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재촉하는 당정…의료계 “반대” 속 한의계 “찬성” 선회

‘심평원’ 중계 뺀 개정안에 의협 “국민 피해 커 반대” …한의협 “국민 편의 위해 필요”

2021년 6월 16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 등이 참여한 보건의약 5개 단체의 국회 앞 기자회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당정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추진하기 위해 강력 드라이브를 거는 가운데 의료계와 한의계의 온도 차가 드러나고 있다.
 
보건의약 5개 단체로 뭉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보험업법 개정안 폐지를 외쳤던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가 해당 문제에 대해 찬반으로 갈라선 것이다. 의협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중계기관에서 제외돼도 법안 자체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이지만, 한의협은 그에 상관없이 법안에 찬성하며 다만 한의 비급여도 실손보험 보장이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27일 의료계와 국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도입을 위해 의료계가 그간 반대해왔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보험금 청구 중계기관으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에서 ‘심평원’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정은 의료계가 ‘심평원 위탁’ 내용 때문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반대한다고 보고, 이 같은 안에 대해 의료계와 합의를 이루면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 다수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병합해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는 의료계가 이를 거부할 경우 “입법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마저 내놓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김이연 홍보이사는 “심평원이 중계기관에서 빠졌다고 해도 의료계는 우려가 크기 때문에 계속해서 반대하는 입장이다. 의료 공급자로서 불합리함과 실손보험으로 혜택을 받아야 하는 국민들이 본인의 의료 데이터를 특정 기관이 독점적으로 축적해 빅데이터화 됐을 때 향후 실손보험 상품 자체가 소비자에게 좋은 쪽으로 작용한다고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간 의료계는 대한의사협회를 포함해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5개 의약단체가 모여 보험업법 개정안이 의료민영화의 단초가 될 것이라며 법안 저지를 위해 힘을 합쳐왔다.[관련기사:국회서 뭉친 의료계 5개단체 "개인의료정보 전송, 비전자적 방식 한정해야"]
 
특히 2021년에는 5개 의약단체가 국회 정문 앞에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법안은 국민의 편의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보험사가 축적한 개인의료정보를 바탕으로 보험금 지급 거절, 보험가입 및 갱신 거절, 갱신 시 보험료 인상의 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면서 “오히려 국민에게 손해를 입히고, 요양기관에 부당한 의무를 강요하며, 보험사에게만 이득을 주는 악법”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27일 대한한의사협회는 돌연 입장을 바꿔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는 국민의 편의성을 높이고, 소비자들의 보험 청구 권리를 확보하는 제도가 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또한,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와 관련한 전산체계 구축 및 운영과 관련한 사무를 심평원에 위탁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현재 심평원이 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에 대한 자료전송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므로 적절할 것으로 본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다만 요양기관에게 서류의 전자적 전송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과 수용성 제고를 위한 재정적·행정적 지원 방안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한의협이 돌연 입장을 바꾼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한의협은 “현재 한의 비급여는 실손보험의 보장 범위에서 제외 돼 있는 상태이며 이는 국민들이 한의 진료를 받는데 있어 심대한 지장으로 이어져 결국 국민의 건강추구권과 의료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야기하고 있다”며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은 조속히 개선되어야 하며 한의 비급여의 실손보험 보장을 위해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을 허용하는 대법원 판결 이후 초음파를 비급여로 인정받기 위한 물밑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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