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3개 지자체 분만취약지 발생, 의사수 부족 아닌 필수의료 저수가 문제"

산부인과의사회 "의대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 백지화하고 필수의료 가산제 도입하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0년 분만취약지는 전국적으로 33개 지방자치단체에 이른다. 산부인과의사가 부족해서 분만 취약지가 발생한 것이 아니다. 분만과 같은 필수의료 분야에서 취약지 의료인력이 부족한 근본 원인은 정부가 원가 이하의 수가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방치한 결과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이충훈)는 27일 성명서를 통해 ‘공공 의대 설립과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백지화하고 분만수가 등 필수의료 영역에 정책가산제와 지역가산제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정부와 여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의사수가 부족하다는 이유 등을 내세우며 2022학년도부터 10년 간 의과대학 정원을 모두 4000명 증원하기로 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인구수 감소, 분만취약지 의사 부족, 부실 교육 우려 등의 이유를 들어 정부 정책이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OECD 평균 증가율 보다 3배 이상 높다. 그러나 인구의 연평균 증가율은 OECD 평균보다 낮아 2038년이 되면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는 OECD 평균을 넘어선다”고 밝혔다. 

특히 산부인과의사회는 출산 감소로 인구가 심각하게 감소해 의사수를 오히려 줄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농어촌 분만 취약지의 출산율 감소로 인해 그나마 유지되던 분만 인프라는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정부가 내세우는 OECD 자료를 근거로 OECD 최저의 분만수가를 개선하라는 요구에 정부는 수수 방관하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현장을 떠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조장하는 것을  똑바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산부인과 의사가 부족해서 분만 취약지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출산이 줄어도 분만의료기관이 최소한의 병원을 유지할 수 있는 분만수가를 보장해야 분만 취약지의 분만 인프라가 유지된다”고 밝혔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농어촌 지역의 가임기 여성의 감소로 인한 저출산으로 분만건수의 감소를 보상하는 분만수가의 인상 없이는 분만실을 운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며 “지방 의사 부족 문제는 의과대학 증원이 아니라 건강보험 부과체계에 지역 수가 가산제를 시행해야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지역의료 강화 대책으로 의과대학 증원이 아니라 의료 취약지 보험수가 가산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응급실·중환자실·분만실 등 필수의료 영역에 정책가산 강화와 응급·중증소아·외상·감염 등 건강보험 수가 개선과 농어촌 등 필수의료 취약지에는 지역 가산을 즉시 시행한다면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의사가 과잉배출된 나라들이 국민건강 수준이 결코 늘어난 의사 수만큼 비례하지도 않았다. 의사수가 증가한 만큼 의료비의 증가와 처방 약제비의 증가가 나타나는 등 부작용만 나타나고 국민건강수준을 향상시키는 것과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 수를 국가별로 보면 오스트리아 5.2명, 노르웨이 4.8명 등 상위권이고 콜롬비아 2.2명, 폴란드 2.4명, 멕시코 2.4명, 일본 2.5명 등이 하위권이다"라며 "의사수가 가장 많은 오스트리아의 국민건강지수가 오히려 선진국보다 낮고, 일본은 의사 수가 적어도 의료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의사수를 증원하지 않고 오히려 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사수가 늘면 정부가 건강보험료를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저수가 정책을 고수하고 의료비를 통제하려고 해도 증가된 의사수 만큼 의사의 의료 행위가 증가한다. 그만큼 국민들이 부담해야될 의료비의 증가를 피할수 없다”고 덧붙였다.

부실한 의대 교육 우려 문제도 들었다. 부실 교육의 상징이었던 서남의대를 없애는데 20년이 걸렸으며, 이제 제2의 서남의대를 공공의대라는 명분을 내세워 설립한다는 지적이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정부가 지금 있는 ‘공중보건장학제도’조차 지원자가 적어서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졸업후 10년이상 공공의료만 하라는것은 의사와 지역의사로 구분되는 이원적 의사 체제인 지역의사제도를 만드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 침해, 직업선택의 자유(헌법제15조)를 억압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복무기간을 어기면 면허를 취소하겠다는 것인데 지역의 우수한 인재가 지원할 리가 없다”라며 “공공의대는 실패한 의전원처럼 사회적인 문제만 만들게 될것으로 실패한 정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지방에 공공 의대를 신설한다고 해서 의대에 부속 대학병원 조차 없는 의대 설립은 의대 교육 자체가 부실하게 운영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 결과 수준 이하의 의사가 배출된다면 해당 지역의 의료 수준이 좋아질리도 없다”고 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은 의사인력 양성에 대한 백년지대계로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의료 당사자들에게 사전 논의도 없이 시행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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