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의학과 의사·작업치료사·물리치료사·사회복지사 4개 직역 "커뮤니티케어, 분절된 의료서비스 연계해야"

병원 중심적 논의만 있고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 배제됐다는 비판도 나와

사진:  '성공적인 커뮤니티케어를 위한 재활의 역할Ⅰ 장애인을 위한 커뮤니티케어의 현재와 미래' 토론회.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대한재할의학회, 대한작업치료사협회, 대한물리치료사협회,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 등 4개 단체가 커뮤니티케어에서 효율적인 재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처음으로 함께 했다. 이들은 앞으로 '하나의 재활'이라는 주제로 커뮤니티케어에서 재활이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명수 의원(자유한국당)과 기동민 의원(더불어민주당), 윤소하 의원(정의당)은 20일 국회도서관에서 '성공적인 커뮤니티케어를 위한 재활의 역할- 장애인을 위한 커뮤니티케어의 현재와 미래' 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4개 단체의 대표자들이 커뮤니티케어에서 역할과 비전을 발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그러나 정작 토론회 주제인 장애인 커뮤니티케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 현장에서는 커뮤니티케어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장애인의 목소리는 정작 배제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재활팀 주축 될 4개 단체 처음 한 자리에 모여 커뮤니티케어 고민

대한재활의학회, 대한작업치료사협회, 대한물리치료사협회,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 등 4개 단체는 팀으로서 재활을 커뮤니티케어에 정착시키기 위해 처음 모인 자리라고 밝히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커뮤니티케어에서 각 직역이 어떤 역할과 비전이 있는지 설명했다.

대한재활의학회 이상헌 이사장은 분절된 의료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안이 핵심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커뮤니티케어에서 재활을 잘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재활이 팀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빠른 속도로 접어들고 있다. 고령사회를 먼저 겪은 일본은 기관 사이도 연결돼 있다. 우리나라는 의료기관 사이도 연계돼 있지 않고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등도 분절돼 있다. 병원과 병원, 시설과 시설끼리도 떨어져 있다"면서 "이 점이 커뮤니티케어의 가장 큰 문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코쿠라리하병원은 외래 재활을 담당한다. 환자가 침상에서 일어나면 도와줘서 옆 식당까지 가는 일을 재활로 한다. 눈 뜨고 생활하고 도로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하는 모든 생활이 재활치료로 이어지는 셈이다"면서 "우리나라는 일상생활과 연결해 하지 않는 재활이 많다. 우리도 좋은 재활 자원이 많은 만큼 제도를 잘 정비해 연계하면 일본처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오늘처럼 4개 단체가 한 자리에 모인 것처럼 재활팀이 환자를 위해 제대로 평가하고 사회복귀까지 하는 플랜을 짜야한다"면서 "재활팀이 환자의 급성기 치료부터 참여해 재활치료 계획을 수립하고, 중간에 재활을 잘 못해서 상태가 악화되는 현상을 줄이자는 의미다"고 밝혔다.

그는 "급성기가 지난 회복기에는 환자가 짧은 기간에 충분한 재활을 받아 회복하게 만들고 요양병원·요양시설에 가거나 또는 지역사회로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며 "환자의 수요에 따라 요양병원의 기능을 분화하고 환자를 중심으로 의료와 복지가 함께 시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작업치료사협회 전병진 회장은 커뮤니티케어는 사람들이 작업적인 인간으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라면서 작업치료사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커뮤니티케어가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방문재활 서비스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 회장은 "어떤 인간이든 작업하지 않는 인간은 없다. 커뮤니티케어의 최종 목적은 작업적 인간을 만드는 것이다"면서 "2013년에 요양병원 또는 요양시설에서 사람들의 삶을 보고 우리나라의 수준이 이 정도구나 생각했는데 6년이 지난 지금도 요양원에서 삶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요양병원 등에 머무는 환자들의 삶에는 작업적인 개념이 들어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 회장은 "그저 숨을 쉬는 생명만 연장하는 것이 삶이 아니다. 커뮤니티케어는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서 "재활에 대한 개념을 지역사회에 심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특히 방문재활 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 재활 모델로서 방문재활을 고민하지 않으면 커뮤니티 케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강조했다.

대한물리치료사협회 강형진 수석부회장은 물리치료사의 전문성을 강조하면서 낡은 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강 부회장은 "의료 영역은 앞으로 더욱 전문화 될 수 밖에 없다. 모든 일을 의사가 다 할 수 없다. 각가자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이런 추세에서 보조 역할에 불과했던 의료기사들의 업무 기능은 세분화 되고 전문성은 점차 강화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 부회장은 "의료서비스 주체인 소비자가 요구하는 것들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의료기사에 관한 법률은 오래돼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의사 지도하에 물리치료 시행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법 개선이 필요하다"며 "커뮤니티케어에서 물리치료사는 치료 개념에서 관리하는 개념으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 김린아 회장은 커뮤니티케어에서 의료사회복지사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원활한 커뮤니티케어 작동을 위해 1인당 사례관리 수 제한 등의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모든 국민은 의료, 보건, 복지 서비스 필요한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 그 중에는 보건,의료,복지 모든 서비스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서 "사람 중심 돌봄을 익숙한 공간인 커뮤니티에서 제공하며 궁극적으로 비용 절감까지 가능케 해 돌봄 생태계의 선순환을 만들자는 것이 커뮤니티케어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커뮤니티케어에서 의료사회복지사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다. 환자의 입원시점부터 사례관리를 시작해 퇴원 후 사후관리까지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며 "현재 의료기관 안에서 근무하는 의료사회복지사는 환자 개인과 가족 등에 미시적으로 개입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지만 커뮤니티케어에서는 지역사회와 연결을 도모할 것이다. 다만 현실화를 위해서는 사회복지사 1명이 관리하는 사례수 제한 등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성공적인 커뮤니티케어를 위한 재활의 역할Ⅰ 장애인을 위한 커뮤니티케어의 현재와 미래' 토론회.

