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병원, 서남의대 주인 멀어지나?

이홍하 측, 인수자 독자공모…330억이 관건

사분위는 구재단의 인수 동의 필요성 강조

지난 2월 명지병원은 서남대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선정 이후 명지병원은 어느새 '서남의대 명지병원'이 돼 있었다.
 
기자가 한 지인으로부터 '서남의대 명지병원' 교수 발령 소식을 들었을 때 쯤, 한 신문 지면광고엔 아래와 같이 뜬금없는(?) 공고가 났고, 서남대는 다시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됐다.
 



 
이것은 서남대학교 설립자이자 학교 부실화의 주범인 구재단 측이 조직한 '서남대 정상화 추진위원회'란 단체에서 낸 공고다.
 
정상화 추진위원회는 교육부에서 파견했던 임시이사회의 결정과는 별개로 다른 인수자를 찾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우선협상대상자(명지병원) = 새로운 대학 인수자'라고만 여겼던 사람들은 이 공고가 구재단의 가능성 없는 욕심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구재단이 과거부터 학교를 다수 보유하고 오랫동안 운영한 경험이 있는 '사학' 전문가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서남대 명지병원 우선협상자 선정 과정
 
작년 서남대는 이사장 횡령과 의대 부실운영으로 퇴출 위기에 몰렸었다.
 
교육부는 학교 정상화를 위해 9명의 관선이사(=임시이사)를 파견했고, 이들은 올해 2월 명지병원을 '대학 정상화를 위한 재정지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명지병원은 다음과 같은 '8개 조건부 이행요구사항'을 수용하면서 우선협상자가 됐고, 인수 절차에 박차를 가한다.
 

 


6월 3일 열린 임시이사회는 명지병원 의료진 93명을 서남대 의과대학 교수로 임용했고, 이들의 급여는 서남대에서 지급하기로 했다. (현재 서남대 1년 총수입: 170억, 93명 예상 월급: 120억)
 
이후 명지병원의 보도자료엔 '서남의대 명지병원'이란 태그가 붙기 시작했고, 병원 측은 교수 타이틀을 내건 의사 채용까지 진행한다.
 



 
물론 명지병원은 서남의대와 교육협력병원 협약을 체결해 '의대'와 '의대 교수' 타이틀을 붙일 수 있다.
 
하지만 병원은 여전히 '우선협상자 신분'이어서, 최종 인수자가 되지 못하면 '의대'와 '의대 교수' 타이틀까지 반납해야만 한다.
 
 
인수자 결정하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이 사안은 다양한 이슈들이 복잡하게 꼬여있고, 고려해야 할 디테일이 많다.

이런 문제들은 추후에 다루기로 하고, 일단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의 역할과 권한을 살펴보자.
 
 
사학분쟁조정위원회 :
임시이사의 선임 및 해임, 임시이사가 선임된 법인의 정상화 추진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설립 목적 및 근거:
사립학교법 제24조의2 규정에 따라 임시이사 선·해임 및 임시이사 선임법인의 정상화 추진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교육부장관 소속으로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운영
 

 
요약하면 사분위는 서남대처럼 자구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사학을 정상화하기 위해 존재한다.
 
사분위는 문제가 있는 사학에 임시이사를 파견한 후 그들로부터 정상화추진계획서를 받아 심의하는 역할을 한다.
 
사학법에 따라 서남대 임시이사회는 그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명지병원과 협의해 '정상화추진계획서'를 사분위에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사분위는 심의를 거쳐 새로운 주인을 결정하고, 명지병원은 서남대의 주인이 될 것이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거 뭔가 찝찝하다.
 
지금의 대통령께서 온몸을 다해 개정을 막았던 사학법이 아닌가?
 
기자 상식엔 적어도 우리나라 사학법은 설립자의 재산권을 '매우' 존중한다.


게다가 사학법에 빠삭한 구재단 측에서 새로운 재정기여자를 공모했다.

구재단 측이 뽑은 재정기여자는 어떻게 될까?

 
결국, 다양한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사분위의 사무관과 직접 통화를 했다.
 

