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영 의원 주최 토론회...정부 부처간 협의 중, 전문가들은 질병관리처 승격·지방청 구축 등 제안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질병관리본부(질본)의 ‘청’ 승격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무늬만 승격’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질본의 예산·인사권 독립을 보장하고 연구조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오후 1시 30분부터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질병관리청, 바람직한 개편방안은?’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최근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 과정에서 국립보건연구원을 보건복지부 산하로 이관하는 데 논란이 발생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상태다.
토론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질병관리청의 기능 강화를 위해 예산·인사권 독립, 연구조직 개편, 감염병 대응 거버넌스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기관 관계자들은 각 기관이 고유한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질병관리청장·복지부 2차관 명확한 역할 구분해야”...지방청 구축 필요성도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발제를 통해 질병관리청 승격을 골자로 한 행정안전부 발표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질병관리청의 거버넌스, 연구조직, 지방조직 영역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보건기능을 관리할 제2차관 신설이 보건기능의 강화를 이룰 수는 있을 수 있으나 질병관리청장(차관급)과의 갈등요소가 될 수 있다”며 “정책과 예산은 무관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의 구조는 예산권의 독립성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복지부의 보건정책기능 중 감염병 정책기능을 강화하거나 감염병 정책기능을 질 병관리본부로 이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행안부 발표안이 질본의 연구기능과 정책기능을 훼손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의 NIH처럼 보건의료 R&D 전체를 관장하는 구조로 갈 필요는 있겠지만 현재 상황에 서 보건복지부 산하로 옮기게 되면 질병관리본부의 연구기능 뿐 아니라 정책기능을 훼손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립보건연구원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한다고 할지라도 국립감염병연구소는 반드시 질병관리청 산하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도 질병관리청의 연구조직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총리실 산하 감염병정책위원회 신설, 보건산업진흥원 R&D 기획본부의 국립보건원 이관 등을 언급했다.
김 교수는 “국립국무총리실 산하 감염병정책위원회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심의회의에 감염병심의위원회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보건산업진흥원의 R&D 기획본부를 국립보건원으로 이관해 높은 연구기획·관리 능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권역질병관리청 설치 ▲감염병 진료체계 관련 역할 분담 ▲시도 질병예방관린본부 설립 ▲보건소 질병관리체계 강화 등을 제안했다.
그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시군구가 머리를 맞대고 실제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예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협력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지방청 수준의 조직이 필요하다. 시도 역량이 천차만별인데 이를 도와줄 강력한 지방조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질병관리처’로 승격해야”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산하 청 승격이 아닌, 국무총리실 산하 ‘질병관리처’로 승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핵심은 전문성 강화와 독립성 확보”라며 “복수차관제가 시행되면 결국 보건 담당 차관이 질병관리청에 여러 영향력을 행사하게 돼 있다. (질병관리청이) 더 소신 있게 일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기석 교수는 “결국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로 가야한다”며 “복지부에는 2차관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2차관이 (차관급) 질병관리청장과 충돌할 수 있다. 서로 간섭하게 되면 컨트롤타워 문제가 생기고 결국 한 번 할 일을 두 번, 세 번 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중수본부장을 질병관리청장이 한다 했을 때 청장 마음대로 할수 있겠느냐. 반드시 복지부 2차관이 개입하게 돼 있다”며 “(질본은) 국무총리실 산하 처로 가고 복지부는 복지부대로 차관급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이번 겨울이 지나고도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이에 맞는 조직 개편,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모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는) 마라톤이다.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갈 것에 대해) 대비를 하지 않고 인력도 없는 상태다. 마라톤에 맞는 조직 개편, 인력 보강, 정책 평가 등 해야할 일이 산적해있다”고 강조했다.
기 교수는 “이번 겨울이 지나고도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며 “질병관리청, 질병관리처, 보건부 신설 등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근본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K-방역에 대한 부담도 있다. 수기로 작성된 역학조사서가 분석되지 않고 쌓여 있다”며 “질본에는 신무기를 개발하고 전쟁에서 싸우는 것을 평가하는 조직이 없어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몇 십년 만에 온 기회에 제대로 논의해서 제대로된 조직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정부, “각 기관 고유 기능 잘 수행하는데 목표둘 것”
이어진 패널 토론에 참여한 정부 기관 관계자들은 쟁점 사안들을 중점으로 관계 부처와 협의해 조직 개편안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선영 복지부 혁신행정담당관은 “보건의료 특성에 맞는 우수한 방역관리 체계 확충이 우선돼야 한다”며 “(질병관리청 승격 관련) 인사·예산 자율성이 강화되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혁신행정담당관은 “각 기관의 고유한 기능을 가장 잘 수행하게 하는데 목표를 두고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질본이 청 승격이 되더라도 복지부가 총괄하는 건강, 보건 사업 강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허영지 행정안전부 서기관은 “쟁점 사안을 전달하고 관계 부처와 조율해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가는 과정에 있다”며 “구성 논의까지 시간이 남아 있고 청 승격 문제는 지방에서 광범위한 논의와 거버넌스가 검토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재형 질병관리본부 기획조정과 과장은 “청 승격 이유는 질본이 중앙행정기관으로 코로나19 , 공중보건 위기상황 대응에 전문성을 갖고 임하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청으로 승격됐을 때 인사조직, 예산 부분에서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과장은 “질병관리청이 되면 그러한 업무를 잘 수행하도록 내부적으로 조직, 인력이 확충될 필요성이 있다”며 “세부적인 방안은 부처 간 협의 중이다. 어떠한 방식으로 결정되든 전문성 , 독립성을 갖고 업무를 잘 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 간 협의를 잘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