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병원 화재사고 매뉴얼 확인해보니…대피통로 미리 파악·병원 구조 소방대원에 공유

사소한 취약점까지 매뉴얼에 전부 담아…현장에서 매뉴얼 훈련하고 꾸준히 보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병원, 재난사고 발생때 핵심 역할…화재 사고 예방에 중점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세계보건기구(WHO) 병원 안전 매뉴얼은 평소 화재 예방 점검 방법과 화재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처방안을 상세하게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이 화재 안전사고와 관련한 취약점을 갖고 있다면 사소한 부분까지 모두 파악하고 이를 상시 점검하도록 했다. 소방점검은 연례 행사로 이뤄지고 화재발생 매뉴얼은 주로 사후관리에 치중하는 우리나라와 다른 부분이었다. 
 
매뉴얼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 대피통로를 미리 확보하고 대피를 위한 지도를 구비하도록 했다. 대피통로는 불에 쉽게 타지 않는 불연성(不燃性) 물질로 만들도록 했다. 병원 내 위험물이나 구조 설계는 소방대원에 미리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병원 내부에는 화재안전팀을 두고 스프링클러나 소화기·소화전 작동 여부 등을 상시 점검하도록 하고 있다.  
 
WHO는 각종 재난이 일어나면 병원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병원이 재난 사고 예방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HO는 "병원은 환자 안전의 위협적인 상황을 모두 대비해야 한다. 실제 현장에서 매뉴얼을 꾸준히 점검하고 부족한 점을 개선해야 한다”라며 ”병원은 각종 재난사고에서 환자를 살리는 중요한 책임을 맡아야 한다”고 밝혔다.
 
26일 밀양 세종병원 응급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28일 오전 6시 기준 의료진 3명 등 38명이 숨지고 151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WHO 매뉴얼에서 병원의 화재 예방법과 화재 사고 대처법을 살펴봤다.
 
화재사고 발생 전에 대피통로 미리 파악·대피 지도 구비  
 
28일 WHO 병원 안전 평가지침과 체크리스트 등에 따르면, WHO는 화재나 지진, 홍수, 화학사고, 테러 등에 대해 대처하기 위한 재난 안전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 이 매뉴얼은 병원 외에도 소방청, 경찰, 수도 공급자, 전기 공급자, 지역사회 등 재난과 관계된 모든 관계자가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매뉴얼에서 화재 부분을 보면 병원 외부와 병원 내부의 화재 위험도를 별도로 파악하도록 했다. 도심, 산림, 농경지 등 병원 위치에 따른 화재 위험도를 측정한다. 이는 산불로 비상 사태 등 환경에 따른 재난에 미리 대응하기 위해서다. 
 
병원은 과거에 화재가 발생했던 사건이나 응급 상황을 토대로 개별 병원의 대응 방안을 보강할 수 있다. 재난 지도(map)에 위험요인을 모두 표시하고 병원의 위험 정보를 상세히 기록하도록 했다.
 
매뉴얼은 병원 모든 시설의 화재 예방 계획과 지침, 절차를 미리 갖추도록 했다. 화재 발생으로 대피를 할 경우 대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같은 층의 수평 대피와 다른 층의 수직 대피 방법을 구분하도록 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병원은 불이 났을 때 영향을 받는 병원 주변 건물 범위를 확인하고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내부 구조를 파악해둔다. 병원에는 환자가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환자와 직원이 병원을 안전하게 떠날 수 있도록 외부 안전구역으로 통하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 탈출구와 탈출구로 가는 연결통로 등에 방화벽을 설치하도록 한다. 
 
매뉴얼은 화재와 연기 발생의 조기 발견 시스템을 두도록 했다. 화재와 연기 감지 시스템을 설치하고 평소에 유지보수를 철저히 해야 한다. 병원은 평상시 화재 예방 시스템 관리를 위한 매뉴얼 교육을 해야 한다. 병원에는 10여명의 화재안전팀을 별도로 두고 병원 임직원이 상시 훈련을 해야 한다.
 
병원은 화재 위험이 높은 곳인 보일러실, 연료 탱크, 전기 설비, 실험실, 원내약국 등을 파악하고 화재 예방에 나서야 한다. 의료용 가스 탱크 등 폭발 위험이 있는 물질은 병원 밖에 설치해야 한다. 화재 위험이 높은 곳이라면 별도의 휴대용 소방기기를 갖춰야 한다.
 
재난 사고시 병원은 핵심 역할...특별 주의 당부
 
매뉴얼은 각종 재난사고에서 병원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병원이 환자를 수용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화재 예방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병원은 화상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미리 파악해둬야 한다.
 
WHO에서는 사고가 일어날 모든 경우를 매뉴얼로 만들어 대응하도록 하고 있다. 병원 구조물이 바람이 많이 불 때  화재에 더 취약할지 미리 점검해야 한다. 불이 병원 건물에서 다른 건물로 순식간에 번질 수 있는지도 미리 파악해야 한다.
 
병원 내에서 가연성 물질을 주로 사용하는 시설의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비상문과 대피통로는 불연성 자재로 만들어야 한다. 비상문과 대피통로는 환기가 잘 되도록 하고 눈에 잘 띄도록 표기해야 한다.
 
스프링클러는 화재가 발생할 때 천장에서 물을 뿌려 불을 끄는 역할을 한다. 이때 바닥으로 물이 빠질 수 있는 배관시스템을 갖추고 파손 가능성이 없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병원은 평상시 소화기와 소화전을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병원 직원들은 이를 시험적으로 사용해보고 유지 보수 실태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매년 최소 2회 이상 소방 관련 교육을 받고 사용방법을 익혀야 한다.
 
대부분의 병원 내부 구조 정보는 컴퓨터에 마련하고 있다. 컴퓨터도 화재로 인한 손상에서 보호해야 한다. 컴퓨터를 안전한 장소에 보관하고 바닥에 설치한 컴퓨터 배선 위치도 화재에 취약하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병원 지하층이라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더라도 물이 빠져나가지 않을 수 있다. 화재사고에 대피할 때 지하의 동선관리를 위한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한다. 의약품은 가연성 물질이 많아 의약품 보관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약사도 보호가 필요한 의약품 관리를 위해 화재 안전 교육을 받아야 한다.
 
화재사고 발생시 병원 구조 미리 파악한 소방대원 투입 
 

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환자와 직원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매뉴얼에서는 병원을 세부 구역으로 나눠 대피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야 한다. 방화문, 방화벽의 위치를 알아두고 문과 창문 위치를 미리 파악해두도록 하고 있다.
 
매뉴얼은 화재 사고가 났을 때 안전한 탈출로를 확보하도록 했다. 병원에는 불을 끌 수 있는 적절한 설비가 작동해야 한다. 화재 발생에 따른 행동 권고안을 게시판에 작성하고 구성원이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병원은 가장 가까운 소방본부에 실시간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해당 지역 소방대원은 병원 구조를 알고 있어야 하며 병원에서 사전훈련을 진행했어야 한다. 화재경보가 울리면 소방대원이 병원의 출입구를 바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병원 곳곳 시설의 접근 권한을 가져야 한다.
 
병원은 재난 발생에 대비한 비상 엘리베이터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소방대원이 독점적으로 입원 병실이나 중환자실 등의 환자 구조를 위해 비상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면 구조에 도움이 된다. 
 
매뉴얼은 긴급한 화재 진압을 위한 급수 장치까지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급한 불을 끄는데 도울 수 있어서다. 정기적으로 소방대원에 병원 건물 도면을 제시하고 사전에 충분한 점검을 받도록 했다. 특히 매뉴얼은 보관용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점검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도록 당부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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