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적인 릴레이 단식은 이제 그만" 젊은 의사들이 본 단식 이후의 투쟁 로드맵

"최대집 회장·집행부는 일선 의사들 스킨십 강화하고 국민들 설득에 공 들여야"

사진: 릴레이 단식 투쟁이 진행 중인 이촌동 구 의협회관.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단식을 중단할 것을 권고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승우 회장을 비롯한 젊은 의사들은 공통으로 릴레이 단식 투쟁의 소모적인 측면과 투쟁의 효율성에 문제제기를 했다. 이들은 단식 투쟁 이후에 다음 단계 투쟁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단식 투쟁으로 설득하지 못한 일선 현장의 의사들을 최대집 회장과 의협 집행부가 직접 만나러 다니면서 설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나아가 국민들을 설득하는 일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15일 의료개혁 투쟁에 대한 관심과 열망이 큰 젊은 의사들의 직언을 들어봤다.

"시효 다 된 단식은 그만하고 직접 발로 뛰며 회원들 설득해야"

대전협 이승우 회장은 투쟁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집 회장과 집행부가 현장의 의사들과 스킨십을 통해 그들이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대집 회장의 단식 투쟁으로도 설득하지 못하는 의사들의 참여는 다른 방법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단식 투쟁은 내부결속력을 위한 것이다. 그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대집 회장이 단식 투쟁을 통해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단식 투쟁을 계속하면 우리에게 독이 된다. 지금 멈추지 않으면 단식 투쟁의 의미는 점차 퇴색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감성적인 호소는 그만하고 로드맵, 추구 전략 등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의협 핵심 집행부는 지금 이 시점에서 투쟁 참여에 소극적인 회원들을 직접 만나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최대집 회장의 진심을 아는 사람들은 최 회장이 단식 투쟁하든 말든 지지한다. 하지만 최 회장이 단식하는 일에 왜 단식을 하는지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들의 마음은 집행부가 릴레이 단식을 계속한다고 해서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최 회장의 8일 단식으로 투쟁에 함께할 사람들은 이미 마음을 바꿨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최 회장의 단식으로도 설득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투쟁에 이끌어내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단식장은 찾는 회원들이나 단식 투쟁에 참여하는 회원들 모두 중요하지만, 이제는 단식을 그만두고 전공의, 의대생, 교수 등 단식으로도 설득하지 못한 사람들을 투쟁에 참여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며 "최대집 회장과 핵심 집행부는 그들과 스킨십하면서 투쟁에 직접 참여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개혁에 공감하면서도 투쟁 참여에 회의감을 가지는 내부의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공무원들을 설득할 수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단위 병원 전공의 대표자들의 3분의2 가량이 최근 의쟁투 투쟁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최대집 회장과 의협 집행부의 단식 투쟁에 감동 받아서가 아니다"며 "의료개혁 투쟁이 우리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고 그 일에 전공의들이 단합된 모습으로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대전협은 지난 6월부터 광주, 부산, 대전 등 지역에 있는 수련병원의 모든 전공의 대표자들과 시도의사회 관계자, 의쟁투 위원들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며 "오는 17일에는 서울에서 전공의 대표자들과 시도의사회 관계자, 의쟁투 위원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가 마련된다"고 밝혔다.

그는 "대전협에서 단위 병원 전공의 대표자들의 지지 선언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대전협이 이들과 꾸준히 스킨십을 해왔기 때문이다"며 "그러니 이제는 단식 투쟁을 멈춰야 한다. 단식 투쟁 이후 다음 단계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대집 회장과 의협 집행부의 핵심 인사들이 지역별로, 병원별로 직접 발로 뛰면서 전공의, 의대생, 교수들이 투쟁에 참여하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집행부가 단식투쟁을 하겠다고 선언까지 했는데, 갑자기 그만한다고 번복하는 것도 투쟁의 힘을 빼는 일일 수 있다"며 "단식 투쟁을 그만둬야 하는 명분이 필요하다면, 최대집 회장이 퇴원 이후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전공의들이 투쟁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하자, 어떤 전공의가 '우리 교수님들은 최대집 회장 안 좋아하는데요'라고 말하더라. 대전협보다 매일 보는 교수의 의견에 마음이 쏠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을 설득할 방법은 이제 시효가 다 된 단식 투쟁으로는 불가능하다. 최대집 회장과 집행부 핵심 인사들이 이들을 직접 만나러 가고, 눈을 맞대고 고충을 들으면서 투쟁의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로드맵, 스킨십 통해서 투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결속력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단식 투쟁 이후 전략 제시해야 하고 국민 설득에 비중 둬야"

익명을 요청한 전공의 A씨는 '대안 없이 밥만 굶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하며 의협 집행부가 단식 투쟁의 출구전략과 단식 투쟁 이후의 전략을 의사 회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아가 정부에 수가 개편을 호소하는 일보다 국민들의 편에 서서 의료계를 이야기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A씨는 "단식 투쟁이란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 단식자가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투쟁하는 것이다. 죽음에 이르지 않는다고 전제한다면, 단식투쟁은 결국 시간이 지나 중단될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지금 중요한 것은 단식 투쟁이 아니라 그 이후의 전략이다"고 강조했다.

A씨는 "최대집 회장과 집행부가 단식 투쟁을 멈추게 된 이후 어떤 선택을 하기로 합의했는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단식 투쟁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고 지적했다.

