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모르는 정부, 의료가치평가 '독점'…신영석 교수 "의사가 보상체계 결정 권한 가져야 기피과 해결"

정부 수가·보상체계 실패 20년 누적, 같은 과 안에서도 기피 현상 심각…의료적 가치는 의사가 직접 정할 수 있도록 권한 이양해야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 사진=서울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유튜브 실시간 생중계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료수가와 보상체계를 정하는 데 있어 현장 의료진의 결정 권한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동안 의료계는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정한 진료 지침에 따라 진료를 하다 보니 의사의 소신대로 진료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특히 일부 의료행위나 과목은 상대적으로 제대로 된 수가나 보상을 받지 못하다 보니 '3분진료'나 '기피과' 문제가 가속화됐다.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는 13일 오후 서울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의료개혁 토론회에서 "어떤 병원에선 MRI를 1000번 찍고 또 다른 곳은 10번 찍는다면 100번을 기준으로 수가가 산정된다. 개별 의료기관 입장에선 충분, 혹은 매우 불충분하다고 느낄 수 있다"며 "어떤 식으로 가격을 정해도 50% 이상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여러 나라들이 현재 우리와 같은 행위별수가제를 채택하다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1980~90년대 대부분 보상방법이 바뀌었다. 이젠 행위별이 아닌 묶음형태로 가야 한다"며 "정부는 그동안 상대가치 높낮이를 대한의사협회에 요청했지만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는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세부적인 부분을 잘 알 수가 없다. 결국 의사들이 제대로 상대가치 기준을 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제기를 바탕으로 신영석 교수가 제안한 구체적 대안이 '현장 의사들에게 의료서비스 공급에 대한 권한을 대폭 늘리는 것'이다. 의료행위에 대한 제대로 된 가치평가가 이뤄지기 위해선 현장 전문가들의 견해가 가장 중요하고 정부는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환산지수가 매년 인상되면서 과별로 보상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곳은 기피과가 된다"며 "이런 문제는 지난 20년 동안 누적됐다. 특히 기본진료, 진찰, 수술처치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마취통증의학과만 해도 통증은 보상이 괜찮은데 마취는 그렇지 않다 보니 같은 과 내에서도 쏠림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기치기반의료라고 하면 해당 가치를 의료공급자들이 스스로 알아서 결정할 수 있는 절대적인 권한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잘 알지 못하는 정부가 나서 '이건 되고, 이건 안 되고' 식의 방식은 이제 안 된다"며 "다만 과소진료 등 우려가 있으니 정부는 사후적 평가를 통해 인센티브나 패널티 등을 통해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대병원 우병준 사직전공의.


전공의들 역시 국내 의료수가와 보상체계 왜곡이 심히다는 점에 공감했다. 특히 기본 진찰료가 방치되면서 의사와 환자 모두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대병원 우병준 사직전공의는 "기본진료와 진찰료에 대한 평가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오랜기간 소외돼 왔다. 그러다 보니 의과대학에선 환자를 볼 때 문진과 진찰, 검진 등을 강조하지만 이런 가치들은 병원에 들어오는 순간 다 무너진다"며 "의사는 진찰료가 충분하지 않으니 환자 얼굴만 보고 바로 검사실로 보내고 검사결과만 짧게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의사와 환자 모두 소외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진료료 자체는 방치하고 신의료기술 등에만 재원이 집중되니 환자와 의사 관계가 불신으로 가득하게 된 기형적 의료행태가 됐다. 일본은 진찰료에 상담시간, 질환, 환자군에 따라 다양한 가산 체계가 존재하고 미국은 정책적으로 전체 의료비의 50%를 진찰료에 써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우리도 어떤 지불방식이 됐든 기본 진찰료, 입원료 등을 정부가 밀어주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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