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73개 병원 1차 집단 쟁의조정…9월 5일부터 파업 돌입

주52시간 상한제 준수·실근로시간 단축·야간 및 교대근무제 개선·신규간호사 교육전담인력 확보 등 제안

사진: 보건의료노조

[메디게이트뉴스 권미란 기자] 보건의료노조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임단협) 교섭을 원만하게 타결되지 않으면서 73개 병원에서 집단 쟁의조정에 돌입한다.

보건의료노조는 21일 서울 당산에 위치한 보건의료노조 희망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일 55개 병원이 집단 쟁의조정을 신청한 데 이어 오는 27일 18개 병원이 추가로 집단 쟁의조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날 나순자 위원장은 "2018년 보건의료노조가 조사한 조합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직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72%에 달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조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 위원장은 "보건의료노조는 2004년 산별교섭과 산별총파업을 통해서 주 40시간, 주 5일제를 쟁취했지만 노동시간은 오히려 매년 계속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추가 노동은 제대로 수당도 받지 못하는 '공짜' 노동이다. 올해는 반드시 공짜 노동을 근절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병원 사업장은 52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이 가능한 특례업종에서 제외되지 않았지만 노사합의로 가능하다"며 "보건의료노조는 이에 대한 합의를 반대하며 더 많은 인력 충원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했다. 

나 위원장은 “서울 아산병원에서 태움에 시달린 간호사가 자살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졌다. 신규 간호사 태움을 방지하기 위해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며 "환자를 보지 않는 교육전담 간호사 즉 프리셉터 제도를 도입해 병동당 1명씩을 추가로 충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위원장은 "이같은 3가지 조치만 취해도 약 2만5000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정부가 일자리를 위해 투자하고자 하는 4조원을 의료산업에 투자해야 한다"며 "병원에서 일자리를 늘리면 노동환경이 개선되고 이직률을 줄일 수 있다. 환자에 대한 서비스 질을 높여 안전한 병원을 만들 수 있는 실효성 있고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나 위원장은 "지난주 민주노총에서 사회적대화에 복귀하는 것을 결정을 했고 보건의료산업 업종별 노사정 협의체도 구성될 예정이다"라며 "사용자들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사용자 단체를 구성해 참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용자 단체를 구성해 노사정회의에 참여하고 현재 보건의료산업 산별중앙교섭에 국립대와 사립대 사용자는 참석하지 않고 있는 등 산별교섭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일련의 정책들이 의료민영화 정책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의료민영화, 영리병원 도입은 보건의료노조에서 16년 동안 투쟁해 온 것처럼 시민단체와 함께 강력 반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보건의료노조는 일자리 창출, 사용자단체 구성,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해 투쟁하고, 조정 기간인 15일 동안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만약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9월 5일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1차 쟁의조정을 신청한 병원은 ▲경기도의료원 6개 병원을 비롯해 20개 지방의료원 ▲금강아산병원, 광주기독병원, 부평세림병원 등 19개 민간중소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원자력의학원 등 6개 특수목적공공병원 ▲경희의료원, 고대의료원, 이화의료원, 한양대의료원 등 8개 사립대병원들이다. 오는 27일 2차 쟁의조정 신청에 돌입하는 병원은 부산대병원, 전남대병원, 전북대병원, 충남대병원 등 12개 국립대병원과 동국대병원, 조선대병원, 고신대복음병원, 을지대병원 등 5개 사립대병원, 울산병원 등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집단 쟁의조정 신청에 돌입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보건의료분야에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 위해서라며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인력확충을 올해 핵심요구로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시간외근무 없애기 ▲주52시간 상한제 준수와 실노동시간 단축 ▲신규간호사 교육전담 간호사 확보를 통해 태움 방지와 함께 열악한 근무조건을 개선하고 보건의료분야에 양질의 일자리를 대거 창출할 것을 제시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입원병동 간호사 시간외근무 해소(1만5600명) ▲주52시간 상한제 준수(4260명) ▲신규간호사 교육전담 간호사 확보(4200명) 등 열악한 근무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일자리 창출 규모만 해도 총 2만4060명에 달한다.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의료분야 양질의 일자리를 대거 창출하기 위해 보건의료분야 노사정 3자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는 사회적 대화에 착수할 것을 촉구한다"며 "보건의료분야에 양질의 인력을 확충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담보물은 보건의료업종 노사정 협의체"라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5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반대해 사회적 대화기구 불참을 선언한 민주노총이 최근 사회적 대화 복귀 결단을 내린 만큼 보건의료업종 노사정 협의체가 조속히 가동되고 산별교섭 정상화를 위해 사용자측이 보건의료사용자단체를 조속히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보건의료업종 노사정 협의체에서 ▲공짜노동 없애기 ▲주52시간 상한제 준수와 실근로시간 단축 ▲야간·교대근무제 개선 ▲신규간호사 교육전담인력 확보 등 양질의 일자리 창출방안에 대한 합의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의료분야에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 위해 보건의료업종 노사정협의체를 조속히 가동하는 것은 한시도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며 "정부는 이러한 시급한 과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엉뚱하게도 규제프리존특별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개발과 산업발전이라는 미명아래 보건의료분야, 환경분야, 개인정보보호분야의 착한 규제를 무력화하고 공익성과 공공성을 훼손하는 법안이라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민영화법안이며, 대기업과 재벌을 위한 특혜법안"이라며 "정부가 규제프리존특별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야합 처리를 중단하고 이들 공공성 침해 법안들을 전면 폐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집단 쟁의조정신청 이후 15일간의 쟁의조정기간 동안 ▲공짜노동 없애기와 실노동시간 단축 ▲주52시간 상한제 실시에 따른 인력 확충 ▲신규간호사 전담인력 확보 ▲야간·교대근무제 개선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보건의료인력법 제정 ▲의료기관평가인증제 개선 ▲산별교섭 정상화 ▲임금 총액 7.1% 인상 등을 핵심요구안으로 제시했다.

원만한 타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15일간의 쟁의조정기간 동안 ▲조정신청 보고대회 ▲쟁의행위 찬반투표 ▲조합원 출근투쟁 ▲병원로비 농성 ▲병원장실 항의방문 ▲교섭요구 여론화 ▲파업전야제 등 다양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했다. 또 지난 20일 쟁의조정을 신청한 병원은 오는 9월 5일 오전 7시부터, 오는 27일 쟁의조정신청을 내는 병원은 9월 12일 오전 7시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번에 집단 쟁의조정 신청에 돌입하지 않은 병원은 교섭 진행상황과 추석연휴 등을 고려해 10월 1일 2차 쟁의조정 신청에 돌입할 예정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올해 교섭 목표를 보건의료분야의 좋은 일자리 창출과 환자안전병원·노동존중일터 만들기로 규정하고, 근무환경 개선과 일자리 창출의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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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란 기자 ([email protected])제약 전문 기자.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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