A씨는 "첫째, 출구전략이 전무하다. 둘째, 집행부가 전략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며 "예상되는 다양한 시나리오와 그에 맞는 대응방침, 출구전략, 협상카드 등 투쟁 전략이 마련돼야 투쟁으로 인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대집 회장이 잘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집행부의 역량은 다소 부족해 보인다. 젊은 의사들이 보기에 현재 집행부는 전략 없이 싸우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의협 집행부는 기민하고 영민하게 정부를 상대하라고 뽑힌 것이다. 의료계의 대표자로서 단식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대안 없이 밥만 굶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고 말했다.

A씨는 "나아가 의료개혁 투쟁은 회원들을 설득해야할 뿐 아니라, 국민들을 직접 설득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수가 타령은 수십 년 전에도 먹히지 않았다. 수가타령을 백날 해봤자 국민들의 지지는 빵점이다"고 비판했다.

A씨는 "물론 나도 수가 체계가 잘못돼 있다는 것은 잘 안다"며 "하지만 현행 의료체계를 수가 타령으로는 절대 바꿀수 없다. 위정자들은 이 점을 너무나도 분명히 알고 있다. 그래서 언론과 여론을 통해 의사들을 이 사회의 '죄인'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들의 편에 서서 의료계 이야기를 하지 말고 국민들의 편에 서서 의료계를 이야기 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왜 응급실에서 입원하기 위해 72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2차 병원에서도 충분히 치료받을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설 구급차를 타며 대학병원들을 전전 하는지 그들의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쥐고 있다. 의료계가 정부를 상대로 수가타령을 해봤자 정부는 눈하나 깜짝 하지 않는다. 정부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국민들이다. 국민들을 설득하는데 공을 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 이촌동 구 의협회관 마당에 설치된 단식장.

"투쟁에는 많은 인력 필요... 단식으로 소모말고 회원들과 소통 강화에 나서야"

익명을 요청한 공중보건의사 B씨는 투쟁 준비에 많은 품이 드는 만큼, 단식으로 인한 소모 대신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투쟁의 다음 단계로 최대집 회장이 단식 투쟁, 성명서 등 온라인 접근으로 닿지 못하는 일선 현장의 의사들을 직접 만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투쟁 로드맵을 일방통보 하지 말고 회무에 관한 내용을 세세하게 전달해 회원들과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B씨는 "최대집 회장 이후 단식은 끝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최 회장의 단식만큼 이슈가 더 커지기 쉽지 않다. 또 투쟁이라는 게 앞에서 싸우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뒷받침할 논리를 만드는 사람, 연대의식을 고취할 다른 행동을 구상하는 사람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B씨는 "집행부의 주요 핵심 이사들이 다 단식에 나서면 그런 일들을 누가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는 급박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콘트롤 타워를 할 사람이 부재할 수 있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며 "이러한 이유 때문에 단식 투쟁은 그만하고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 회장의 8일 단식으로 의료개혁에 대한 절실함은 SNS, 언론 보도 등 온라인 매체를 통해 충분히 전달됐다. 주위의 동료 공보의들과 또래 젊은 의사들도 최 회장의 단식 투쟁으로 인해 의료개혁 투쟁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 다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단식 투쟁은 이미 충분한 효과가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릴레이 단식 투쟁을 한다고 했고 방상혁 상근 부회장이 최 회장에 이어 단식에 나섰지만 이를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며 "단식 투쟁으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B씨는 "이제는 성명서, 보도자료, 단식 투쟁 등 온라인 매체를 통해 전달되지 않은 곳으로 향해야 한다"며 "일선 의료 현장에서 바쁘게 일하느라 미처 관심을 가지지 못한 회원들을 직접 찾아가야 한다. 최 회장과 집행부가 왜 이 시기에 우리가 투쟁하려고 하는지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B씨는 "의료개혁 투쟁을 하려는 취지와 논리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의사를 붙잡고 물어도 우리나라 의료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현장에서 진료하면서 왜곡된 의료 제도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다들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앞으로는 어떻게 행동해서 의료개혁이라는 변화를 만들 것인지가 관건이다"며 "진료 때문에 바쁘게 사는 의사들까지도 함께 연대해 단결된 투쟁을 하려면,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시간을 필수로 가져야 한다. 의협이 다가가서 설명하고 의료개혁을 위해 현장의 의사들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 회장이 처음에 취임하고나서 26개 학회를 다 돌아다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간 의협은 의원급을 대변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대학 교수들과의 관계가 느슨했다. 그런데 최 회장이 '의협은 모든 의사를 대변한다'는 취지에서 학회와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발로 뛴 것이다"며 "그 때와 같은 모습이 필요하다. 학회, 젊은 의사, 의대생까지 다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B씨는 "스킨십 강화 뿐 아니라 회원들에게 회무에 관한 내용을 세세하게 전달해주는 일도 중요하다. 의협의 투쟁이 '우리 투쟁 로드맵은 이러하니 회원들은 따라만 오면 된다'는 방식이 아니라, 소통이 되는 방식이어야 한다"며 "의협은 아래에서 위로 자유롭게 의견이 오가고 회원들 스스로 '이쯤되면 우리가 대표자궐기대회 해야 하지 않느냐', '이제는 파업을 해야 한다' 등등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이번 투쟁의 목적은 단식의 확산, 파업이 아니라 '의료개혁'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투쟁을 하다보면 목적이 전도되기도 하는데, 단식투쟁도 파업도 의료개혁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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