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치·환산지수·가산제도, 한 틀 속에서 결정돼야 적정 수가 근접 가능”

신영석 보사연 연구위원, “상대가치 산출체계·환산지수 계약방법 등 개선해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상대가치, 환산지수, 가산제도를 개별적으로 수정·보완하면서 최종적으로 한 틀 속에서 운용해야 적정 수가를 도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간된 연구원의 ‘보건복지포럼’을 통해 건강보험 수가 결정 체계 재정비 방향에 대해 분석했다.

신영석 연구위원은 상대가치 산출 체계와 환산지수 계약 방법을 개선하고 가산제도 도입 취지의지속 여부 등을 탐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상대가치 체계, 부익부 빈익빈 현상 가속화”

신영석 연구위원은 현재 상대가치 체계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속화해 의료기관의 양극화, 쏠림현상 심화를 촉발시킨다고 주장했다. 현재 산출 체계에서 진료비용 상대가치 점수는 행위 유형별·비용 항목별(인건비·재료비·장비비) 변환지수가, 의사 업무량 점수는 종별이나 행위 유형에 관계없이 주 시술자의 인건비 비율이 일괄적으로 적용된다.

신 연구위원은 “사실상 의사 업무량 상대가치 점수 총점을 결정하는 주 시술자의 인건비 비율은 의료기관 종별, 행위 유형별로 상이할 수 있다”라며 “진료비용 점수 산출 과정에 포함되는 변환지수도 의료기관 종별로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밝혔다.

신 연구위원은 “같은 행위에 대해서도 요양기관 종별로 빈도 차이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라며 “이에 따라 특정 행위에 대한 원가보전율이 개별 의료기관마다 다를 수 있고 결과적으로 전체 급여 배분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이 다양한 공급자가 참여하는 의사결정 구조에서 수가 계약의 수용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 연구위원은 “다양한 공급자와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의사 결정 구조에서 요양기관 종별 갈등이 심화되고 수가 계약의 수용성이 낮아지게 된다”라며 “원가보전율이 낮은 개별 의료기관 관점에서는 비급여 수익을 높이려는 행태가 나타나거나 필요 의료 인력 고용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요양기관 종별 구분 없이 동일 행위에 동일 수가가 적용되면 상대적으로 빈도가 높은 기관은 원가 대비 수익이 높아 더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수요를 더욱 증폭시키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는 지적이다.

신 연구위원은 “ 현재 우리 의료 환경에서 상급종합병원, 특히 빅(Big) 5로 불리는 거대 의료기관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라며 “반면 지방의 중소병원은 상대적으로 수요(빈도)가 적어 원가 대비 수익이 낮으므로 필요한 의료 인력을 고용하지 못하게 되고, 이는 의료서 비스의 질적 수준 저하를 불러온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신 연구위원은 “의료기관 종별 수익(수입·비용) 구조의 차이를 반영해 의사 업무량과 진료비용 상대가치 점수를 산출하는 방식으로 상대가치 산출 체계를 전환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 5년간 종별·유형별 상대가치 총점의 변화, 의료전달체계의 정책적 지향을 반영해 사회적 합의 기전에 의한 종별·유형별 상대가치 총점 비율을 고정하고 총점 비율의 변동 한계(예: ±2%)를 설정할 수 있다”라며 “다만, 지난 3년간 가중평균(20%, 30%, 50% 반영)이 지속적으로 변동 허용 범위를 벗어난 경우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산지수 결정 체계 내 공익안, 재정운영위 기준 벗어나기 어려워”

수가 수준(환산지수)은 매년 5월 일차적으로 가입자를 대표하는 건강보험공단의 이사장과 각 유형별 대표 간의 계약에 의해 결정된다. 단, 공단의 이사장은 수가 계약 관련 재정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돼 있다. 만약 1차 협상에서 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건강보험정책심의 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이 결정한다.

