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 '청'으로 승격한다더니…덩치 커져도 인력·예산 줄어드는 해괴망측한 시도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104화. 국립보건연구원 질본→복지부 이관 논란 

행정안전부는 지난 3일, 질병관리본부의 질병관리청 승격과 보건복지부 2차관 신설 등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코로나19 전선을 진두지휘한 질병관리본부 역할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앞으로도 벌어질 수 있는 감염병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질본의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질본 산하에 있던 국립보건연구원을 보건복지부 소속으로 바꾸는 세부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질본의 핵심 연구기관인데, 이것이 질본에서 복지부로 이관된다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질본의 인력과 예산이 오히려 감축돼 버리고 역할이 축소되는 ‘무늬만 승격’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즉, 덩치는 커지지만 알맹이는 쏙 빠지는 거대한 풍선 인형처럼 되어 버리는 셈이다. 

이런 조치의 목적에 대해 복지부의 적체 인사 해소와 정부 부처 간 알력 다툼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최한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이낙연 의원은 이를 두고 “인원과 예산을 줄이려는 해괴망측한 시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은 5일 국립보건연구원의 복지부 이관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에 따라 질병관리청과 연구기관의 역할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대해 공직사회의 조직이기주의에 대한 대통령의 경고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메르스 사태를 겪어본 질본과 국민들, 의료진의 유연하고 신속한 대처로 인해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비교적 수월하게 코로나19 사태를 헤쳐 나오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2차 재유행 뿐만 아니라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참사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다. 시의적절한 체제 개편을 통해 더욱 안전하고 튼튼한 방역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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