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적 입원전담전문의 모델 구축해가는 분당서울대병원

국내에서 처음으로 입원전담전문의 채용…“세부전문의들이 종합적 진료”

“입원환자 진료도 하나의 전문분야…아카데믹 트랙 지향”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입원전담진료센터(왼쪽부터 임예지 교수, 온정헌 교수, 장학철 센터장, 김은선 교수, 이종찬 교수,
김낙현 교수, 김혜원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입원전담전문의(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이 올해 시행 4년 차를 맞는다. 입원전담전문의는 입원환자만을 전담해 돌보는 전문의를 따로 두는 제도로 의료진의 과도한 업무량을 줄이고 환자 안전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지난 2014년 내과 전공의 파업 사태 당시 열악한 수련환경을 개선하는 방안으로 입원전담전문의 도입이 화두가 됐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의료계 의견을 수렴해 2016년 9월부터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지난 2015년 3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입원전담전문의를 채용하고병동을 개설해 주목받았다. 급성기병동 모델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운영하며 응급실 체류 시간, 환자의 입원 기간 단축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도 냈다.

동시에 2016년~2017년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에 참여해 의료진의 독립 업무영역 설정, 신분보장 등으로 새로운 진료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입원전담진료센터팀을 만나 ‘한국형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현 주소와 풀어가야 할 과제들을 조명해봤다.

“세부전문의들이 종합적 진료하는 독특한 팀...아카데믹 트랙 지향"

분당서울대병원은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적합한 입원전담전문의제도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장학철 분당서울대병원 입원전담진료센터장은 “2014년 신관 개원으로 입원진료인력이 부족했다. 이에 미국의 입원전담전문의제도를 참고했고 2015년 3월 김낙현, 김은선 교수가 지원하면서 (센터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 센터장은 “병원 집행부와 내과 교수진들의 많은 협조를 통해 2015년 8월 20병상의 급성기내과병동을 개설했다. 이후 내과교수 4명이 합류하면서 2017년 3월 입원전담진료센터가 새로 조직됐다”라고 언급했다.
 
현재 분당서울대병원 입원전담진료센터는 장학철 센터장을 포함해 7명의 인원으로 구성된다. 주목할만한 점은 센터 구성원 모두가 세부전문의라는 것이다.

온정헌 교수는 “특이하게도 모두 분과를 가진 사람들이다. 모두 세분전문의이면서 종합적인 진료를 하는 독특한 팀이다”라고 말했다.

김은선 교수는 “한 환자가 가진 문제에 대해 서로 논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결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제너럴 케어(general care) 수준이 굉장히 높다"고 강조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입원전담전문의의 독립 업무 설정, 신분보장 등 혁신적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동시에 교육, 연구 영역까지 포함한 아카데믹 호스피탈리스트(Academic Hospitalist)를 지향한다.

장 센터장은 “앞으로도 그렇게 되겠지만 교수로서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교수로서 자격을 인정받고 학회에도 참여할 수 있다. 아직 시도는 안 됐지만 연수 등의 자격도 주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종찬 교수는 “(팀에 합류하게 된 계기에) 교수 직위를 보장하는 점도 있지만 또 다른 하나는 연구다. 앞으로 지석영 의생명연연구소에서 함께 연구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치료의 적절한 시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은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강점이다. 김은선 교수는 “치료에는 적절한 타임이 있는데 이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입원전담진료센터를 통해) 적절하게 치료해 환자가 호전됐을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입원전담진료센터는 ‘제1회 입원전담전문의 심포지엄(the Academic Hospitalist)을 열고 현 제도에 대한 현황, 발전 과정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김혜원 교수는 “(분당서울대병원 입원전담진료센터는) 내실 있게 점점 성장해나가는 그룹이다. 이번 심포지엄이 계기가 돼 다른 입원전담전문의들에게 비전을 심어주고 향후 학술대회 등의 형태도 갖춰나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은선 교수는 “(분당서울대병원 입원전담진료센터는) 아카데믹 트랙(Academic track)이 명확하게 자리 잡았다. 다른 큰 병원에서도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안정화된다면 향후 학회 설립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응급실 체류시간·환자 재원기간 단축 효과

분당서울대병원은 급성기 병동 모델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운영한다. 급성기 내과 병동에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적용해 가시적인 효과를 입증하기도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장학철·온정헌·김낙현 교수 연구팀은 2014년 1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병원 응급실을 통해 내과 병상으로 입원한 환자 1만9450명의 입원기간과 응급실 체류시간 등을 조사한 결과 환자의 입원 기간은 9%, 응급실 대기시간은 40% 줄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발표했다.
 
