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의대 교수노조 김대경 위원장 "인제학원, 그간 폐원 염두한 자구책만 펼쳐…백중앙의료원 다른 병원들에도 부담"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서울백병원 폐원은 백중앙의료원에 소속된 구성원들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서울백병원 폐원에 절대 반대한다.”
서울백병원이 경영난으로 폐원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인제의대 교수 노동조합이 폐원에 반대하고 나섰다. 서울백병원의 적자가 점차 줄어드는 상황인 만큼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한데다 병원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백병원 폐원이 일산백병원 등 백중앙의료원의 나머지 ‘형제병원’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것도 우려하는 대목이다.
인제의대 교수노조는 교수협의회, 병원 노조 등과 협력해 서울백병원 폐원을 적극적으로 저지할 계획이다.
인제의대 교수노조 김대경 위원장(부산백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9일 메디게이트뉴스와 온라인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서울백병원의 폐원은 서울백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백중앙의료원 구성원 모두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83년 역사의 서울백병원이 폐원될 수 있다는 사실은 지난 5일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인제학원에 따르면 서울백병원은 2006년 적자로 돌아선 후 현재 누적 적자가 1700억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해당 적자 속에는 학교 법인 경리 직원이 횡령한 170억원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적자 행진 속 서울백병원은 2016년 경영정상화 TF를 꾸렸고, 최근 외부 업체의 컨설팅을 받은 결과 폐원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폐원안은 오는 20일 학교법인 인제학원 이사회에서 의결될 전망이다.
병상 수 축소·전공의 수련기관 반납 등 이해불가…적자 줄인 병원장이 되레 연임 실패
이와 관련해, 김대경 위원장은 그간 인제학원이 ‘폐원’이라는 답을 미리 내려놓은 상태에서 이해할 수 없는 자구책들을 펴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수익이 줄어들 게 뻔한 데 병상 수를 줄인 것이나, 다른 병원들은 한 명이라도 더 받으려 하는 전공의 정원(TO) 자진 반납, 지역 응급의료 센터 포기 등을 자구책이라고 내놨다”며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을 이미 폐원한다고 생각하고 일부러 그런 절차를 밟아온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법인은 서울백병원을 폐원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계속 풍기면서 구성원들이 제발로 병원을 떠나게 유도해왔다”며 “실제로 적지 않은 교수들이 병원을 떠났고, 빈 자리를 더 많은 급여를 줘야하는 데다 교육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 진료교수로 채우면서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 몇 년 사이에 병원장이 4~5번 바뀌었는데 적자 폭을 줄인 병원장은 연임을 못하고 오히려 적자를 늘린 병원장이 연임을 하기도 했다”고 법인의 행태를 비판했다.
서울백병원 폐원 시 형제병원에도 부담…절차적 정당성 확보 후 결정해야
김 위원장은 서울백병원 폐원이 결정된 이후 400여명의 구성원들이 형제병원으로 이동하게 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교수는 물론이고, 간호사·간호조무사·의료기사·행정직원 등이 모두 자리를 옮겨야 한다. 이들을 받는 형제병원들은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라며 “그렇게 되면 형제병원들도 서울백병원의 전철을 밟게 될 수 있다”고 했다.
폐원 결론을 내린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TF)와 컨설팅 업체 A사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A사는 지난 2020년 인제의대 교수들의 기본급을 대폭 삭감하는 임금 개편안을 내놔 교수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인제의대 교수노조는 의료원 전체 구성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형태로 TF를 재구성하고, 컨설팅도 다른 업체로부터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 병원 측은 A사의 용역 보고서를 공유해달라는 노조의 요구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 위원장은 “지금처럼 병원 경영 실패의 책임을 구성원들에게 돌리려 해선 안 된다”며 “신뢰 받을 수 있는 컨설팅 회사에 용역을 재의뢰하고, 모든 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는 TF를 꾸려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 후에 이사회가 최종 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사회가 서울백병원 폐원을 결정한다면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책임은 이사회에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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