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협회 "혈액응고 위탁검사 금지하는 심평원, 직무유기"

심평원 "해당 내용은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른 것, 일방적 삭감 아냐"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대한의원협회가 혈액응고검사인 프로트롬빈 시간검사(이하 PT검사)의 보관시간을 문제 삼아 위탁검사를 할 수 없도록 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규정이 환자에게 의료비 부담과 불편을 주고 있다고 16일 지적했다.
 
현재 심평원은 '검체검사 위탁에 관한 기준' 제2조에 따라 '검체채취에서 검사까지 장시간이 소요될 경우 검사결과가 부정확해질 수 있는 검사는 위탁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원협회는 "해당 조항에 PT검사가 포함돼 이를 위탁검사로 실시하고 보험 청구하면, 심평원은 매번 삭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PT 위탁검사의 삭감 근거를 묻는 민원신청에 대한 심평원의 답변 (자료:대한의원협회)

의원협회는 "주로 검체검사를 외부 검사업체에 위탁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에도 와파린을 투여 받는 환자들이 방문한다"라며 "수술을 하는 일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수술 전 검사로 PT검사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의원협회에 따르면 최근 새로운 항응고제의 개발에 의해 와파린의 처방은 이전보다 감소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정맥혈전증, 폐동맥색전증, 심방세동과 연관된 뇌졸중 등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와파린을 복용하는 환자들이 많다.
 
더불어 급성기에 종합병원에서 와파린을 처방받던 환자들이 PT결과가 안정화된 후 의원으로 전원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복용약물이나 식사 등 여러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와파린의 체내 흡수율과 대사속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적절한 와파린 용량의 결정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PT 검사가 필수적이며, 수술을 시행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PT검사는 수술 전에 흔히 시행하는 검사이기도 하다.
 
의원협회는 "그러나 심평원이 PT위탁검사를 전부 삭감해서 아예 검사를 시행하지 않거나, 상급병원으로 다시 환자를 전원 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환자에게 불편을 주고 있으며, 의료비 부담도 증가하고 있다. 안전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의원협회는 PT검사가 실제로 보관시간이 짧아 위탁할 수 없다는 심평원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국내외 논문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의원협회는 "임상검사 분야에서 권위가 가장 높다는 임상검사표준연구소(Clinical and Laboratory Standards Institute, CLSI)에 따르면, 혈액응고 검사를 위한 혈액검체의 수집, 운반, 처리과정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책자를 공식 발간하고 있다"며 "이들이 발간한 2003년도제4판에서는 원심분리 여부와 상관없이 검체를 보관한 튜브가 개봉되지 않고 18~24°C 환경에 보관하는 경우, 검체채취 후 24시간 이내에 검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CLSI는 검체를 18°C에서 24°C 이내에 보관하면 채혈 후, 24시간까지는 PT 검사 수치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밝힌 것이다. 더불어 CLSI는 2008년도에 발간된 제5판에서도 동일한 내용으로 권고했다.
 
의원협회는 "2013년 국제실험혈액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에는 PT 검사의 경우 상온 또는 4°C 환경에서 24시간까지 보관할 수 있다고 나와 있으며, 2014년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된 연구논문에서는 PT 검사의 경우 4°C와 25°C 모두에서 24시간까지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고 나와있다"고 밝혔다.
 
의원협회는 1997년 영국혈액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의원협회는 “영국에서 장기 항응고제 치료의 전통적인 모델은 환자들이 종합병원의 항응고클리닉에 자주 방문해 PT 검사를 받고 항응고제 용량을 조절하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갈수록 장기적으로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환자들이 증가하자, 환자를 일차의료기관으로 분산시키는 모델을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결국 당시 영국에서는 환자가 아니라 검체만을 종합병원에 보내 PT 위탁검사를 시행하고, 검사결과와 와파린 용량조절은 일차의료기관에 통보했다. 또한 검체채취 후 검사까지 검사결과가 달라지지 않는 적정한 보관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자들이 검체채취 후 5일까지 PT 검사결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검체채취 후 3일까지도 PT 검사 수치에 임상적으로 유의한 변화가 없었다고 보고했다. 저자들은 외부 채혈(off-site blood sampling)은 지속적인 질관리와 중앙 전문가의 조언으로 일차의료에서 주요한 지출 증가 없이 환자급증에 의한 과도한 업무량을 조절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의원협회는 "국내연구에서는 검체채취 후 8시간 동안 검사가 지연되더라도 PT검사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나와있다"면서 "검체보관의 한계를 6시간으로 보고한 논문도 일부 있지만, CLSI가이드라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가이드라인에서는 검체채취 후 24시간 이내에 검사하면 PT검사에 임상적으로 유의할 정도의 변화는 없다고 나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PT검사 장비를 갖추지 못해 검사를 위탁해야 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검체채취 후 24시간 이내에 검사업체가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며 "장시간 시간이 소요돼 검사결과가 부정확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PT검사를 위탁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심평원 규정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이와 같은 현실로 인해 환자를 다시 상급병원으로 전원하고 있으며, 약물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지 못하는 환자의 경우 출혈 부작용이나 기존 질병의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의원협회는 "비급여로 검사하고 싶어도 불법 임의비급여가 돼 이 또한 하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의원급 의료기관은 아예 검사를 하지 않거나, 삭감을 각오하고 검사를 한다. 아니면 상급병원으로 환자를 전원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잘못된 심사규정은 일차의료 활성화라는 명제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원협회는 "심평원은 검체검사 위탁에 관한 기준에서 PT검사항목의 위탁을 제외시킨 조항을 조속히 폐기해야 한다"며 "혈액채취 후 24시간까지도 PT 검사결과가 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의 PT 위탁검사에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심평원의 심각한 직무유기다. 이로 인해 만약 환자에게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그 모든 책임은 심평원이 져야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의원협회는 이와 같은 자료와 함께 공개요청서를 심평원에 발송해 PT 위탁검사의 건강보험 적용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심평원은 의원협회의 주장에 다소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평원 관계자는 “해당 내용은 심평원이 단독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보건복지부 고시로 나와 있는 것”이라며 “이와 관련한 내용으로는 최근 삭감 민원요청 외에 공식적으로 검토요청을 받은 적이 없어 따로 논의하지 않았다. 공개요청서를 접수하면 심평원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 해당 논문들을 검토하는 등 조사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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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email protected])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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