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독감검사 단돈 1만원" 정부 홍보에 동네의원 아닌 응급실에서 검사 받으려는 사람들, 응급실 의료진은 '카오스'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55화. 독감 간이검사 급여화 우선순위 문제 

최근 정부는 각종 SNS와 언론을 통해 ‘응급실 진료비 폭탄을 없앤다!’는 식의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문재인 케어)의 후속 조치중 하나로 다음달 1일부터 응급실과 중환자실에 한해 평균 3만 1000원의 검사비를 부담하던 독감 간이검사에 보험을 적용해 환자가 1만원만 부담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검사비 부담을 누가 어떻게 할 것인지는 차치하고, 보험의 범위가 넓어져서 정말 진료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부담이 낮아지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그 정책 적용의 순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독감 간이검사가 정말 응급실과 중환자실부터 급여화를 추진해야 할 문제였을까.

접근성이 훨씬 좋고 진료를 더 빨리 볼 수 있는 동네 의원들의 비급여 수가를 그대로 둔 채, 응급 환자들로 넘쳐나는 응급실부터 보험적용을 하는 것은 순서가 반대다. 이로 인해 가격의 역전이 일어나 말 그대로 응급실이 동네 의원보다 ‘가성비’가 좋아져 버렸다.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다른 국가들처럼 환자 배분에 대한 권한을 의료 공급자에게 주지 않고 단순히 환자들이 부담하는 비용의 차이로 의료 전달체계의 허들을 만들어뒀다. 그런데 그런 허들의 선진-후진성에 대한 논란은 두고서 순서에 대한 고민 없이 정책을 시행하고 홍보해 허들을 역으로 만들어 버린다면, 결과적으로 가뜩이나 악화되고 있는 의료 자원 배분의 왜곡이 심화될 것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지금도 혼란스러운 대형 병원 응급실에 '카오스'가 걱정되는 이유다.

게다가 검사 비용은 응급실이 더 낮지만, 응급실에서는 응급의료 관리료 등의 비용이 추가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비용이 더 높다. 홍보를 한다면 저런 스스로의 치적 뿐만 아니라, 응급 환자가 아닌 사람이 응급실을 방문해서 치료를 받았을 때 추가해야할 비용에 대해서도 같이 홍보했어야 한다.

응급 증상 없이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6만6920원의 응급의료 관리료를 전액 환자가 부담해야 하고, 야간이나 휴일 진료 시 기본 진찰료 또한 30% 가산된다.

지금도 이 응급의료 관리료와 가산 진찰료를 놓고 응급실에서 자주 고성이 오가는데, 독감 검사 비용이 싸졌다는 홍보만 보고 독감을 간편하게 검사 받기 위해 응급실을 찾는 사람들과 의료진들 간의 실랑이가 매우 우려된다.

당장 주위의 응급실 의료진들은 이런 식의 정책 홍보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현장에서 벌어질 일을 정확히 예상하고, 순서에 맞게 일을 진행하며, 정책 시행에 따른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민 홍보에 나서야 할 정부의 세밀한 노력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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