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폭행은 환자 안전과 직결…미국은 가중처벌,영국은 무관용 원칙

신경정신의학회, 故 임세원 교수 추모 넘어 안전하고 편견없는 진료환경 대책 논의

[메디게이트뉴스 김지혜 인턴기자·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 본4] 지난해 12월 31일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가 외래진료 도중 불의의 참사를 당했다. 그간 의료기간 도처에서 의료진을 향한 무분별한 폭행이 자행돼왔지만 이제 의료진 폭력은 환자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안전한 의료의 실현을 위해 국가차원의 제도적 개선과 홍보로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고 정신과 의사 또한 그에 대한 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11일 서울 홍제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주최한 ‘춘계학술대회 및 제62차정기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공유했다. 

“임세원 교수, 안전하고 편견 없는 진료 환경 구축 위해 힘써”

경희의대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사건 당일 고 임세원 교수와 메신저에서 의대 강의를 할 예정이라는 대화를 주고받았다. 사망에 대한 첫 기사에서 ‘평생환자를 위해 헌신하신 고 임세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님을 추모합니다’ 라고 실명이 거론됐고 ,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예의주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일간지 기자가 페이스북에 관련 글을 올리는 데 이어 의사들은 응급실에서 본 환자들의 이야기를 썼다. 힘들 정도의 고통을 겪는 사람도 있고 참혹함도 있었다. 임 교수의 일이 곧 자신의 일이라고 스스로 되뇌이면서 힘겨운 치유의 여정을 함께 했다”고 했다. 

백 교수는 “고인의 가족들은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쉽게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고인의 유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일을 계기로 앞으로 많은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백 교수는 "임 교수는 환자와 제일 처음 만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책임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고 회고했다.

백 교수는 “한 환자의 유가족분은 임 교수가 진심으로 따뜻하고 자상한 분이었다고 했다. ‘앞으로도 쫄지말고 힘내세요‘라고 하면서 의사 입장에서 여러 이야기를 해줬다며 선하고 따뜻한 눈빛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좋은 동료이자 따뜻하고 자상한 의사였던 임 교수는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책임감이 넘쳤다 그는 생전 신경성 요통, 우울증 등을 앓고 있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상의 반복성을 회복하려고 했다. 고통을 회피하지 말고 부딪혀서 이겨내자고 했다”고 밝혔다. 

임 교수의 대표적인 업적인 ‘보고 듣고 말하기’ 라는 프로그램은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지키는데 동기부여를하기 위해 만들었다. 백 교수는 “그는 자살예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의 어떤 시기에 삶을 포기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때가 있다”라며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의 노력으로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의료인 폭행은 환자 안전과 직결…미국은 가중처벌,영국은 무관용 원칙  ​

마음드림의원 정찬승 원장은 실제 발생하는 의료인 폭행보다 훨씬 더 낮은 피해 보고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낮은 피해 보고율의 원인은 의료진이 환자의 폭력에 노출돼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 대한 저항, 폭력을 당하는 것을 ‘직업활동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안이함, 폭력의 책임을 정신질환자에게 돌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 보고체계나 대응 체계의 미비 또는 난해함, 고객은 늘 옳다는 그릇된 고객 서비스 방침 등을 꼽았다.

정 원장은 “폭력 피해에 대한 고통은 굉장히 광범위하다. 부상, 사망, 불면, 우울등 심리적인 반응 외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가져온다. 장기적으로는 결근, 직업만족도 저하, 생산성 저하 등 환자를 돌보는 것에 질적인 저하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폭력 없는 안전한 의료를 위해 국가차원에서 폭력 예방을 위한 정책을 세우고 홍보해야 한다. 폭행과 관련한 처벌 규정을 강화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보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이는 의사의 안전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환자와 의사, 모든 치료진의 안전, 즉 의료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라며 “그 목적은 고통에 빠진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의료진 폭행 발생 시 미국은 가중처벌을 내리고 영국은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 선진국은 국가 차원에서 의료진 안전을 보호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의 50%가 수련기간 중 폭력을 당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처벌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 서비스 전반에 대한 풍부한 자원이 투입돼야 한다. 시민들에게 의료에 대한 이해를 넓혀 의사-환자 간 의사소통과 이해가 필요하다”라며 “의료진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부추기는 대중매체의 형태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제는 추모를 넘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 할 때"

성균관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오강섭 교수는 “이제는 고인에 대한 추모의 단계에서 벗어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며 "사회적으로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개선과 차별 철폐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정신보건 영역에서 급성기 치료 환경의 개선,퇴원 후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지역사회 인프라의 확충이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의료인 안전을 위한 임무는 첫째 안전한 진료환경을 위해 안전교육을 의무화하고 안전한 진료실을 구축해야 한다”라며 “둘째, 차별 없는 진료를 구현하기 위해 극빈층 환자 치료비를 지원하고 방치 환자의 진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다양한 분야에서 모범이 됐던 임세원 교수 따라잡기 활동이 필요하다”라며 임세원 아카데미 활성화 등을 꼽았다. 이밖에 정신건강의학과 환자들의 입원 절차 개선 및 포괄적 진료에 대한 개선, 인권과 생명권의 조화와 이해 증진, 정신의학의 사회 공헌 활성화 등을 꼽았다. 

오 교수는 “임 교수 순직의 의미는 위험한 진료환경, 그릇된 정신보건 정책, 중증 환자의 방치, 숭고한 희생 정신이다. 임 교수의 유족은 1억원 기부를 통해서 고인의 정신을 전달하는 성숙한 대처를 보였다”라며 “많은 사람들이 다양하게 그를 추모해주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준다면 임교 수의 순직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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