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노출된 독감백신 품질 이상 없어...동결 등 48만 도즈만 수거키로

정은경 청장 "수거는 폐기 아닌 의료기관 내 정상제품과의 분리작업...다음주 무료독감백신 접종 재개"

사진 =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KTV 브리핑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상온 노출된 인플루엔자 백신(독감백신)이 품질과 안전성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배송 과정에서 영하에 노출된 백신과 온도 측정이 이뤄지지 않은 배송차에 실린 백신 등은 일단 수거해 이상 없는 제품과 구분하기로 했다.

질병관리청 정은경 청장과 식품의약품안전처 김상봉 바이오생약국장은 6일 독감백신에 대해 유통 조사와 품질 평가를 실시한 결과를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달 21일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NIP) 조달계약을 맺은 신성약품이 배송과정에서 독감백신 일부를 상온에 노출시켰고, 질병관리청은 상온노출된 백신 일부를 식약처에 품질 및 안전성 검사를 의뢰했다.

식약처와 질병관리청은 백신의 품질과 사용 적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백신 유통 과정에서 기준 온도(2∼8℃)가 얼마나 유지됐는지 콜드체인을 조사하고 ▲배송된 백신은 안전하고 유효한지 품질을 검사했으며, ▲공급된 백신이 어떤 온도에서 얼마나 오래 품질을 유지하는지 안정성(Stability) 시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신성약품과 컨소시엄업체인 디엘팜에서의 보관과정은 적정온도(2~8℃)가 유지됐고 수도권과 강원, 충청지역은 1톤 냉장차량으로 직접 의료기관과 보건소에 배송됐다.

호남과 영남, 제주는 11톤 차량이 권역별로 백신을 운송한 후 해당 지역에서 1톤 차량으로 배분을 거쳐 의료기관·보건소에 배송됐다.

이 과정에서 호남지역으로 이동한 일부 11톤 차량이 야외 주차장 바닥에 백신을 내려두고 1톤 차량으로 배분한 사실이 확인됐으며, 영남 및 제주로 이동한 11톤 차량은 물류센터에서 팔레트를 이용하거나 차량 간 문을 맞대고 1톤 차량으로 배분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기간 1톤, 11톤 차량의 운송횟수는 391회이며 잠시라도 2~8℃를 벗어난 운송회수는 196회였다. 기준을 벗어난 운송시간의 평균은 88분이며, 최고온도 평균은 14.4℃(11톤) 및 11.8℃(1톤), 최저온도 평균은 1.1℃(11톤) 및 0.8℃(1톤)로 확인됐다.

일부 차량은 운송 중에 일부 시간이 0℃ 미만 온도로 내려간 사례도 확인됐다.

기준을 벗어난 운송시간은 11톤과 1톤 차량의 기록을 합산했을 때 대부분(88%)이 3시간 이내였으나, 1톤 차량 1건은 800분간 적정온도를 벗어난 기록이 확인됐다.

이와 함께 독감백신의 품질변화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8개 제품, 78개 제조번호, 1만 2736도즈의 백신의 효과를 확인하는 항원단백질 함량시험, 안전성을 확인하는 발열반응시험 등 총 7~9개 항목을 조사했다.

상온 노출 의심 제품 등에 대해 5개 지역에서 2개 품목, 750도즈를 수거해 국가출하 승인 시 실시하는 전 항목을 검사한 결과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콜드체인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품질변화가 우려되는 제품에 대해 9개 지역, 3품목, 1350도즈를 수거해 검사한 결과 모두 적합했으며 해당 검사에서는 열(온도)에 의해 품질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무균시험은 생략했다.

인천지역 요양병원에서 백신 접종 후 발생한 사망사례와 관련해 해당 병원에 보관 중인 백신 58도즈를 수거 검사했으며, 검사가 진행 중인 무균시험을 제외한 검사항목 모두 적합했다. 무균시험은 오는 14일에 완료될 예정이다.

안정성 시험도 이뤄졌다. 제품이 유통과정에서 일시적으로라도 콜드체인을 벗어나 노출될 수 있는 환경들을 고려해 다각적으로 시험조건을 설정했으며, 해당 기간 동안의 국내 기온 등을 감안한 25℃와 기온조건과 관계없이 예비적으로 37℃ 조건에 일정 시간 백신을 보관한 후 품질 유지여부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식약처가 종합 검토한 결과 8품목 모두 25℃, 24시간 조건에서 품질이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으며, 37℃ 조건에서 8품목 중 5품목은 72시간 이상, 1품목은 48시간 이상 품질을 유지했다. 나머지 2품목은 12시간 조건에서 품질에 변화(항원단백질 함량시험, 불용성 미립자시험)가 나타났다. 

식약처 김상봉 과장은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제품을 수거 검사한 결과, 항원단백질 함량, 불용성 미립자 시험 등에서 모두 적합해 품질, 안전성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양한 조건별 품질 검사를 시행했을 때 37℃ 조건에서 문제가 발생했으나, 이번 운송된 백신 중 37℃ 를 넘는 환경은 없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 정은경 청장은 "배송, 운송과정 정도, 시간 등을 고려할 때 백신 품질과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으나,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친 결과 백신 효력에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는 일부 백신을 수거하기로 했다"면서 "수거 대상은 운송차량 온도기록지상 0℃미만 조건에 노출돼 동결, 해동된 것으로 파악되는 백신 27만도즈와 상·하차 작업에서 바닥에 백신이 적재된 17만도즈, 적정온도 이탈시간이 비정상적으로 길게(800분) 배송된 2000도즈, 운송과정상 온도를 측정할 수 없는 3만도즈 등 총 48만도즈다.

수거는 모두 신성약품에서 담당하며, 비용 역시 신성약품이 부담하는 방향으로 정해졌다. 추가 배송 역시 정부 조달계약을 맺은 신성약품을 통해서 이뤄지지만, 상온노출 등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정부가 감시, 모니터링 체계를 시행할 방침이다.

동결 제품과 온도 미측정 백신이 수거 대상에 포함된 이유에 대해 연세대 생명공학과 성백린 교수는 "동결이 됐다가 해동되면 불순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 품질 변화보다는 주사기가 막히는 문제 등이 발생해 접종 자체가 어려워져 회수를 결정했다"면서 "온도가 측정되지 않은 제품들은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일단 수거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 청장은 "수거 대상인 48만도즈 중 오늘 오후 2시 기준으로 7개지역 554건이 접종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정부조달 물량 접종자 중 이상반응 사례 12건 중 3건이 수거 대상 접종자에 해당된다. 현재는 모두 증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으나 추후 전문가 논의를 통해 조치 방향, 재접종 여부 등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 청장은 "48만도즈를 수거하는 것일뿐 이를 폐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들을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지 검토하는 시간 동안 일단 의료기관에서 정상적인 제품과 섞이지 않도록 분리를 시키는 작업"이라며 "접종은 다음주부터 재개될 예정이며, 의심스러운 제품은 모두 회수 예정이니 불안감을 갖지 말고 일정대로 접종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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