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하는 의사집단…미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다

의협 집행부에 따라 주요 이슈 정책방향 수정 다반사

미국의사협회는 대의원총회 의결 거쳐 Policy 구축

리베이트에 대한 의사집단의 공식 입장은 뭘까? 지난 2013년 동아제약과 CJ의 리베이트 사건이 터지자 당시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리베이트 단절선언으로 대응했다. 리베이트 단절선언에는 의협 대의원회 변영우 의장, 대한의학회 김동익 회장 등이 참석해 노 회장에게 힘을 실어줬지만 대의원총회의 의결 내지 결의 없이 독자적으로 이같은 정책적 판단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노 전회장은 8개월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약사에게 저가약 대체조제 인센티브를 줄 경우 의약품 리베이트 단절선언을 철회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로부터 1개월 후 전의총은 "의협 집행부의 리베이트 단절선언 등은 명백한 실패 사례"라면서 "이를 수정하지 않으면 지지 철회와 함께 집행부 총사퇴 요구도 불사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런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리베이트에 대한 의협의 공식 입장은 애매모호해졌다.  

의협 회장에 따라 주요 이슈 정책기조 수정

그렇다면 오는 4월 취임하는 제39대 의협 회장은 리베이트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까. 전의총이 최근 5명의 의협회장 선거 후보자에게 물었더니 임수흠 후보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추무진, 송후빈 후보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조인성 후보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이용민 후보는 잘못된 선언이었다고 답변했다.   이에 따라 만약 임수흠 후보나 조인성 후보, 이용민 후보 중 한명이 의협 회장에 당선된다면 리베이트 단절선언을 철회한다는 기자회견을 열 수도 있을 것이다. 원격진료 시범사업, 만성질환관리제 역시 의협 집행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기조를 달리해 혼란을 초래한 바 있다.   이처럼 전문가단체인 의협의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의협 회장 개인의 정치적 색깔에 따라 정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의협의 새로운 수장은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전 집행부의 정책을 수정 내지 폐기하는 것을 당연시 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최재욱 소장은 "의협은 의료법에 명시된 법정 전문가단체지만 정부나 국민을 상대로 일관되고 명시적인 정책과 전략이 부족하다"고 못 박았다. 최 소장은 "이로 인해 정부 정책에 대한 대응력이 부족하고, 대처가 늦고, 일관성이 없어 정부와 국민의 신뢰를 상실하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의협 대의원총회의 의결 등 의료계 내부 합의를 거치지 않은 리베이트 단절선언과 같이 정책 이슈는 의료계 내부에서조차 공격의 표적이 되곤 했다.


그러다보니 의협은 늘상 '의료 전문가단체에 걸맞는 사회적 위상 제고'를 외치고 있지만 무의미한 구호로 전락하기 일쑤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최재욱 소장은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KMA Policy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미국의사협회(AMA)는 어떨까. AMA는 △보건의료정책(Health Issues) △의료윤리(Medical Ethics)  △정관(Constitution) △내규(Bylaws) △AMA 내부 조직 관리(Governance) △수임사항(Directives)  등 6개의 카테고리별로 약 5000개의 세부 주제에 대한 입장(policy)를 갖고 있다.  

일례로 의사의 폭행에 대한 AMA Policy는 다음과 같다.
(1) 의료의 적법한 행위를 하는 의사에 대한 폭력을 규탄한다.
(2) 의사가 전문 직업인으로서 행동을 취한 상황에서 의사에게 폭력을 가한 개인에 대한 체포 및 형사처벌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것이다.
(3)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를 위한 주의 입법 노력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것이다.
(4) 응급실 내부, 외부에서 직장 폭력과 관련된 사안이 발생하게 되면, 주 입법부와 같은 모든 가능한 경로를 통해 해당 주 및 전국 전문의학회와 계속 협력을 할 것이다.

 


미국의사협회(AMA) Policy 결정 절차
 

물론 이런 AMA Policy는 의사들의 대표자로 구성된 대의원회의 분과위원회에서 사전 검토한 후 대의원총회에서 최종 의결 절차를 거쳐 확정되며, 이는 미국 의사들의 공식 입장이 되는 것이다. AMA는 이렇게 Policy가 결정되면 홈페이지에 게재해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하고 있다.  AMA 회장이 바뀐다고 해서 대의원총회에서 의결된 정책기조를 일방적으로 수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정책 기조는 정부와 국민의 신뢰로 이어지고, 의료계 내부 분란이나 갈등을 예방하는 효과도 커 '전문가의 품격'을 높이는데도 일조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의협도 한국판 'KMA Policy'를 구축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3년 전부터 KMA Policy를 구축하기 위해 사전 준비를 해 왔고, 오는 4월 정기대의원총회에 정관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의협 정관 20조 대의원총회 의결 범위에 'KMA Policy에 관한 사항'을 추가하자는 것이다. 또 KMA Policy 분과심의위원회를 신설하거나 특별위원회를 설치하자는 게 의료정책연구소의 복안이다. 의료정책연구소 최재욱 소장은 KMA Policy가 반드시 필요한 3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일관성 있고, 통일된 Policy를 표방해 의료계의 대외적 위상을 강화하자는 것, 보건의료정책을 주도적으로 개발해 회원 권익을 보호하자는 것, 회원간 결속 강화 및 협회의 역량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AMA Policy #대의원총회 #의료정책연구소

안창욱 기자 ([email protected])010-2291-0356. am7~pm10 welcome.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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