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정덕영안과의원 정덕영 원장님, 어둡던 삶에 희망의 창을 내주며 마음까지 들여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동네의원 원장님을 칭찬합니다 입상작]② 2등 김완수씨 '내 어둡던 삶을 트여준 인술'

메디게이트뉴스 캠페인 "우리 동네의원 원장님을 칭찬합니다" 

동네의원 원장님은 지역 주민들의 건강 지킴이입니다. 가까운 거리에서 환자들의 평소 건강 상태를 확인해주고 아픈 것이 싹 낫도록 약을 처방해주십니다. 혹시라도 더 큰 질환으로 위험이 있으면 검사를 더 받아보게 하거나 큰 병원에 가보라고 알려주십니다. 환자들은 동네의원에 다니면서 아픈 것도 싹 낫고 동네의원 원장님들과 함께 건강을 지켜나갑니다. 

의료전문매체 메디게이트뉴스는 지난 연말 동네의원을 이용해본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동네의원 이용 일반인 수기 공모전, 우리 동네의원 원장님을 칭찬합니다’에서 입상한 작품 21개를 차례대로 소개합니다. 의사와 환자의 신뢰 회복의 취지로 진행하며, 일차의료기관의 중요성도 일깨워보고자 합니다. 대한의사협회가 상금을 후원했습니다.  

①1등 김선호씨: 경남 창원시 이현연합의원 정창현 원장님을 칭찬합니다 
②2등 김완수씨: 전북 전주 정덕영안과의원 정덕영 원장님을 칭찬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나이 사십대 후반이 되면서 그동안 작가로서의 창작 활동으로 눈을 혹사해서인지 눈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 본디 청소년 시절부터 안경을 썼다지만, 수년 전 늦여름에 갑자기 눈부심과 눈 속 이물감 등 시력 이상 증세가 있더니 어느 날 정초(正初) 무렵 아침에 눈을 뜬 순간 왼 눈 시야 전체에 먹물 번진 듯한 것이 출렁거렸다.

병원에 가 보니 망막이 크게 찢어져 유리체 내에 출혈이 일어났다며 레이저 시술을 받은 뒤 석 달 정도 피가 빠지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책과 컴퓨터가 친근한 내겐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그동안 웬만한 일이 아니고서는 병원에 안 가고, 특히 어리석게 안경값을 아끼겠다고 흠집이 렌즈를 뒤덮어도 깨질 때까지 안경을 그냥 썼던 일들이 주마등쳐럼 스쳐 가 눈물이 나왔다. 그러고서 눈 건강이 더 악화됐는데, 특히 시야를 뿌옇고 침침하게 만드는 유리체 혼탁(비문증)으로 우울한 나날을 보내야 했다.
 
그 뒤로 나는 눈 건강 회복의 희망을 찾기 위해 내 고장 전주에서는 알아준다는 안과들을 섭렵하듯 다녔다. 하지만 매번 뚜렷한 답을 들을 수 없어 오히려 내 암담한 현실만 확인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뒷산에 가 푸른 숲을 보면 눈이 좀 편해지지 않겠느냐는 조언을 해 주셔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어머니의 조언과 기도 덕분인지 삼림욕을 즐기다 정자(亭子)에서 쉬고 있을 때, 중년의 남성 등산객을 은인(恩人)같이 만날 수 있었다. 정자에 나란히 앉아 이런저런 말을 나누며 마음을 터놓는데, 어쩌다 눈 건강 문제가 화제에 올랐다. 그러다 나는 내 귀를 솔깃하게 하는 말을 들었다. 등산객이 자신도 눈이 안 좋아 고생하고 있는데, '정덕영안과의원 원장이 양심적인 사람이니 한 번 가 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며칠 뒤 속는 셈치고 그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그날 이 층에 있는 병원 앞에 다다랐을 때, 병원이 허름해 보여 적잖이 실망했다. 또 내원해 의사와 마주했을 땐 첫인상이 차갑게 느껴져 위축감과 실망감을 동시에 가졌다. 내 앞 환자를 대할 때 느꼈지만, 의사가 다소 고압적인 말투로 환자에게 혼내듯 말하는 것이었다.

