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사전통보 없이 현지조사에 착수했다고 해서 위법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현지조사 사전 통보 의무화는 보건복지부 실사 직후 자살한 J원장 사건 이후 의료계가 요구하고 있는 실사 제도 개선안의 핵심 중 하나다.
보건복지부는 2014년 7월 A한의원을 상대로 현지조사에 들어갔다.
당시 복지부는 A한의원 J원장에게 ▲2011년 4~5월(2개월) ▲2011년 6월 1일부터 2012년 3월 31일(10개월) ▲2014년 3~5월(3개월) 기간 요양급여 내역을 현지조사 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J원장은 복지부 현지조사가 위법이라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복지부는 A한의원이 현지조사를 거부했다며 2016년 2월부터 1년간 업무정지처분을 했고, J원장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J원장은 왜 보건복지부 현지조사를 위법이라고 판단, 거부한 것일까?
J원장은 우선 복지부가 현지조사를 나오기 전에 조사목적과 대상 등을 사전 통보하지 않아 행정조사기본법 제17조 제1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행정조사기본법 제17조 제1항에 따르면 행정조사를 실시하고자 하는 행정기관의 장은 출석요구서, 보고요구서·자료제출요구서 및 현장출입조사서를 조사 개시 7일 전까지 조사대상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는데 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현지조사와 관련해 의사들이 가장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사전 통보 없이 갑작스럽게 들이닥친다는 것이다.
또 J원장은 보건복지부가 관계서류 제출 요구서 기재사항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J원장은 "복지부가 현지조사 당시 제시한 요양급여 관계서류 제출 요구서에는 제출요청 사유, 제출 서류의 반환 여부를 누락했다"면서 "이는 자료제출요구서의 기재사항에 관한 행정조사기본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행정조사기본법 제10조 제2항은 행정기관이 조사 대상자에게 장부·서류 등의 자료를 요구할 때에는 제출기간, 제출요청사유, 제출서류, 제출서류의 반환 여부, 제출거부에 대한 제재 등이 기재된 자료제출요구서를 발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J원장은 조사 시점에서 요양급여비용을 가장 최근에 지급한 진료 달을 기준으로 최소 6개월부터 최대 3년 안의 진료분을 조사대상 기간으로 산정하도록 한 ‘요양기관 현지조사지침’을 위반했다고 맞섰다.
2014년 7월 현지조사를 나올 당시 공단으로부터 가장 최근 진료비를 받은 2014년 6월을 기준으로 3년이 넘는 2011년 4~5월 진료분까지 조사대상 기간으로 잡은 것은 위법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J원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현지조사의 특성상 미리 통지할 경우 한의원으로서는 관련 자료를 소급해 작성하거나 관계인들의 진술을 맞추는 방법으로 현지조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도록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실사 개시와 동시에 조사명령서를 제시한 것을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 지침에도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될 때에 한해 사전통지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법원은 복지부가 자료제출 요구서 기재사항에 제출요청 사유와 제출서류 반환 여부를 기재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법원은 "기재가 누락된 것만으로는 이 사건 현지조사가 행정조사기본법 제10조 제2항을 위반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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