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박리 진단못한 응급의학과 의사 '징역형'...응급의료, 붕괴 위기 넘어 파국으로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전라북도의사회 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전공의 시절 대동맥박리를 진단하지 못해 재판에 넘겨진 응급의학과 의사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고등법원 제9형사부는 17일 업무상과실치상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말  의사면허취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에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형을 선고 받으면 의사면허는 취소될 수 있다. 

법원의 최근 들어 유사한 판결을 보면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더욱 절실하게 느낀다. 세계 어느 나라도 질병명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했다며 의사에게 민사적 책임은 묻는 곳은 있어도 형사책임을 묻는 곳은 없다.

필수의료 분야 의사들의 형사적인 처벌을 면책하고 필수의료를 제공받은 환자가 사망·상해 시 종사자에게 공소권을 적용하지 않도록 명시해야 한다.  

지난 3월 대구에서 발생한 '응급실 뺑뺑이 사건' 피의자로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경찰 조사를 받은데 이어 이번 서울고법도 말도 안 되는 판결을 하면서 필수의료의 종말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 대해 정부는 대책 마련에 지지부진했고, 그러면서 법조계까지 필수의료 대란을 촉진시키고 있다. 

응급의료는 붕괴 위기를 넘어 이제 파국으로 가고 있다. 

응급의학과 전공 포기비율은 수년 전 이미 10%를 넘었다. 이번 판결을 보면서 응급의학과 전공의의 중도 포기가 증가하고 지원자는 소아과의 지원자 감소 위기보다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번 판결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응급실이 아닌 개원가로 탈출하면서 응급실 진료대란은 이제 우려가 아닌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2심 판결문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1심 판결과 동일한 판단을 한 점으로 봐서 1심 판결문을 살펴보면 쟁점은 다음과 같다.

사건개요는 2014년 9월 11일 새벽 0시 55분, 65세 여성 환자가 잠에서 깰 정도의 흉부통증, 안면부감각이상, 식은땀, 구토 등의 증상을 호소하면서 응급실에 왔다. 새벽 1시 49분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심전도, 심근효소, 흉부방사선(CPA) 검사결과에서 이전과 동일 급성위염으로 판단했다. 3시 30분에 환자 통증(등 부위 방사통)이 심해져 보호자 심장내과 진찰요구를 거절했다. 5시 29분에 진통제를 투여한 후 증상이 완화되자 퇴원 조치했다. 오전 10시  대동맥 박리에 의한 의식소실(양측성 다발성 뇌경색)이후 심정지와 자발순환회복(ROSC)을 거쳐 현재는 콤마(COMA) 상태다. 
 
업무상 과실치상 죄에 대해 형사1심 판결문에서 의료과오사건에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려면 결과발생을 예견할 수 있고 또 회피할 수 있었는데도 예견하거나 회피하지 못한 점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최선의 주의의무)

재판부는 "피고인은 당시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피해자에게 발생한 흉통의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 흉부CT검사 등의 추가적인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피해자가 수술 등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이에 위반해 피해자를 단순히 급성 위염으로 추정 진단하고 진통제 등만을 투약 처방한 채 퇴원시켰다. 피해자로 하여금 조기에 대동맥박리를 진단받고 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상실하게 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업무상 과실치상죄가 성립한다"고 했다.
 
재판부 업무상 과실치상죄 판단 이유 
1)대동맥박리는 통증 자체가 대동맥박리를 의심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다. 중재원 감정을 통해 피해자의 증상호소와 중간에 등 쪽의 방사 통이 이미 대동맥박리가 진행됐을 것으로 의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가 나왔다.  
2)호발연령대(60대), 고혈압, 뇌경색 과거력 주요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다.
3)흉부 CT 권유 보호자 거절했지만, 의료법 위반 사실과 함께 인정할 수 없다.
4)가슴통증과 오심, 식은땀은 심근경색을 의심해야 하고 검사에 이상이 없다면 급성 흉통을 일으킬 수 있는 대동맥박리, 기흉, 식도파열, 장 천공 등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고혈압과 심비대 증상(이전 CPA와 동일)에는 흉부 CT검사 등의 추가적인 진단검사를 할 필요가 있음에도 시행하지 않아 조기 진단의 기회를 상실하게 한다.  
5)상행대동맥(A형)박리는 40%의 환자들이 사망, 초기 치사율이 1시간에 1~2% 증가하며 초기 수술이 예후를 결정한다.
동맥박리 수술을 담당한 의사는 수술 전에 심한 저혈압(쇼크)과 심장마비가 저산소성 뇌손상의 주요 원인, 처음 병원에서 수술을 진행했더라면 이후 의식저하 저혈압, 심장마비가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또 A형 대동맥 박리 증의 응급수술에 따른 뇌손상 가능성이 12~15%인 것을 고려하면 현재 피해자의 저산소성 뇌손상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건이 중요한 것은 최선을 다한 의사에게 형사적 책임을 물었다는 것이다. 법률적으로 민사적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한쪽이 다른 사람에게 재산상의 손해나 기타 피해를 입어 그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반면, 형사적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어떤 사람(가해자)이 다른 사람(피해자)에게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위법행위를 하여 가해자에 대한 국가의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에 따른 의료사고 판례를 보면 민사소송의 경우 의료사고에 다른 원인이 없다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정도면 의료과실로 인정, 손해배상을 할 것을 명하고 있다. 반면 형사소송의 경우에는 의사의 과실이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실해야만 ‘유죄’로 인정하고 있다.

의료사고로 인한 의료인의 형사적 책임을 묻는 경우에는 주로 업무상과실치사상죄(형법 제268조)가 문제가 되는데,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의료인을 처벌할 만큼 의료인의 과실이 명백해야 한다.

법원은 중재원의 감정과 다른 피고 측의 반론에 대한 판단조차 없이 판단했다. 더구나 피해자의 증상 호소와 중간에 등 쪽의 방사통이 이미 대동맥박리가 진행됐을 것으로 의심하는 것만으로 추가적인 검사를 하지 않은 원인이 환자의 악결과와 직접적인 과실이라고 인정한 것도 타당하지 않다. 이는 마치 화재가 났을 때 구조활동을 하던 소방서 직원이 다른 방에 사람 있었으나 이를 확인하지 못해서 사망한 데 대한 책임을 지우려는 것과 같다. 

이번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것은 증거의 채증을 잘못해 내린 잘못된 결론이다. 통상적인 의사라면 누구나 알 수 있었던 사실이지만 이 같은 판단을 간과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절망적인 법원의 판단오류는 사실심에서 바로 잡아야 하는데, 이를 상급법원에서조차 바로 잡지 못한다면 법률심인 대법원의 판단은 더욱 제한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응급의료 붕괴 위기를 넘어 이제 파국으로 만들고 국민건강을 중대한 위험으로 몰아간 서울고등법원  채증의 원칙에 위배된 판결에 책임을 묻고 싶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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