신 연구위원은 “2001년 이후 2007년까지 요양기관의 종류와 상관없이 모든 요양기관에 단일 환산지수가 적용됐다”라며 “2008년부터는 요양기관 경영 환경의 차이를 반영할 필요에 의해 유형별로 별도의 환산 지수를 계약하고 있다. 수가 협상을 할 때 공정한 게임의 법칙이 적용되고 있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연구위원은 “재정운영위원회는 가입자들의 대표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최소 인상안을 공단 이사장에게 위임한다. 공단이 주어진 인상안 범위 내 에서 모든 유형과 환산지수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며 “유형별 환산지수 계약 방식으로 변경된 2008년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모든 유형과 1차 협상(공단과 유형별 대표 간)에서 결정된 경우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신 연구위원은 “1차 협상에서 계약이 결렬된 유형에 대해서는 재정운영위원회에서 해당 유형에 페널티를 부여해야 한다는 부대조건을 첨부해 최종 결정 단계인 건정심에 회부한다”라며 “건정심은 가입자, 공급자, 공익 대표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가입자와 공급자 간 합의는 애당초 기대하기 어렵고 궁극적으로 공익 대표가 중재안을 제출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신 연구위원은 “공익 대표는 가입자와 공급자의 주장을 중립적인 위치에서 판단해 자체적인 안을 만들어야 하나 유형별 계약제에서는 이미 계약에 도달한 유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라며 “공익안을 결정하는 데 현실에 대한 고려가 우선한다면 재정운영위원회가 제시한 기준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신 연구위원은 “공단과 건정심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수가가 협상되지만 공급자의 주장은 정당성 여부와 상관없이 허공의 메아리일 뿐이다”라며 “유형별 계약 방식으로 바뀐 이후에는 매번 가입자의 의견을 반영한 공단의 제시안보다 낮은 수준에서 의결됐다. 유형별 계약제가 도입된 이후 가입자의 의견이 100% 반영됐다는 사실은 수가의 높고 낮음의 문제가 아닌 결정 구조에 기인한다”라고 분석했다.

신 연구위원은 “가입자는 소비자로서 당연히 낮은 가격을 선호하게 되고,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궁극적으로 자원 분배가 왜곡된다. 중장기적으로 그 피해는 소비자인 가입자에게 돌아가게 된다”라며 “따라서 수가 결정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수가 결정 체계를 위해 △가입자(국민)의 참여 보장 △사회적 합의 중시 △자원 배분 왜곡을 최소화하는 효율성 추구 등을 제시했다.

“가산제도 도입 목적 달성여부 등에 대한 재평가 필요”

신 연구위원은 대부분의 가산제도는 정책적 필요에 따라 도입됐지만 이후 여건 변화에 따른 타당성 평가와 환류 없이 계속 적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 연구위원은 “가산제도는 원가 분석 등 객관적인 타당성 분석 없이 정책적 필요에 따라 산발적으로 도입됐 때문에 일부 제도는 논란이 되고 있다”라며 “따라서 가산제도 당초 도입 목적의 달성 여부와 도입 취지 부합 여부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신 연구위원은 “더욱이 종별 가산 제도·간호관리료 차등제를 제외한 가산제도 대부분의 가산 항목이 상대가치 총점에 포함돼 있지 않아 수가 인상의 우회로로 인식되기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가산 항목별 원가 분석을 통해 자원 투입이 명백한 가산제도는 기존의 상대가치 점수를 상향 조정하고, 제도 도입 목적이 완성됐거나 도입 취지가 상실된 가산제도,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가산제도는 폐지할 것을 제안했다.

신 연구위원은 “폐지로 결정된 항목에 투입된 재정은 다른 분야의 저수가 항목을 조정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라며 “ 다만 여러 여건을 고려해 부득이 당분간 유지돼야 할 가산제도는 현행 체계를 유지하되 최소화하며 일정 기간마다 재평가하여 존속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과, 소아과, 정신과 질환으로 입원한 환자에 대해 입원료 30%를 가산 하고 있는 제도는 외과계에 비해 내과계의 수익 구조가 취약하다는 판단하에 도입됐지만 현시점에서도 유효한지는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상대가치·환산지수·가산제도 한 틀속에서 운용·결정돼야”

신 연구위원은 궁극적으로 상대가치, 환산지수, 가산제도가 한 틀 속에서 운용되고 결정되는 수가 결정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연구위원은 “적정 수가를 도출하기 위한 첩경은 수가 결정 체계를 정상화 하는 것이다. 수가를 구성하는 상대가치, 환산지수, 가산제도가 그동안 각각 독립적으로 관리돼 적정 수가를 추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신 연구위원은 “수가 결정의 기준은 상대가치 체계이다”라며 “현재 행위 유형별, 비용 항목별 접근 방식에서 ‘의료기관 종별 (병원급, 의원, 치과, 한방, 약국)’ 차원을 추가해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유형별, 의료기관 종별 상대가치 총점의 비율을 고정해 행위별 상대가치의 불균형이 자원 배분의 왜곡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신 연구위원은 “환산지수도 인건비와 비인건비를 구분해 인건비는 소비자 물가인상률과, 비인건비는 의료이용량과 연계함으로써 두 부문의 특성을 반영한 계약체계가 필요하다. 전달 체계의 정상화 등 정책적 의지도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종별 가산제도를 개편해 고난도 중증 질환에 대한 상급종합병원 행위료는 대폭 인상하되, 경증 질환 행위료는 역방향으로 설계하는 등 수가 결정 체계를 상호 연동해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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