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 관리 두고 갈등 심화, 최대집 회장 비판 의도 vs 의협 집행부 날치기 통과

시도의사회장단 "회원들이 참여 원했다"…일부 단체들 "큰 사안에 회원 의견수렴 절차 빠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8일 시도의사회장단과 12일 상임이사회에서 통과시킨 시범사업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두고 여러 단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4일 현재 의협의 만관제 참여에 대한 비판 성명서를 낸 단체는 경기도의사회,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대한평의사회, 바른의료연구소 등이다. 이들 단체는 "만관제 수가가 초회 30분 3만4500원으로 너무 낮고 케어코디테이터는 간호사만 참여할 수 있다"라며 "비대면 모니터링이 원격진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또한 “시범사업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라며 “최대집 회장이 당선되기 전에는 만관제를 반대했지만 이를 다시 추진하려면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의협 측은 “만관제는 시도의사회와 집행부 상임이사회에서 의결했다.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라며 “많은 회원들이 이미 과거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다수의 참여를 원한다”고 밝혔다. 시도의사회장단도 대체로 의협의 편을 들어줬다. 

논란이 계속되자 최대집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선동세력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수개월 간 유심히 관찰해 보니 의료계 내부나 극소수 언론에도 2008년 광우병 촛불 선동꾼같은 자들이 있다. 국민 건강과 의사의 정당한 권익 확보를 위해 이런 세력들은 단호히 척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도의사회장, ”만관제 비판 아닌 최대집 회장 비판 의도일 뿐”

시도의사회장단은 만관제 의견 수렴 과정에서 회원들의 참여 의지를 분명히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의 비판은 만관제 자체가 아니라 최대집 회장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더 커보인다는 지적도 나왔다.  

A시도의사회장은 “산하 지역을 조사해보니 만관제는 그동안 이미 지역에서 회원들이 많이 참여해왔고 앞으로도 참여 의향을 밝혔다”라며 “시도의사회나 의협이 반대한다고 해서 이를 잘라버릴 수는 없다”라고 했다. 

그는 “참여하던 회원들 중 70%는 참여를 원했고 나머지가 반대했다”라며 “개인적으로 만관제에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참여를 원하는 회원들을 막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스마트폰 앱, 전화, 문자, 메일 등을 이용한 비대면 모니터링이 자칫 원격진료로 갈 수 있다며 우려했다. 그는 “의사들이 만관제에 이득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참여율이 저조할 수 있다. 또한 시범사업을 진행하다가 엉뚱한 방향으로 간다면 회원들 스스로 거부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B시도의사회장 역시 “기존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회원들에게 의견을 물었고 결국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라며 “시도의사회장단도 여기에 동조해서 대부분 참여해보자는 의견으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에서 만약 반대 의견이 나왔다면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특별히 반대할만한 이유가 없다. 주로 내과, 가정의학과 등에서 이를 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조금이라도 원격의료로 연결되면 만관제를 완전히 접어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원격의료로 갈 우려는 없다고 단언했지만 기획재정부가 시도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된다면 만관제를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C시도의사회장은 “산하 지역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찬성을 결정했다. 2년 전에도 회원들의 의견을 들어 찬성했지만 지역의사회 차원에서 부결이 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회원들이 참여를 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만관제를 반대로 소탐대실하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라며 “만관제를 비판하는 대부분의 목소리는 최대집 회장 비판에 목적을 두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의견수렴 절차 빠져 집행부 날치기식 통과  

만관제를 비판하는 단체 또는 개인들은 만관제를 진행할 때 의견수렴 과정이 빠졌다며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전에 만관제를 반대해왔던 집행부가 만관제를 수용한다면 그에 따른 분명한 협상 대가를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D단체 관계자는 “시도의사회나 의협 집행부 차원으로 회원들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는 과정이 없었다”라며 “이렇게 되면 집행부 내에서 결정한 다음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만관제같이 큰 사안은 집행부 내에서 최소한의 의견수렴을 할 수 있는 기간을 충분히 둬야 한다. 이를 공론화해서 회원들의 의견을 두루 들어보고 심도 있는 논의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나서 종합적인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집행부가 중요한 정책을 이렇게 국회 날치기처럼 일방적으로 통과해선 안된다”라며 “과거 집행부에선 이 제도를 반대해왔고 찬성으로 돌아선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라고 했다.  

E단체 관계자는 “만관제는 정부에서 이미 정해놓고 시도의사회는 마치 거수기 형태로 갔다”라며 “의협에서 만관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책임에서 빠지고 시도의사회로 책임을 돌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범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토대로 정부가 일방적으로 본사업으로 강행할 수 있다"라며 "의협 대의원회에서도 만관제를 찬성하라는 결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만관제 시범사업을 받아들이는 것이 문제다”라고 했다. 

그는 “만관제는 원격의료에 대한 우려가 있고 케어코디네이터를 채용해야 하는데 비해 수가가 남는 것이 없다”라며 “대형의원만 만관제에 참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의료계판 사다리 걷어차기가 된다”라고 지적했다. 

F단체 관계자는 “시도의사회장단에 회의자리나 의협에서 할 때까지 의견을 묻거나 알린 적이 없었다”라며 “공식적으로 의견수렴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의사들을 위한 논의가 빠졌다. 이렇게 되면 젊은 의사들이 신규 개원을 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라며 “의협은 이들의 비판을 선동세력으로 몰아갈 것이 아니라 다수 회원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라고 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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