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할 외과의사가 없다"…30년 뒤 90대 외과의사에게 위암 수술 받아야 할지도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40화. '수술 절벽' 외과계 의사 부족 전망 

지난 15일 한 언론에서 외과계 의사 수급 전망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보건복지부의 발표 자료를 바탕으로 전국 외과, 흉부외과 전문의 8300여명 중에 50대 이상이 4554명으로 50% 이상을 차지하고, 20년 이내에 대부분 퇴직한다는 내용이었다. 반면, 이 빈자리를 메울 젊은 외과계 의사 지원율은 십년 넘게 마이너스 상태다.

20년간 현장에 투입될 외과계 의사는 3200여명으로, 단순 계산만으로도 퇴직하는 외과계 의사에 비해 1000명가량 적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빠르게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외과계 수술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위암 통계만 보더라도 2015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35~64세까지는 인구 10만명당 위암 발생률이 65명에 불과하지만 65세 이상부터는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이 227명으로 4배 가량 증가했다.

이렇게 수술 수요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 확실한데, 의사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 결국 외과계 의사가 없어서 수술을 받지 못하는 ‘수술 절벽’이 10년 안에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은 외과계 전문의를 전 세계에서 가장 쉽게, 자주 만날 수 있는 나라다. 도심 지하철역 앞 거의 모든 빌딩에 외과가 들어가 있다. 이는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보기 힘든 풍경이다. 강남역이나 신사역의 경우 한 빌딩의 2층부터 20층까지 모든 층에 외과 전문의가 상주하고 있기도 하다. 그만큼 도시에서도 시골에서도 언제나 외과 전문의를 만날 수 있다. 다만, 그 외과가 일반외과, 흉부외과는 아니고 '성형외과'일 뿐이다.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ISAPS)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형외과 의사 수는 2016년 2330명으로 세계 4위였다. 인구 대비 성형외과 의사 숫자는 월등히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인구 14억명의 중국 내 성형외과 의사가 2800명, 인구 13억명의 인도 내 성형외과 의사가 2000명이라고 하니, 우리나라 성형외과 의사가 얼마나 많은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외과계 의료가 비대칭이 된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힘들고 고된 수련 과정에, 기대 수익은 형편 없고, 취직 자리마저도 부족한 데다가 사고 위험은 너무 높아서다. 의사 스스로 아주 대단하고 특별한 희생 정신이 있지 않는 한 외과를 선택하기가 마뜩잖다. 물론 그 희생은 나 뿐만 아니라 내 가족들의 희생까지 담보해야 하고, 이는 외과 선택에 더욱 주저함을 준다. 

외과 의사 부족에 대한 해결책은 간단하다. 위에 언급한 이유들을 반대로 뒤집어서 그에 맞는 방향으로 정책들을 추진하면 된다. 외과의 기대 수익을 높여 주고, 위험은 분산시켜 주고, 취직 자리를 늘려서 전공의들의 힘들고 고된 수련 과정을 덜 힘들게 만들어 주면 된다. 

정부의 노력으로 작가의 이번 그림이 과한 상상력에 따른 설레발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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