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단결해 투쟁에 힘 보태자…의사들의 진료권 지키고 후배들에게 더 좋은 의료환경 물려줘야

[칼럼]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전라남도의사회장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의 단식 투쟁장에서 열린 상임이사회 

[메디게이트뉴스] 지난 7월 2일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국민들의 최선의 진료를 받을 권리와 의사들의 최선의 진료 환경 구축을 위해 삭발과 함께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최 회장이 벌써 단식한지 7일째를 맞고 있다. 

최 회장은 1년 전 정부의 일방적인 급진적 보장성 강화 정책(문재인 케어) 반대를 기치로 내세워 회원들의 비교적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이는 이해관계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직선제 민심의 결과였다. 최 회장은 동일한 맥락의 주장을 고수했으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당사자들의 모든 의견을 대변하기에는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최 회장의 단식 투쟁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현장에서 순수하게 활동하는 의료계 종사자들은 여전히 최 회장에 행보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의 합리적 주장대로 정부를 상대로 급진적 보장성 강화 정책의 재검토를 절실히 원하고 있다. 이는 미래 대한민국 보건의료와 국민 건강권이 걸린 문제를 바라보는 순수한 마음과 애국적인 관점에서의 ‘보편적 사고’이기 때문이다. 

사실 의료계는 어렵다고 말하지만, 어려움 해결을 위해 몸을 던졌던 인사는 별로 많지 않았다. 일부에게 조롱하는 듯한 말을 들으면서도 삭발 또는 단식을 하면서 정부 정책에 반대했던 의료계 인사가 그렇게 많이 떠오르지 않는 것은 씁쓸한 현실이다. 

어렵다고 말해도 행동으로 옮기긴 쉽지 않아…단식 투쟁은 무너지는 진료 환경 막기 위한 극약처방

정부는 의료계를 통제 관리하는 것이 목적이다. 의사들을 포함한 의료계는 이를 벗어나 국민과 의사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을 구축하고 환자들을 건강하게 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 

정부 역시 환자들을 건강하게 하겠다고 공언하지만, 그 방법은 적절한 비용을 들이는 대신 '제도'라는 억압적 방식을 통해 관리하고자 한다. 국민의 수는 많지만 의사의 수는 너무 적다. 의료계의 정당한 주장이 '집단이기주의'로 매도당하는 현실에서 의료계의 의견을 전달하는 데 한계가 많다.

따라서 의료계가 합리적인 주장을 펼친다면 때에 따라 단식투쟁과 같은 극약처방도 필요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무너지는 진료 환경이 국민들의 건강권을 훼손시키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투쟁을 하는데 있어서 반대라는 것은 투쟁에 득(得)이 될 수도 있고, 독(毒)이 될 수도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진심으로 회원들을 위한,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논리에 맞는 합리적인 의견 개진을 한다면 의료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의료계는 현재 확실한 목표가 있다. 만약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시행한다면 대부분의 의사는 급진적 보장성 강화 정책을 저지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답할 것이다. 이것은 누군가에게는 중요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모든 의료인 사이에서 함께 인식되고 있는 공통분모다. 

전문가인 의료인들의 의견이 무시된 채 일방통행하는 정부의 급진적 보장성 강화 정책은 분명 의사들이 가진 진료권을 박탈하는 환경을 만들 것이다. 그만큼 의료계에 매우 심각하고 중요한 사안이다. 

교과서적인 소신진료, 전문가로서의 합당한 대우,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 등을 물려주자 

의사들에게 ‘진료권’의 의미는 생명이나 자유처럼 본질적인 것이다. 생명이나 자유처럼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본질적 선물을 정부가 마음대로 처분한다는 것은 우리의 목숨을 빼앗는 것과 같다. 

생명이나 자유를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가치다. 하지만 이를 포기하게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판단하는 나라에서 예속을 강요하는 것이다. 어떤 비용으로도 이를 보상할 수 없으며, 이를 포기하는 것은 자연과 이성을 동시에 거스르게 만든다. 이에 따라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연과 이성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예속되지 않기 위해, 생명이나 자유와 같은 진료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이 투쟁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 땅에 있는 13만 의사 모두의 문제이므로 강력한 단결을 필요로 한다. 

목표와 이념이 다른 사람 사이에서 균형과 조화는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러나 의료계의 현실상 뚜렷한 동일한 목적과 목표 의식을 공유하고 있으므로 큰 틀에서 단결한다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이유로 디테일의 ‘악마’가 반대 목소리를 낼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이 큰 틀에서 조직화되지 않고 목소리에 그친다면 ‘단결’ 중요성이 우리에게 더 빨리 다가올 수도 있다. 

해야 하는 것을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안하는 것, 무의식중에 디테일의 악마의 속삭임에 빠져 해선 안되는 일을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아야 한다. 목표의식과 목적은 이성적인 누군가에 의해 정의될 수 있다. 그러나 '단결'은 누군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갖춰야할 공동 덕목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 모두는 선배의사로서 미래의 대한민국 의료를 이끌어 갈 우리의 아끼는 후배들인 전공의, 의과대학생들에게 교과서적인 소신진료, 전문가로서의 합당한 대우,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 등으로 지금보다 더 좋은 환경을 물려줘야 할 책임이 있지 않을까?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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