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낙태죄 폐지 여부 선고 D-1…여성의 자기결정권 우선시하고 임신 12주 이전 낙태 허용을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폐지 여부 판단이 사회적으로 초미의 관심사다. 헌재는 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의 위헌성을 확인해달라는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판단을 오는 11일(내일) 오후 2시에  선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는 7년 전인 2012년 4대 4로 낙태죄 합헌 결정을 내렸다. 최근 여성단체 및 일반 시민들까지도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취지에서 낙태죄 '폐지' 목소리를 높아진 현실을 반영한 변화한 시대 분위기상 무조건적으로 합헌 결정을 내리긴 어려울 것이다. 반면에 당장 낙태를 전면 허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회에 입법을 촉구하는 방식의 주문이 나올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위헌 혹은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릴 가능성에 무게가 있어 보인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즉시 효력을 상실하면 법적 공백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생길 수 있어 법 개정을 위한 시한을 두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위험성이 없는 임신 초기에는 낙태를 인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현행법과 같이 낙태를 전면 금지할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준을 두고 산모의 자기결정권을 우선시하고 제한적으로 임신 12주 이전에는 낙태를 허용하는 결론이 나올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현재처럼 인공임신중절(낙태) 수술을 시술한 의료진을 처벌하도록 유지하고 불법으로 규정한다면 낙태는 점점 음성화하고 부작용 피해만 커질 수 밖에 없다. 모자보건법 14조에 우선적으로 추가해야 할 조항은 산모의 자기결정권을 우선시하고 제한적으로 임신 12주 이전에는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삭제 대상으로 논란이 되는 조문으로는 '모자보건법 14조는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優生學的)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인공임신 중절수술을 허용하고 있다'이다.

최근 국가인권위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장애 여성을 강제불임 시술이나 낙태로부터 보호할 것을 권고했다"며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우생학을 바탕으로 한 장애 차별적 조항으로, 장애 여성 당사자의 동의 없는 강제불임 시술이나 낙태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고 장애인을 열등한 존재로 인식하게 하는 낙인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폐지에 대해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모자보건법 시행령 제15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의 개정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는 임신 12주 이전에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중절을 허용하는 경우에 그 절차와 방법이 보완 입법이 필요해질 것이다.

현행 모자보건법이  일본의 우생보호법을 차용해 만들다보니 46년이나 지난 지금 의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개정돼야 할 것이 많다. 산모와 배우자를 중심으로 한 낙태 허용 사유보다 태아와 관련한 사유가 추가돼야 한다. 임신 24주라는 허용기준은 24주만에 출생한 신생아도 치료가 가능한 현재 실정과 맞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25개국은 낙태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반면 아이슬란드, 영국 등 4개국은 사회경제적 이유를 제외하면 낙태를 할 수 없다. 한국을 비롯한 아일랜드, 이스라엘, 폴란드 등 6개국은 사회경제적 이유로 낙태가 불가능하지만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낙태죄를 폐지 의견이 힘을 얻으며 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일랜드는 지난해 5월 국민투표로 수정헌법을 발의해 임신 주수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는 안이 발의됐다. 폴란드의 경우에는 극우집권정당인 '법과정의당'이 낙태전면금지법을 발의하자 수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검은 시위'를 벌여 해당 법안이 폐기됐다.

독일에서 낙태는 여성의 권리라며 독일 여성들은 임신갈등상담소인 프로파밀리아(pro-familia)같은 공식 상담소에서의 상담을 거쳐 수술이 가능하다. 단 임신중절을 결정한 여성에 대해서는 철저히 비밀을 보장하고 있다.

이번 헌재의 낙태죄 판결로 인한 파장이 클 것이다. 헌재의 현명한 판단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낙태죄 논란의 종결이 아니라 새로운 갈등의 시작이 될 것이다.
모자보건법 제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① 의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경우에만 본인과 배우자(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동의를 받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
1.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優生學的)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2.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3. 강간 또는 준강간(準强姦)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4.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5.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② 제1항의 경우에 배우자의 사망ㆍ실종ㆍ행방불명, 그 밖에 부득이한 사유로 동의를 받을 수 없으면 본인의 동의만으로 그 수술을 할 수 있다.

③ 제1항의 경우 본인이나 배우자가 심신장애로 의사표시를 할 수 없을 때에는 그 친권자나 후견인의 동의로, 친권자나 후견인이 없을 때에는 부양의무자의 동의로 각각 그 동의를 갈음할 수 있다.
[전문개정 2009. 1. 7.]

모자보건법시행령 제15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① 법 제14조에 따른 인공임신중절수술은 임신 24주일 이내인 사람만 할 수 있다.

② 법 제14조제1항제1호에 따라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은 연골무형성증, 낭성섬유증 및 그 밖의 유전성 질환으로서 그 질환이 태아에 미치는 위험성이 높은 질환으로 한다.

③ 법 제14조제1항제2호에 따라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는 전염성 질환은 풍진, 톡소플라즈마증 및 그 밖에 의학적으로 태아에 미치는 위험성이 높은 전염성 질환으로 한다.
[전문개정 2009. 7. 7.]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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