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의 모임인 소청과의사회와 한 번도 상의하지 않은 채 공무원 몇몇의 뜻대로 책상머리에서 일방적으로 달빛어린이병원제도를 시행했고, 그 결과 많은 문제점을 노출해 왔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15일 오전 기자회견을 자청해 복지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사건은 1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소청과의사회 사무실을 방문해 현장조사를 하면서 시작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소청과의사회가 달빛어린이병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기관들에게 사업 탈퇴 압력을 행사하고, 사업 참여를 방해했다는 민원에 따라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지: 보건복지부 제공
달빛어린이병원제도는 평일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휴일 오후 6시까지 소아환자를 진료하는 병원을 의미하며, 정부는 2014년 9월부터 이 제도를 시행해 왔다.
정부는 달빛어린이병원에 대해 연간 평균 1억 8천여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해 2015년까지 전국적으로 20개 의료기관을 지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소아청소년과의사회 등은 "달빛어린이병원은 아동병원 등 병원급 의료기관 위주로 운영될 수밖에 없으며, 주간에도 진료를 하기 때문에 이들이 대형마트 역할을 해 동네병원이 붕괴되는 등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의료기관들은 달빛어린이병원 신청을 부담스러워했고, 일부 지정탈퇴하면서 현재 전국적으로 11곳만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소청과의사회의 방해 때문에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의사회는 복지부가 처음부터 잘못 설계된 정책을 추진한 결과라고 맞서고 있다.
임현택 회장은 "복지부는 의료현장의 전문가인 소청과 전문의들과 지속가능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는 게 아니라 전문의들을 파렴치한 집단으로 매도하고, 거액의 혈세를 퍼주었다"고 맹비난했다.
특히 임 회장은 "복지부 담당 공무원들은 야간과 휴일 시간대 어린이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자신들의 업적과 승진, 책임회피에만 목을 메고 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어 임 회장은 "복지부는 몇몇 달빛어린이병원들이 지정을 반납하자 소청과의사회의 방해 때문이라고 강변하지만 실제로는 제도 자체가 실패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며 "복지부에 실현 가능한 제도로 다시 설계하자고 제안했지만 그들은 전적으로 무시했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현장 상황을 전혀 모르는 공무원 몇몇이 책상머리에 앉아 만든 탁상공론에 불과한 정책을 소청과 전문의들에게 강요해 온 것이라면서 "해당 공무원들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즉각 자진 사퇴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달빛어린이병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자 내년부터 '서울'을 포함한 전국에서, 소아과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사업을 확대해 시행할 방침이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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