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 방문확인 지침 개정 미봉책"

의료계 "강압적 태도로 이미 신뢰 상실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기관 방문확인 표준운영 지침(SOP)을 개정, 올해부터 적용한다.

그러나 의료계는 '미봉책'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5월 안산 비뇨기과 개원의가 복지부의 현지조사를 받고 자살하자 의료계는 강압적 조사가 부른 참극이라고 규정했다. 

성난 민심은 촛불집회, 규탄집회, 1인 시위로 이어졌다. 당시 새누리당 대표였던 이정현 의원까지 나서 '완장문화'를 청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복지부와 공단은 의료계와 현지조사와 방문확인 지침서 개정에 들어가 최근 개정 작업을 완료했다. 
 
복지부는 지난달 27일 현지조사 개선 지침을 발표했고, 공단도 그 무렵 개정 SOP를 내놨다.
 
요양기관 방문확인 표준운영 지침(SOP) 개정판

 SOP 개정 사항
 
공단은 이번 SOP를 개정하면서 9가지 조항을 신설하고, 4가지 조항은 내용을 추가했다.
 
▲단계적 자료제출 요청을 통한 확인
 
그동안 공단은 요양기관의 요양급여 및 비용 청구가 타당한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의료기관에 자료제출 요청을 해왔지만 그 기한을 정하지 않았다.

다만 실제로 방문확인을 하게 될 경우, 자료요청 및 확인 대상 기간을 6개월로 정했다.
 
따라서 공단이 방문확인 전이라도 어느 시점부터 얼마간의 자료를 요청하면 의료기관은 해당 자료를 제출해야 했던 것.
 
이에 공단은 "의료계가 무분별한 자료제출 기간을 놓고 문제를 제기해 3개월로 명시했다"면서 "해당 자료에서 혐의를 찾지 못하면 그대로 조사를 중단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단은 의료기관이 제출한 3개월 자료에서 부당청구를 확인하면 이전 6개월의 자료, 필요하다면 24개월 전 자료까지 추가 요청한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급여사후 대상 기관 선정심의위원회'에 외부인사 참여 근거 마련
 
이와 함께 공단은 지역본부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급여사후 대상기관 선정심의위원회'에 중립적인 외부위원을 참여시킬 수 있다는 조항을 마련했다.
 
'급여사후 대상기관 선정심의위원회'는 급여사후관리를 통해 부당청구 사실을 확인하거나, 부당청구 개연성이 높은 기관을 부당청구 기관으로 선정하는 위원회다.
 
공단 측은 "그동안 의사협회에서 해당 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함에 따라 지역본부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외부위원을 참여하도록 할 수 있도록 조항을 신설했다"고 말했다.
 
▲방문확인 대상기관 선정제외 기준 마련
 
더불어 공단은 중복확인 논란을 해소하고 요양기관의 부담을 경감할 목적으로 방문확인 대상기관 선정제외 기준'을 마련했다.
 
최근 1년 이내에 현지조사 또는 방문확인을 실시한 기관 중 확인대상 기간이 직전 현지조사 또는 방문확인 대상기간과 중복되는 경우와 신규개설 등으로 확인대상 기간(총 청구분)이 6개월 미만인 경우가 제외 대상이다.
 
다만 민원신고, 편법개설 등으로 확인이 필요한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
 
▲방문확인 전 자료제출 요청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요양기관 기준 마련
 
또한 공단은 방문확인 전 자료제출 요청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요양기관 대상 기준도 신설했다.

그 대상은 ▲인력확인 등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현지 확인이 필요한 경우 ▲거짓․부당청구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 중 증거인멸, 폐업 등의 우려가 있거나, 거짓 또는 위․변조된 자료를 제출한 이력이 있는 경우 ▲부당청구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있는 경우 ▲감사원, 복지부, 국민권익위원회, 검찰, 경찰 등 외부기관에서 방문확인을 의뢰하거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제기되어 긴급하게 조사가 필요한 경우다.
 
▲공단 방문확인 대신 복지부 현지조사 선택 가능
 
기존 SOP 기준처럼 공단은 부당청구 개연성이 있어 방문확인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2회 이상 방문확인을 거부하거나 기피, 방해(제3자 개입 포함) 시 복지부에 현지조사를 의뢰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공단은 의료기관의 선택권을 부여하고 불필요한 갈등을 방지한다는 취지에서 공단의 방문확인을 거부하고 복지부의 현지조사를 받겠다는 명확한 의사표시를 하면 이를 허용키로 했다. 
 
▲의료인의 진료권 및 환자 안전권 보호 규정
 
또한 공단은 의료기관을 방문확인하는 경우 불시에 들이닥친다는 지적을 감안해 의료인 진료권 및 환자 안전권 보호 규정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방문확인 인력 사전교육 강화 및 직원 의무 위반 시 조치 규정 마련
 
의료계는 방문확인하는 공단 직원들의 강압적인 태도를 숱하게 지적해왔다.
 
이에 공단은 방문확인 인력에 대한 사전교육을 강화하고, 직원 의무 위반시 조치하는 규정을 마련해 의무 교육이 아니었던 직원들의 교육을 의무화했다. 

방문확인 인력은 청렴서약서도 작성해야 한다. 
 
방문확인 과정에서 공단의 제·규정을 위반하면 '인사규정', '감사규정' 등 해당 규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조치하도록 했다. 
 
이외에도 국회·감사원 등 외부기관에서 방문확인을 의뢰하면 실시한다는 내용과 방문확인을 계획할 때 방문확인 근거, 사유, 확인대상 기간, 방문확인 기간, 사전통지 실시 여부(미실시 기관의 경우 미실시 사유), 출장자 등을 명시한다는 내용, 방문확인 시 사전 안내 강화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의료계는 이번 SOP 개정이 단순히 미봉책이라고 지적했다. 
 
의사협회 김주현 대변인은 "개정 이전과 비교했을 때 크게 달라진 것을 느끼지 못했다"면서 "특히 의사들이 크게 반발하는 공단 직원들의 강압적인 태도를 제재할 만한 확실한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공단에서는 직원의 교육을 의무화하고 청렴서약서를 쓰도록 했지만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대한의원협회 윤용선 회장도 "SOP를 개정했지만 앞으로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진 않다"면서 "특히 방문확인 과정에서 공단의 제·규정을 위반한 경우 공단의 '인사규정', '감사규정' 등 해당 규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처벌규정이 없어 효용성이 없어 보인다"고 일침을 가했다. 
 
의사들이 방문확인을 나온 공단 직원에게 문제제기를 한다고 해도, 이렇게 모호한 규정이나 추상적인 지침은 결국 어떤 구체적인 처벌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윤용선 회장은 "의사들은 공단이나 복지부가 방문확인 및 현지조사를 나올 때 지침대로 하지 않고 강압적인 태도를 취해 이미 신뢰가 깨진 상태"라면서 "SOP 개정이 이뤄졌다 해도 실제로 지침대로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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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email protected])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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