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고 싶은 메르스, 마지막 되짚기

메르스 환자 코호트 연구 최종보고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김두환 기자]
"환자 186명 / 사망 38명 / 치사율 20.4% / 격리 인원 16,693명 / 손실액 약10조 추정"
 
2년도 더 지난 메르스 사태가 남겼던 결과다.
보건을 책임지던 수장은 물러나야 했고, 우리나라 최고 병원 중 하나는 국민의 비난과 비웃음을 샀다.
메르스가 이런 표면적인 결과만 남긴 것은 아니다.
의료 현장에서 본 적도 없고 발음도 안 되던 '메르스' 환자와 맞닿았던 의료인은 숫자 이상의 박탈감을 느꼈고, 그 충격은 현재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메르스 유행은 우리나라 전체 보건방역시스템의 스트레스 테스트였다"
 
지난 26일 대한의학회 주최로 열린 '메르스 환자 코호트 연구 최종보고회'에선 의료인이 겪었던 교훈과 뒷얘기들, 그리고 메르스 환자를 2년간 추적했던 결과물에 관한 보고가 이어졌다. 
첫 연자로 나선 고려의대 김우주 교수는 "메르스는 단순히 감염병 준비뿐만 아니라 감염 관리에 대한 투자, 의료 전달 체계, 병문안 문화 등 의료 전체에 걸친 문제가 확연히 드러났다"며, "이전에 많이 지적됐는데도 평소 문제없다고 넘어간 게 드러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준비 부족', '초기 대응 실패',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부재'를 메르스 방역 실패 3대 원인으로 꼽고, "메르스 바이러스의 변이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전염 속도가 빠른 것도 아니었다"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는 5번의 슈퍼 감염(동일한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된 다른 개인보다 특별히 많은 이차접촉자를 감염시키는 것) 이벤트가 전체 환자의 83%를 발생시킨 일종의 '퍼펙트 스톰'이었다는 것
평소 관리하지 않던 잘못들이 모두 동시에 터진 재난을 비유한 것이다.
여기에 한 청중은 "늘 이런 감염은 있었고, 큰일 없이 넘어갔었다"라며, "메르스 사태는 우리가 막아내지 못했고, 우리 실력이 그냥 이 정도라고 알게 해 준 것이다"라는 소신을 밝혔다.
 
ⓒ메디게이트뉴스, 이윤성 대한의학회장

이윤성 대한의학회장은 메르스 사태 당시 방한한 WHO 마거릿 챈 사무총장 일화를 소개하며 "당시 총장이 우리 모두 메르스를 걱정하고 있을 때, 새로운 종류의 전염이 생기면 어떤 나라도 우왕좌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더라"며, "이런 사태가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하는 것보다 끝나고 나서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충고했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열심히 준비했는데 일이 안 터지면 예산 낭비라는 말을 듣고, 일이 터져도 뭐했냐고 비난받는다"라며, "최악은 열심히 준비해도 일이 터지는 거고, 최선은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아도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것이지만, 우리가 (그것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사회 수준에 맞게 방역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메르스 사태의 뒷얘기들
 
성균관의대 정두련 교수는 '응급실에서 메르스 유행의 역학 연구'라는 보고에서 몇가지 뒷얘기를 소개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가 벌어지기 전, 보건복지부는 아주 흥미로운 위기대응 훈련을 예정했다고 한다.
해외 신종감염병에 대비하고자 외국 환자의 국내 유입에 대응하는 훈련 시나리오를 계획한 것.
그 시나리오는 다름 아닌 중동의 메르스 환자가 국내에 들어와 감염을 일으키는 내용이었다.

이 시나리오의 훈련 예정일은 2015년 5월 20일.
바로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확진 후 보고되던 날이다.
정 교수는 슈퍼 감염자 중의 한 명이었던 소위 '14번 환자'와 관련한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당시 '14번 환자'는 확진 전 평택성모병원에서 전원된 후 확진 때까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머물며 8명의 의료인을 감염시켰다.
그러나 이 8명의 의료인 중 14번 환자를 직접 진료하거나 관리하던 담당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정 교수는 "다른 환자를 담당하던 의료인이 응급실에 왔다가 감염된 경우가 많았다"며, "오히려 (14번 환자의) 호흡기 증상 때문에 담당 의료인이 마스크로 방어를 잘 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메르스 환자 2년간 추적 관찰
 
1.메르스 회복기 환자의 임상상
-코호트 연구에 메르스 감염 생존자 148명 중 72명 참여
-불참자 중 10명은 폐기능 전화 평가
-1년 후 추적 평가에서 불참자 76명 중 한 명만 추가 참여
-폐기능은 1년 후 평가에서 급성기 감염이 중증일수록 감소가 심했고, 2년 후 추적검사 결과 약간 악화하는 경향
-6분 보행능은 1년 후 평가에서 정상인보다 떨어졌으나, 2년 후 평가에서 회복되는 경향
-흉부 CT에서는 섬유화가 가장 흔하게 관찰(53%, 35/66)됐고, 2년 후 평가에서 회복되는 경향 보임.
-신장 기능은 정상
 
2.메르스 회복기 환자의 정신건강
-12개월 추적 환자 63명 / 18개월 추적 환자 54명 / 24개월 추적 환자 52명
-메르스 후 24개월 차 시점 참여자(n=52)의 53.8%에서 한 가지 이상의 유의미한 정신건강문제 혹은 만성피로증후군을 갖고 있음
-외상후스트레스장애 27% / 우울증 15% / 불면증 15% / 불안증 5.8% / 자살 고위험군 1.9%로 나타남
-만성피로증후군이 36.5%에 달하고, 메르스로 인한 사망을 경험한 사람(n=8)의 병적애도군은 25%로 많은 관심을 필요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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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환 기자 ([email protected])진료하지 않는 가정의학과 의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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