보다 높게 추정됐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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