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한방난임 연구에 대해 “이것은 과학이 아니다”라며 논문 심사를 거부했던 영국 맨체스터대 생물통계학자 잭 윌킨슨(Jack Wilkinson)이 “이번 연구는 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명백히 입증하지 못했다(This study clearly cannot show that herbal medicine is effective, nor that it is safe)”고 말했다.
생물통계학자인 윌킨슨은 9일 메디게이트뉴스의 이메일 질의 답변을 통해 이번 연구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s, RCT)을 진행하지 않은 것을 꼽았다.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이란 해당 치료를 받은 치료군과 동시에 치료를 받지 않은 대조군을 무작위로 선정해 두 그룹 사이의 효과를 비교하는 연구를 말한다.
윌킨슨은 여러 의료단체를 전혀 알지 못하지만 기사에서 나온 비판 의견을 접하자 여기에 동의한다고 했다. 윌킨슨은 “나의 의견도 한방난임 연구의 비판 의견을 밝힌 다른 사람들의 의견(바른의료연구소, 대한산부인과학회, 과학중심의학연구원 등)과 유사하다. 이번 연구는 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윌킨슨은 “연구자가 한방난임 치료 효과를 검증하려면 분명히 대조군을 둬야 한다. 또한 연구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배정해 한방난임 치료를 받은 사람과 치료를 받지 않은 사람을 비교해 치료효과를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윌킨슨은 “연구자라면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CT)을 해야 하는 윤리적 의무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잘못된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며 “어떤 치료가 안전하고 효과적인지를 알려면 반드시 좋은 품질의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윌킨슨은 “이번 연구는 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라며 “이 논문이 검토(peer review)를 거쳐 저널에 게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14일 동국대 한의대 김동일 교수 연구팀은 2015년부터 2019년 5월까지 4년간 3개 한방병원에서 수행된 '한약(온경탕과 배락착상방) 투여 및 침구치료의 난임치료 효과규명을 위한 임상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복지부 한의약산업과의 연구용역을 거쳐 이뤄졌으며 복지부 예산 6억2000만원이 투입됐다.
연구팀은 원인불명 난임으로 진단된 만 20~44세 여성 100명을 대상으로 4월경주기 동안 한약과 침구 치료를 병행한 후 3주기 동안 임신여부를 관찰했다. 그 결과 전체 100명 중 중도 탈락한 10명을 제외한 90명 중 13명이 임신해 임신6주경 임신율은 14.4%였고 7명이 출산해 출산율은 7.78%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인공수정 임신율(13.9%)과 한방난임 치료(14.4%)의 유효성이 유사하다며 이를 근거로 한방난임 치료가 현대과학적 기준(근거중심의학)에서 검증됐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대조군 연구를 하지 못한 이유로 “대조군을 설정하는 난임 임상연구는 환자동의 확보, 예산, 연구기간 등으로 진행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대조군이 없는 전후비교 임상연구로 설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국의 사례를 보면 한방치료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진행한 다음 논문을 제출하고 있다.
바른의료연구소에 따르면, 호주 웨스턴시드니대학 캐롤린 스미스(Caroline A. Smith)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5월 JAMA(미국의사협회지)에 초기 체외수정 시 침술 효과를 평가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결과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체외수정 시 침술을 받은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을 비교했을 때 출산율에 유의한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체외수정을 시행하는 여성들의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침술 사용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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