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담회 개최 "전공의 1명당 환자는 150명, 문제 생기면 책임은 전공의에게?"

"이대목동병원 전공의 기소 사건 등 위험한 의료 환경 더 이상 묵인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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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전공의들이 지난해 12월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과 관련해 전공의에게 과도한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 현실을 규탄했다. 또 환자를 안전하게 보살필 수 있도록 전공의 1명당 환자 수를 줄이고, 환자 안전을 위한 명확한 수련업무지침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7일 오후 12시 서울대병원 암병원 대강당에서 '안전한 의료환경을 위한 전국 전공의 집담회'를 개최했다. 집담회를 통해 환자와 전공의들에게 위험한 현재의 의료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번 집담회는 전공의 휴게시간인 점심시간을 이용한 합법적인 집회로 구성됐으며, 전국 수련병원 20여곳에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각 수련병원과 화상회의 등을 실시해 함께 의견을 나누고 결의문을 낭독했다.
 
대전협 안치현 회장은 "오늘 집담회는 특정 의료진과 전공의를 구명하는 것이 아니며, 우리가 책임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자리도 아니다"라며 '알 수 없는 혐의로 기소된 전공의와 이 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환자들은 위험에 놓여있는 현실을 바꾸기 위한 집담회다. 전공의도, 환자도 안전한 의료 환경에서 일하고 치료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으로 인해 전공의 포함 의료진 7인이 기소돼 공판을 앞두고 있다.
 
안 회장은 "경찰은 기소된 전공의에게 스모프리피드 처방 시 투약시기를 지정하지 않아 투약시기가 불명확한 상황을 초래했고,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근무 중이었음에도 이를 점검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내걸었다"며 "또한 전공의에게 주사제가 시린지 펌프로 투여되는지, 인퓨전 펌프로 투여되는지 알지도 못하고 스모프리피드 사용지침을 읽지 않은 간호사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전공의들은 수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 공로보다 사건사고가 있을 때 그 책임자로 몰리고 있다"며 "전공의에게 충분히 배울 수 있는 수련환경을 마련하고, 환자 안전을 위한 명확한 수련업무지침을 만들어 환자에게 떳떳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안 회장은 "전공의들은 150명이 넘는 환자를 혼자 담당하고 상당수 의료진은 사전 교육절차 없이 실전에 투입된다. 수술과 처방을 의사가 아닌 PA에게 강요하는 병원도 있다"며 "우리는 그렇게 일하고 싶지 않다. 더 이상 잘못된 관행을 묵인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들은 함께 결의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전공의는 1주일에 100시간을 해도 모자란 업무를 80시간 내에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환자는 줄지 않고 인력은 늘지 않았다"며 "환자 한명 얼굴을 볼 시간조차 부족한 지금 환자도 전공의도 모두 위험해지고 있다. 전공의 당 환자 수를 제한하라"고 외쳤다.
 
이들은 "전공의가 누구의 지도하에 어떤 업무를 해야 하는지 알려달라"며 "명확한 수련업무규정이 필요하다. 불가능한 역할을 강요하지 말고 정말 환자를 위해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 생명을 제대로 치료하는데 전공의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 교수와 병원, 나아가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전공의에게 무엇을 얼마나 가르쳐서 어떤 전문의로 길러낼지 분명히 밝히고, 충분한 수련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잘못된 제도와 관행으로 더 이상 환자를 잃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적은 수가로 일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하고, 이익을 위해 의사가 아닌 자에게 우리의 일을 맡기는 등 잘못된 관행과 이를 만들어낸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집담회는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현정희 본부장이 참석해 연대사를 했다. 현 본부장은 "잘못된 의료 환경을 전공의 스스로가 알리고 바로잡겠다고 하는 움직임이 사회를 바꾸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 본부장은 "의사라고 하면 높은 임금의 좋은 일자리라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장시간 노동과 강한 노동 강도로 인해 노동권을 찾아볼 수 없는 직업"이라며 "이대목동병원 사건에서 볼 수 있듯, 병원 경영진 책임보다 노동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또 다시 그런 사고를 방치하고 있다. 이런 현재의 사회구조를 바꾸기 위해 전공의 목소리에 함께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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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email protected])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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