환자의 치료 방향에 대한 빠른 결정은 분당서울대병원 입원전담진료센터의 강점이다. 장학철 센터장은 “전반적으로 환자의 재원기간과 응급실 대기시간도 단축됐다. 치료에 대한 방향 결정, 진단적 접근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실수도 줄었다”고 밝혔다.

장 센터장은 “가끔 응급실 베드가 없어서 의자에 앉아 대기하는 환자들도 있다. 물론 응급실 입원환자 순위가 있지만, 입원해야할 환자라면 빠르게 결정해 치료하는 것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선 교수도 “(분당서울대병원 입원전담진료센터는) 입원문턱이 낮은 편이다. 기존 입원 결정 단계가 전공의, 펠로우 등을 거치고 있다면 센터의 경우 직접적으로 바로 입원 결정을 해 진행한다”고 말했다.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종합내과 입원전담전문의 병동

해 거듭할수록 변화 체감...풀어야 할 과제 공존

정부의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은 초기 모호한 업무 범위, 불안정한 고용 관계 등의 문제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정부는 2017년 9월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 수가를 40% 인상했다.

지난해에는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확산을 위해 운영병원에 전공의 정원을 더 배정하기로 했다.

시범사업 초기를 지난 현재 어떤 변화가 있을까. 현장은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개선되는 등 해를 거듭할수록 변화를 체감한다는 분위기다. 다만 한국형 입원전담전문의 모델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풀어야할 숙제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목소리도 공존했다.

김낙현 교수는 “해를 거듭하면서 느껴지는 변화는 조금씩 인식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고 있다는 인식이 환자들에게 확산되고 있다. 원내에서는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자리를 많이 잡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외적으로 봤을 때는 갈 길이 먼 것 같다. 입원전담전문의들 자체적으로도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위치에 대한 인식, 목표 설정 등이 필요하다”라며 “하지만 처음 10명 정도 참여했던 시범사업이 확장되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해볼 만한 일이라는 인식은 늘어나는 것 같다”로 언급했다.

국내 의료 체계가 전문화에 초점을 두다 보니 여전히 종합적 치료에 대한 개념 확립이 미흡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온정헌 교수는 “새로 인력을 모집할 때 어려움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 의료는 분과 중심으로 발달한 측면이 있다. 전반적으로 조율하고 환자의 치료 계획을 세우는 일을 할 수 있는 인력풀이 좁다”고 말했다.

김낙현 교수도 “종합적인 치료의 가치를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 너무 전문화가 되다 보니 전반적 케어, 일반적 진료는 전문의가 할 일이 아닌 전공의가 할 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받은 전공의들이면 일차적인 목표로 특정분야 전문가가 되고자 한다. 종합적인 내과환자 입원진료를 목표로 배운 적이 없는 것이다. 이 점이 큰 장벽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이 시작된 이유가 현실적인 이유에서 비롯됐다. 현실상황과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의 이상 사이에 아직 괴리가 있어 구인에 문제를 겪고 있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한국형 모델은 어떻게...미래의 입원전담전문의 후배들에게 

미국의 경우 1996년부터 입원전담전문의가 점차 확산되기 시작했다. 내과 전공의 과정을 마친 의료인의 다수가 입원전담전문의 근무를 시작할 정도로 보편화됐다.

입원전담전문의가 활성화된 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병원 규모, 병상 수, 전공의 숫자 등이 기관마다 달라 국내 의료환경을 고려한 모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낙현 교수는 “병원마다 상황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병원에 적절한 방식을 찾아야 한다”라며 “병원마다 기존 의료진과 새로 일을 시작한 입원전담전문의 간에 면밀한 합의, 꾸준한 논의, 조율이 필요하다. 한 가지 방법이 정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은선 교수는 “홍보가 좀 더 필요하다. 낯설고 어색한 것으로부터 환자들은 불안감을 느낀다”라며 “치료의 연속성, 전문성 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케어를 받는다는 것에 대한 충분한 홍보가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임예지 교수는 “충분한 수가를 보전해야 할 필요도 있다. 적정한 비용을 보전해주는 것이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정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미래의 입원전담전문의들을 위한 조언도 이어졌다. 김낙현 교수는 “입원환자 진료도 하나의 전문적인 진료 분야다. 이 분야를 선택한다고 해 전문가가 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하나의 새로운 전문분야를 개척하는 경로가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김은선 교수는 “당연히 불안할 수 있다. 현재 (입원전담전문의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라며 “직접 체험하며 자신과 맞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관심이 있다면 (입원전담전문의를 체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에 지원할 수 있다”라며 “(입원전담전문의를) 선택해 평생 이 길을 간다는 것이 아닌, 한번 시도해볼 수 있다는 인식을 가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찬 교수는 “내과 의사로서 모든 분과의 환자들을 조금 더 심층적으로 보고자 하는 분들이 지원해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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