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심사를 이유로 민감한 개인정보 요구 우려…의료기관에 행정적 부담 늘고 통제 기반 확대만"

[칼럼] 박상준 경상남도 대의원·신경외과 전문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추진 중인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심사 관련 자료제출 고시(안)’ 개정은 재고(再考)돼야 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심평원은 요양급여비용 심사 지급 업무 처리 기준에 따라 요양기관이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심사자료를 제출하고자 하는 경우 심사자료 제출 전용 시스템을 통해 심사평가 표준서식·별도서식을 제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도록 했다.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심사의 효율성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포장된 개정안에는 개인 의료 정보 수집을 통해 향후 의료 기관을 통제할 정책을 수립할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본다. 이를 통해 의료 이용 합리화와 효율성의 근거로 제시하며 국민의 의료 이용을 제한할 수단으로 변질할 우려가 있다. 국민 건강 정보를 이용한 국가 권력의 행포에 다름없다는 사실에 의료계의 걱정이 있다.

개정안 이후 심평원이 의료계에 무리하게 청구명세서를 상세하게 제출하도록 강제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표준서식이라는 명목으로 상세한 진료정보를 받은 다음 변이가 있는지 알아보고 분석심사에 이용할 수도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심사와 무관한 진료정보로 심평원의 독점력을 강화해 의료에 대한 전면적 통제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표준서식 강제화에 반대하고 의료계와의 협의를 통해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의 서식 개정을 위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평원은 이런 의협의 입장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선진국 이상의 의료 시설 투자와 진료 능력을 갖춘 의사와 이를 보조하는 우수한 의료 인력의 고용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한민국 진료비는 통계를 인용하기 민망할 정도로 낮게 책정돼 있다. 심평원이 추진 중인 고시가 개정되려면 최소한의 전제로 수가가 정상화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 

국민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공적 보험인 건강보험은 보험 가입자인 국민, 의료 공급자인 의료 기관, 보험자 역할을 담당하는 건강보험공단으로 구성돼 운영되고 있다. 건강보험은 가장 공정하고 효율적이며 지속 가능한 의료 제공을 통해 국민의 사회적 안전망 역할에 충실하고 국민 건강 증진에 이바지함이 중요한 목표다. 

효율적인 건강보험의 관리를 위해 설립된 심평원은 본연의 심사 기능(진료비 적정성 판단)에 충실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핑계로 의사와 환자 사이에 이뤄진 중요한 의료 정보의 제공을 요청한다면 마땅히 보호돼야 할 국민 개인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다. 

심평원이 요청하는 자료는 민감한 국민 개인 의료정보로 유출되거나 다른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 심각한 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은 모두 공감하고 있다. 진료비 적정성 판단과 아무런 관련 없는 개인의 다양한 정보 수집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 심평원은 이런 우려를 해소할 방안과 취지에 대해 정확한 답변을 내놔야 한다.

보험가입자의 의무는 없고 권리만을 주장하는 건강보험 보험자의 논리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며 건강보험 체계를 허물어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진료 환자에 대한 진료비 청구를 위해 의료인이 행정적 절차를 위해 소모해야 할 업무에 대한 아무런 보상 없이 강요한다면 강한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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