의사의 진료 서비스는 특이해 다음에 진료받을 사람을 진료실이 훤히 보이는 안쪽 의자에 앉혀 대기하게 했기에 나는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소상히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대화를 가만 들어 보니 환자가 눈을 소홀하게 관리했거나 주의(注意)의 말을 건성으로 듣는 것 같을 때, 의사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진료 차례가 되자 괜히 주눅이 들었다. 그래서 분위기 전환을 위해 의사에게 소개로 병원을 찾았다고 하자 의사는 신기해하며 소개자가 누군지 물었다. 하지만 나는 정작 숲 속 정자에서 만난 등산객의 이름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남자의 인상착의를 설명하며 어렴풋이 기억나는 전(前) 직업을 댔는데, 그래도 의사는 소개자를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눈치였다.
 
의사는 곧 내 진료에 집중했다. 하지만 의사가 여는 포문을 나라고 피할 순 없었다. 내가 건강염려증적인 말을 할 때도 의사의 잔소리 아닌 잔소리가 이어졌는데, 상담이 이어지는 동안 곧 그것이 환자를 위한 충고였음을 알 수 있었다. 의사는 내가 오랫동안 늘어놓는 신세타령에 가까운 하소연을 귀 기울여 들어줬다.

대화 중 과거에 수정체를 다친 적 있었느냐, 오른 눈은 망막 열공이 아니라 망막 변성으로 레이저 시술을 받은 흔적이 보인다는 등의 문제 제기부터 예전에 받은 레이저 시술들은 다 잘됐고, 망막도 잘 붙어 있으니 안심하라는 답변까지 꼼꼼하게 해 줘 점점 안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차라리 백내장 수술을 일찍 받으면 시력이 개선돼 지금보단 눈이 편하지 않겠느냐는 내 물음엔 '사익을 취하기 위해 눈이 멀쩡한 환자한테도 백내장 수술을 권하는 병원들이 많이 있는데, 그런 유혹에 혹해서 눈에 함부로 손을 댔다 낭패 보면 누구를 원망하겠느냐'고 혼낼 때는 나를 기분 좋게 머쓱하게 했다. 나는 그제야 의사가 겉보기와는 달리 인술을 펼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동안 숱하게 안과들을 들락거리면서 불신과 회의감이 쌓여서인지 한 번의 내원으론 의사를 완전히 신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쓰고 있는 돋보기가 내 눈에 맞는지 확인할 겸 얼마 뒤 다시 내원했는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바꾼 지 얼마 안 된 원거리 안경을 새로 맞추고 싶다고 하자 의사가 이번엔 자신이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보여주며, "내가 이 안경을 십 년째 쓰고 있는데, 아무 이상 없다. 안경에 헛돈 쓰지 말라"하고 단호하게 말해 깜짝 놀랐다.

처음엔 아래층에 안경원이 있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면서도 '아, 이분이 진심으로 환자를 위하는구나'하는 생각에 부끄럼과 감동이 동시에 밀려들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선물하기 위해 집에서 미리 준비해 가져갔던 내 개인 시집을 건넨 뒤 추천으로 처방해 준 영양제를 사 들고 흐뭇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었다. 
 
의사는 인문학에도 소양이 있었는지 내가 작가라는 사실에 큰 관심을 가진 사람이었다. 건강에 유난을 떤다고 흉볼까봐 자주 가지 않았지만, 의사는 지금도 내게 주치의같이 든든한 믿음을 준다. 지난 늦가을에는 시조집을 냈는데, 다시 병원을 찾게 되면 책과 함께 덕분에 잘 있는 내 눈 안부를 전하고 싶다. 그땐 의사가 나를 더 반기며 허물없이 대해 줄 것 같아 벌써 마음이 설렌다. 속된 말로 츤데레라고 하던가.

내 어둡던 삶에 기꺼이 희망의 창(窓) 하나를 내주며 마음을 들여다봐 준 정덕영안과 원장을 깐깐한 듯싶어도 은근한 인간미를 가진 우리 동네 명의(名醫)라 칭찬하고 싶다. 또 다시는 만나지 못했어도 나를 좋은 병원에 소개해 준 등산객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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