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진료 손해 없게 하겠다더니…정부 약속 안지켰다

손실보존율 상급종합병원 59%, 종합병원 36%, 병원 15%

복지부 "당초 계획대로 수가인상 이뤄질 것" 약속

지난해 8월부터 6개월간 '선택진료비 축소 정책'을 운영한 병원들이 이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선택진료비 축소에 따른 손실을 수가로 100% 보전하겠다던 정부의 약속과 달리, 보전률이 평균 37%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5일 대한병원협회‧한국병원경영연구원이 개최한 '선택진료제도의 합리적인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심포지엄'에서는 선택진료비 축소 정책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가득찼다. 복지부가 지난해 8월 시행한 1단계 축소안은 선택진료 비용을 15~50%(진료항목별)로 줄이는 것이다. 올해 8월부터는 선택진료 의사 수를 줄이는 2단계가 시행된다. 현재는 병원별 진료가능 의사의 80% 이내에서 선택진료 의사를 지정하지만 8월부터 진료과목별 65% 이내로 축소해야 하며, 내년부터는 30% 이내로 줄여야 한다.  

△이날 토론회에는 170여명이 참석해 선택진료 축소 정책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선택진료 안하던 병원까지 골고루 수가보전…하던 병원만 손해"

당시 복지부는 선택진료 손실분을 보전하기 위해 △1601개 항목 13~50% 수가 인상 △입원 중 협진진찰료 인정횟수 확대 △암환자 공동진료 △소아‧신생아 수술, 처치 가산 △특수마취 가산율 인상, 수가 인상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가 수가인상 총액을 손실분만으로 고정하면서, 수가 인상분이 비선택병원으로 분산돼 선택진료를 하던 병원의 손실보전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례로 선택진료 수입이 36% 감소한 세브란스병원은 수치상 103% 수가보전을 받아야 한다.

△고도전문수술, 처치, 기능검사 수가인상 69% △고도 중증환자 의료서비스 관련 수가보전 30% △7개 질병군 포괄수가 4% 인상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권영탁 사무국장(왼쪽 사진)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복잡한 수입보전 기준 때문에 자료요청에 따른 행정비용과 삭감이 발생하고, 인력·전산 등 수가 발생을 위한 투자 비용이 많이 든다. 100% 보전이 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과별 수입감소율 불균형이다. 과별 수입이 내과의 경우 15.6%, 산소계 8.8%, 안이계 11.8%, 치과 18.8% 감소한 반면 외과계와 피비계는 각각 7.3%, 19.9% 증가했다는 게 권 국장의 설명이다. 권 국장은 "특히 치과병원은 적자가 났다. 치과는 치과로 보상해야 하는데 내과로 보상한다"며 "수입 감소로 기피과 심화 및 전공의 수급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차의과대학교 지영건 교수(왼쪽 사진) 역시 수가보전이 전혀 안되는 상황을 직시했다.

지 교수에 따르면, 수가보전율은 상급종합병원 59%, 종합병원은 86%, 병원은 135%다. 하지만 선택진료 실시기관만 반영한 종합병원과 병원의 보전율은 36%, 15%에 불과하다. 평균 보전율이 37%인 것이다. 지 교수는 "수가인상분이 선택진료를 안하던 병원에 골고루 분산되면서 선택진료를 하던 병원의 손실 보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기존 선택진료 병원에는 충분히 보상하고, 하지 않던 병원에는 또 다른 재원을 통한 수가보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택진료 안하던 전문병원도 살게 해달라"

반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병원 관계자들은 기존 선택진료 비율이 적거나 하지 않던 병원에도 적정한 수가보장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세종병원(심장전문) 박진식 이사장(오른쪽 사진)은 "전문병원은 선택진료비 보상 및 종별가산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선택진료 자체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는데, 보상기준을 선택진료 총액을 기준으로 잡는 게 합리적인 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이사장은 "선택진료비를 많이 받던 대학병원은 흑자가 나는 상황에서 선택진료 손실비가 발생하지만 중소병원은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수가보전을 위해 선택진료를 시작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환자에게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해도 종별 수가 차이가 심하다"며 "의료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일관성 있는 기준을 선정해 기준에 도달한 의료기관에 동일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진호 예손병원장(관절전문) 역시 "병원 환자들의 평균 소득이 낮아 선택진료를 못하다가 이번에 시작했는데, 기존 손실분만 보전하겠다고 하면 우리같은 병원은 억울하다"며 "기존에 하지 않던 병원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피력했다.  

진료과목별 의사 수 축소 '역차별 심화'

올해부터 시행되는 '진료과목별' 의사 수 축소방안에 대한 개선 촉구 목소리도 높았다. 지영건 교수는 "환자의 선택초점이 진료과목이 아닌 진료영역으로 세분화되는 상황에서 선택진료의사 비율을 축소하면 환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역차별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흉부외과 3인의 전문의(심장, 폐, 혈관)가 있는 병원에서 심장 전문의만 선택진료 의사일 경우 심장병 환자는 폐/혈관 환자보다 선택권 없이, 무조건 선택진료비를 내야하는 것이다.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정책위원장(오른쪽)은 진료과목별로 의사수를 확정하면 진료과목의 인적 구성상태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개별 병원의 진료과목별 의사 수가 변동될 때마다 선택진료 의사 수도 지나치게 큰 영향을 받게 된다"며 "따라서 1단계 방식과 같이 산정비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거나 현행 병원별 선택진료 의사수 지정 방식을 유지하자"고 제안했다.  

복지부 "안하던 병원 때문에 손해 나는 일 없었다"

복지부는 패널들의 지적과 달리 선택진료를 하지 않던 병원 때문에 선택진료 병원이 손해나는 일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복지부 손영래 보험급여과장<오른쪽 사진>은 "모니터링 결과, 선택진료를 받지 않았던 병원으로 인한 보상률 축소는 없었다"며 "손실 및 수가보전 분포도를 분석한 모니터링 결과는 의료단체와 논의 후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 과장은 "당초 계획대로 수가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가장 큰 문제는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인 것 같다. 예상치 못하게 한쪽이 일방적 손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진료과목별 의사 수 축소와 관련해서는 "의사 수를 줄이는 방향은 유지하되, 줄이는 방법론(병원별 축소 등)에 대한 논의 여지는 있다"며 "다만, 의사 수를 80% 유지하고 진료비 비율만 줄이자는 제안은 검토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선택진료 # 보건복지부 # 대한병원협회 # 메디게이트뉴스

송연주 기자 ([email protected])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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