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날쭉 독감백신 수급 노답인가?

"혈액은행 방식 등 정부 관리 필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매년 독감백신 수급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의 직접 관리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막상 어느 누구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 관계자 역시 27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통화에서 "독감백신은 수요량 예측이 어려워 대안을 수립하기 어렵다. 현재로선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시인했다.
 
독감백신의 수급 문제는 왜 발생하고, 왜 대책 마련이 어려울까?
 
독감 백신은 생산(3~6개월) 및 국가검정 기간(45일)을 합치면 제조하는 데 최소 5개월 이상 걸려서 10~12월에 쓸 백신을 여름에 만들어둔다.
 
매년 2월 세계보건기구(WHO)의 예측에 따라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와 제조사는 그 해 생산량을 3~4월에 결정하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많은 2200만 도오즈를 생산했다.
 
그런데 독감 환자 급증으로 백신을 찾는 환자들이 늘면서 물량 부족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백신은 각 병의원이 도매상‧제조사로부터 구매하므로 예년과 비슷한 물량을 산 의료기관은 부족하고, 많이 사둔 의료기관은 넉넉하다.
 
이런 이유로 병의원들을 샅샅이 뒤져야만 백신을 겨우 맞는 상황이 발생했고, 막상 독감유행이 끝나면 폐기 백신이 300만~400만 도오즈에 이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질본은 부족현상이 심한 올해도 400만~500만 물량의 폐기처분을 예상하고 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교수는 "독감백신의 수급은 시장 상황과 맞물려 있다"면서 "인플루엔자에 관심이 별로 없으면 접종량이 떨어지고 이번처럼 일찍 유행하니까 양이 늘어서 조절하기가 어렵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도 겪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혈액은행식 국가 관리 제안
 
그렇다면, 헌혈자의 피를 보관했다가 의사의 요청이 오면 피를 나눠주는 혈액은형 방식의 국가 관리는 어떨까?
 
정부가 생산량을 관리하고, 의료기관이 필요 물량을 그때그때 살 수 있도록 하면 특정 병의원이 독점하다 폐기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독감백신의 유효기간은 1년이므로 3~4월 생산량 결정 후 관리할 수 있다.
 
질본과 전문가는 수긍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더라도 의료기관이 실제 필요한 수량의 2~3배를 신청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 부족 문제를 또 야기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질본 예방접종관리과 관계자는 "의료기관은 실제 소요할 수량보다 2~3배 요청한다. 과다 공급될 수밖에 없다"면서 "예컨대, 국가무료예방접종 백신을 배분할 때 항상 초반에는 백신이 떨어졌다고 말하지만, 끝난 시점에서 보면 국가로 반납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작년 접종건수 만큼 질본이 강제 배분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국가가 백신을 구입해 강제 배분하면 의료계의 불만이 클 것"이라며 "또 정부가 생산량을 계획하고 관여하려면 백신을 사기 전, 개발 단계부터 지원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예산이 적다. 백신은 공공재인 혈액과 달리 민간기업에서 만들기 때문에 혈액은행 방식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갑 교수 역시 "정부가 200만~300만 개 비축했다가 부족할 때 푸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수요량이 너무 많으면 부족해지는 건 마찬가지"라며 "여유있게 물량을 만드는 게 가장 좋지만 그만큼 폐기량이 많아질 가능성이 있어 제조사‧정부에 부담을 떠넘길 수도 없다"고 말했다.
 
과잉 사재기 근절책 필요
 
일부 의료기관의 사재기를 방지하도록 반품 처리가 불가능하게 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현재 폐기 물량에 대한 손해는 제조사와 도매상, 병의원이 분담한다는 게 질본의 설명이다.
 
제조사나 도매상에서 반품 처리해 손해를 상당 부분 분담하고 의료기관도 일정 부분 폐기물량으로 잡아 처리한다는 것.
 
폐기물량이 과도한 의료기관의 손실 부담을 높이면 사재기를 방지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좋은 정책이라고 막 도입하지 말라"
 
생산량을 고려한 정부의 정책도 필요하다.
 
올해 유독 백신이 부족한 건 지난 10월부터 갑자기 생후 6~12개월 미만 영아의 독감 국가예방접종 지원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이재갑 교수는 "물론 영아에 확대하는 것은 좋지만 추경예산 때문에 갑자기 시행하면서 물량 부족의 원인이 됐다"면서 "국가예방접종 사업에 포함할 때에는 수급 상황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생긴 예산을 집행한다는 식으로 하면 수급 문제가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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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연주 기자 ([email protected])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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