기자 : 지금 서남대 임시이사회에선 명지병원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구재단에서도 재정기여자를 뽑아 정상화추진계획서를 제출하려는 것 같다. 양쪽에서 모두 제출할 경우 둘 다 유효한가?
 
사분위 사무관 : 그렇다. 사분위는 사학 정상화를 위해 더 좋은 선택을 찾기 때문에, 당연히 양쪽에서 제출할 수 있고 둘 다 유효하다.
 
 
기자 : 학교를 인수하려는 법인이나 개인은 사분위에 정상화추진계획서를 제출할 때, 반드시 설립자와 재단 임원들의 동의를 받아 제출해야 하는가?
 
사분위 사무관 : 원칙적으로도 그렇고 대부분 동의를 받아 진행되었다.
 

기자 : 예외가 있는가?
 
사분위 사무관 : 있긴 하다. 선덕학원이 그랬다.
 

기자 : 예외였던 이유는?
 
사분위 사무관 : 선덕학원 설립자 역시 임시이사회와는 별도로 새로운 정상화 방안을 제출했으나,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어 임시이사회 제출안이 설립자 동의 없이 채택됐다.
 



사분위 사무관에 따르면 임시이사회 선정과는 별개로 구재단 측 역시 재정기여자를 공모해 정상화추진계획서를 제출할 수 있고, 사분위는 공정하게 평가할 뿐이라고 한다.

문제는 구재단이 아닌 임시이사회의 제안이 받아들여지더라도, 반드시 구재단의 동의 절차를 밟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선덕학원의 경우 터무니없는 제안만 계속해, 예외적으로 설립자 동의 없이 임시이사회의의 계획서를 받아들인 경우다. (선덕학원은 결국 사분의 제도 자체에 대해 헌법소원까지 제기하지만 패소한다)

 
이쯤 되니 상황이 좀 미묘하다.
 
명지병원은 현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긴 했지만, 서남대 구재단과 어떻게든 손을 잡아 동의를 구하든지, 아니면 구재단이 말도 안 되는 정상화 방안을 제출하는 데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구재단 측 계획은???
 
구재단이 명지병원과 손을 잡거나, 아니면 (선덕학원이 그랬듯) 다시 학교를 손에 넣기 위해 무리수를 둘 가능성은 없을까?

 
이홍하 서남대 전이사장은 임시이사회의 명지병원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에 반발해 '서남대 재정기여자 선정 불법행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그러나 기각됐다.)
 
구재단 측 관계자는 명지병원이 재정기여금 35억만으로 학교를 인수하려는 꼼수를 부리는 것 같다고 전했다.
 
구재단은 새로운 재정기여자 선정에서 본인들이 횡령했던 330억 변제를 인수 조건으로 내걸 가능성이 커, 명지병원과 손잡을 확률은 여러모로 높지 않다.
 
 
게다가 지난 8월 수감됐전 이 전이사장하게 예상 밖의 일(?)이 생기면서 변수가 더해졌다.

전이사장이 수감 중인 다른 재소자에게 폭행을 당한 것이다.


재벌이나 사학 주인이 수감 중에 특별한 일이(?) 생기면 의심부터 하기 십상이지만, 이번 사고는 좀 강도가 셌다.
SDH(경막하 출혈)와 간손상에 따른 복막 출혈이 있었던 것. <출처 : 경향신문>

 

구재단 측 관계자에 따르면 폭행을 당한 후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인 이 전이사장이  재수감을 두려워하고, 2차 공판이 얼마 남지 않아 결자해지 차원에서라도 조건이 맞는 인수자만 나오면 서남대를 넘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국 횡령액 330억을 갚을 만한 개인이나 법인의 출현이 관건인데, 명지병원엔 이 액수가 버거워 보인다.
 
작년 명지의료재단의 총부채 규모는 2천 670억으로 2013년보다 183억이 증가했다.

장기차입금 역시 1천 189억원에서 1천 283억원으로, 단기차입금마저 295억원에서 380억원으로 증가해 매년 부채 이자만 70억 이상이다.
 




한편, 구재단 측의 새로운 재정 기여자 모집은 10월 8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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