장애인 함께 참여해야 하고 커뮤니티케어 지역사회 모델 고민해야 

강동대학교 사회복지행정학과 최혜영 교수는 중도장애인으로 산 지 15년이 됐다고 밝히면서 이용자 입장에서 사회복귀 제도나 프로그램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병원 중심의 커뮤니티케어 논의를 지적하며 지역사회 모델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커뮤니티케어를 위해서는 초기부터 장애인이 참여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최 교수는 "오늘 토론회 발제는 '아직도 병원이 잘하고 있다', 각 직역단체에서 '서로 내가 제일 잘나간다'고 말하는 자리였다. 장애인 커뮤니티케어의 당사자인 장애인의 의견은 어디에 반영돼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여전히 각 직군들은 서로 벽돌을 쌓아놓고 있다. 제대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실에서 장애인들은 아직도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아무런 준비나 대책도 없이 급성기 병원에서 치료만 끝나는 대로 강제로 퇴원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그렇게 무방비 상태로 퇴원을 하고 집에서 재활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재활난민으로서 재활병원을 돌아다니면서 장기입원하는 환자들도 있다. 이들은 오랜 병원생활 때문에 또 사회로 나오기를 두려워한다"며 "이 모든 이유가 일상 복귀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모든 시스템이 치료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치료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 평범한 사람으로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때 까지의 복지 서비스가 비어 있다"면서 "재활병원을 돌아다니던 한 40대 중도장애인이 지금은 요양병원에 있다. 그런데 40대 중도장애인이 70대, 80대가 대부분인 요양병원에 있는 것이 바람직한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들 사이에서 사고방식이 변하고 결국 중도장애인의 일상 복귀는 점점 멀어진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의사, 치료사 간호사, 의료사회복지사가 함께 참여하는 재활 시스템 구축 등 정책에 아직도 당사자인 장애인은 배제되고 있다. 뉴질랜드나 스웨덴에서는 재활에 어떻게든 중도장애인을 포함해 팀을 구성한다"면서 "우리나라 절대 그렇지 않다. 이 서비스를 받는 사람은 장애인 당사자인데 전문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역사회에 나가기 위한 훈련을 왜 꼭 병원에서 해야하는지 묻고 싶다. 병원은 병원일 뿐 사회가 아니다. 지역사회와 연계에 대해 말하면서 여전히 병원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한다"면서 "20대~40대 장애인들은 사회로 돌아가 다시 평범하게 일도 하고 일상생활을 해야 한다. 이런 준비를 하려면 커뮤니티케어에서 지역사회 모델이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는 병원 모델만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중도장애인을 위한 생애주기별 재활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면서 "장애인 아니라 지역사회에 나와서 사회 구성원으로 살 사람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장애인 커뮤니티케어를 만드는 데에 초기부터 장애인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복잡한 장애인 커뮤니티케어 정책 충분히 검토하겠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권병기 과장은 장애인 커뮤니티케어 정책 추진이 노인 커뮤니티케어와 달리 어려운 이유로 대상 장애인의 연령, 장애 유형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가 다르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충분한 고민과 검토를 통해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평범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권 과장은 "복지부가 노인에 대해 1차적으로 커뮤니티케어 발표했다. 노인 커뮤니티케어는 지역사회에서 돌보지 않는 경우거나 요양시설에서 누워 있을 수밖에 없는 경우로 비교적 대상이 한정돼 있다"면서 "이와 달리 장애인 커뮤니티케어는 쉬운 과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권 과장은 "장애인 커뮤니티케어를 검토하다보니 장애인은 노인처럼 대상을 한정하기 쉽지 않았다. 연령도, 어린 나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하고 40~50대가 기대하는 부분과 노인이 기대하는 부분이 다르다. 장애 유형별 욕구도 다르다"며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는데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처럼 주거, 건강, 돌봄만 하면 되는 것도 아니다. 40~50대 장애인은 지역사회로 돌아가 직업을 가지고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장애인 커뮤니티케어가 지향하는 부분인데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권 과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뮤니티케어에서 몇 가지 영역에서 검토를 하자면, 주거, 장애인 건강을 위한 복지 서비스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장애인 당사자 전문가가 말하는 소득에 관한 문제도 세심하게 봐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전달체계를 어떻게 구축할지가 장애인 커뮤니티케어의 관건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사회 내에서 장애인의 건강권을 보장해 삶의 질을 높이는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 안에서 인센티브 구조를 따라가지 못해 추가 검토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면서 "방문진료는 전략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권 과장은 "장애인 커뮤니티케어에서도 의료쪽에 가까운 대안과 사회복지쪽에 가까운 대안이 있다. 이런 고민들이 충분히 검토되어야 하고 의료 재활 연계 되게 위해서는 수가가 반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목소리를 전달하는 게 장애인 정책국이다. 많이 검토해서 장애인 정책국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은 추진하고 건강보험에 반영될 부분은 복지부 내부에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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