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대구 첫 등장→2019년 29개 지자체 참여...안전성·유효성 입증했다는 거짓 보고로 전국 확산
[지자체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의 현황 및 문제점 분석②] 시군구에서 광역 지자체로 지원 늘어나 문제
지자체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의 현황 및 문제점 분석 대한의사협회 한방정책특별위원회와 의료정책연구소가 바른의료연구소 김성원 고문(고려의대 의료통계학 안형진 교수 공저)에게 의뢰한 '지자체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의 현황 및 문제점 분석'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다. 315쪽에 달하는 이 보고서는 김성원 고문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전국 지자체에 직접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얻어낸 내용을 기반으로 한다. 김 고문은 유효성과 안전성이 미입증된 지자체 한방난임 지원사업은 오히려 난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번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①지자체 정보공개청구 이유 "3년간 한방난임 지원 사업 예산 57억, 객관적 근거 부족" ②2009년 대구 첫 등장→2019년 29개 지자체 참여...안전성·유효성 입증했다는 거짓 보고로 전국 확산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지자체 한방난임 지원사업은 한의계가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한 임상 관찰연구에서 시작됐다. 처음 지원사업이 시작된 연도는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2019년 기준으로 29개 광역지자체가 참여할 정도로 확대됐다. 첫 단추부터 한방난임치료가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한 것처럼 잘못 보고되면서 지자체의 성과로 꼽힌 것이 문제였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대구한의대 산학협력단은 대구광역시 동구보건소와 동구한의사회의 지원을 받아 한의약 건강증진 HUB보건소 사업을 시행했다. 체외수정 시술 전 한방난임치료를 시행한 대상자들의 체외수정 시술 성공률을 분석해 한방치료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연구결과 체외수정 시술 전에 18명 중 3명이 임상적 임신을 하고, 한방치료 후 체외수정을 시술한 13명 중 6명이 임상적 임신을 했다.
바른의료연구소 김성원 고문은 보고서에서 "이 사업에는 대조군이 없으므로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할 수 없다. 그런데도 체외수정에 의한 임신까지 임신성공률에 포함시켜 한방난임 치료가 효과적이고 안전한 것처럼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대구한의대는 2010년에도 달성군 보건소의 지원을 받아 2009년과 같은 연구를 시행했다.
2011년 대구광역시 사업에서는 최대 120일까지 한약을 복용했으며, 동 기간 침구치료를 병행했다. 연구결과 총 106명 중 12명이 자연 임신했고, 한방치료 종료 후 체외수정 시술자 29명 중 10명이 임신했고, 인공수정 시술자 9명 중 2명이 임신했다. 총 24명의 임신 중 4명이 유산해 임상적 임신율을 18.9%로 보고했다.
당시 사업에 참여한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 “보조생식술 전 한방치료의 자연임신율은 11.3%지만 이 치료를 받은 체외수정 임신 시술자의 임신성공률은 34.38%였다. 한방치료가 자연임신은 물론 보조생식술의 임신율 제고에 일정한 효과를 가짐을 알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고문은 "이 사업에서 한방치료의 임신율 11.3%는 저조한 성적이다. 또한 2011년 난임부부 지원사업에서 체외수정의 임신율이 31.1%인 점을 고려하면 이 사업 에서 체외수정의 임신율(34.3%)은 선행 한방치료로 제고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고 했다.
2011년도 인천광역시 사업은 지역 한의원에서 실제 시행되는 여성 난임치료의 결과를 알아보기 위한 연구로써, 시술 한의사의 한의학적 진단 및 변증에 따라 임의로 결정해 3개월간 한방난임치료를 했다. 치료를 종결한 79명 중에서 객관적으로 임신이 확인된 대상자는 10명(12.7%)이었다.
이처럼 관찰연구 형태의 한방난임사업 이후로 2011년부터 한방난임사업을 시행하는 지자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2011년도에는 경기도 화성시, 2012년에는 대구광역시 달성군, 인천광역시 남동구, 2013년도에는 익산시, 광주광역시 서구, 수원시, 김포시, 인천광역시 서구, 제주특별자치도, 제천시, 2014년도에는 부산광역시, 남원시, 울산광역시 동구와 중구, 2015년도에는 경상북도, 고양시, 천안시, 2016년도에는 대전광역시 서구, 서산시, 안양시 등이 새로이 한방난임사업을 시작했다.
2009년, 2010년에 각각 한 지자체씩만 한방난임사업을 시행했으나, 2011년과 2012년에는 각각 3곳,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각각 9, 14, 16, 17곳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그 이후 김 고문이 본격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시작한 2017년도에는 경기도, 경상남도, 경상북도, 대구광역시, 부산광역시, 제주도 등 6개 광역지자체에서 한방난임사업을 시행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8년도에는 2017년의 6개 광역지자체 이외에 서울특별시와 전라남도가 새롭게 진입했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 중 4곳(금천구, 노원구, 성동구, 은평구)에서 한방난임사업을 시행했다.
2019년에는 2018년의 8개 광역지자체 외에 충청남도가 신규로 한방난임사업을 시작했다. 서울시의 경우 2018년 4개 자치구에서 2019년 12개 자치구(강남구, 강북구, 강서구, 관악구, 광진구, 금천구, 노원구, 마포구, 성동구, 용산구, 은평구, 중구)로 사업을 확대했다. 결국 2019년에는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반수가 넘는 9곳(53%)에서 한방난임사업을 시행했다.
한방난임사업을 시행한 시군구 지자체 수는 2017년 23곳에서 2019년에 20곳으로 미미하게 감소했다. 이는 광명시, 군산시 등이 새롭게 사업을 시작했지만, 일부 시군구 지자체들이 사업을 중단하거나 광역지자체 사업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2018년에 울산동구, 2019년에 울산중구와 광주서구 등이 사업을 중단했다. 반면에 서산시, 평택시, 천안시 등은 2019년도에 충청남도 사업에 시작했고 자체적으로 시행하던 일부 지자체들도 경기도 사업에 합류했다.
보고서는 결국 시군구 지자체 위주에서 광역지자체 중심으로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의 광역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실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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