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생물통계학자, 한방난임 논문 심사 거절하며 트위터에 한마디 "이것은 과학이 아니다(This is not science)"

한방난임연구 복지부 예산 6억2000만원 지원, 최종단계에서 SCI(E) 논문 한 편이상 게재 의무

의료계 "대조군 없고 임신성공률 턱없이 낮고 유산율은 높아,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 실패"

사진=Jack Wilkinson 트위터 캡처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영국의 한 학자가 한방난임사업과 관련한 논문 심사를 거절하며 “이것은 과학이 아니고 임상 연구도 아니다. 터무니 없는 연구(This is not science. This is not clinical research. This abstract is clearly ludicrous)”라고 트위터에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의 생물통계학자라고 밝힌 잭 윌킨슨(Jack Wilkinson)은 4일 에 “나는 이 논문을 검토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영국 맨체스터대의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주로 공중보건학, 헬스서비스, 일차의료 등의 분야를 연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윌킨슨은 “이 논문은 터무니 없다. 합리적인 연구 디자인으로 구성되지 않았다. 이 논문이 데스크에서 거절되지 않고 심사 의뢰가 온 것을 믿을 수 없다"라며 "결론은 어떤 식으로든 필요한 연구디자인을 따르지 않았다. 이것은 과학이 아니다. 이것은 임상 연구가 아니다. 이 논문을 검토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시간낭비일 뿐이다”라고 밝혔다.  

해당 저널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댓글에 논문 심사 비공개 원칙에 대한 지적이 있었으나 윌킨슨은 "사기꾼들이 자신의 업적을 쌓기 위해 비윤리적인 연구를 하는 것을 더 걱정해야 한다. 의심스러운 상태의 논문이 저널에 심사 의뢰온 자체가 의문"이라고 했다. 

과학계 관계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를 공개하면서 “한방난임 연구를 보면 대조군이 없다. 시범사업이라고 하더라도 난임 여성 기준 임신성공률이 대단히 낮아 일반인의 유산율과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라며 “한방난임 사업의 효과가 입증됐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과학중심의학연구원 강석하 원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방난임 논문 심사를 맡게 된 전문가가 너무 황당해서 트위터에 올렸다"라며 "정부가 한의학을 육성한다고 돈을 뿌리면 국민은 속고 국격은 추락한다. 한방 교수들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다고 논문을 낸 것을 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정말 모르나 보다”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4일 동국대 김동일 교수 연구팀은 보건복지부 한의약산업과의 연구용역으로 동국대 일산한방병원을 비롯한 3개 한방병원에서 2015년부터 2019년 5월까지 4년간 수행된 '한약(온경탕과 배락착상방) 투여 및 침구치료의 난임치료 효과규명을 위한 임상연구 결과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복지부 연구용역은 6억2000만원이 투입됐으며 최종과제 수행에서 반드시 SCI(E)급의 논문 1편이상에 게재해야 하는 조건이 달려있다. 

​연구팀은 원인불명 난임으로 진단된 만 20~44세 여성 100명을 대상으로 4월경주기 동안 한약과 침구 치료를 병행한 후 3주기 동안 임신여부를 관찰했다. 그 결과 전체 100명 중 중도 탈락한 10명을 제외한 90명 중 13명이 임신해 임신6주경 임신율은 14.4%였고 7명이 출산해 출산율은 7.78%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인공수정 임신율(13.9%)과 한방난임 치료(14.4%)의 유효성이 유사하다며 이를 근거로 한방난임 치료가 현대과학적 기준(근거중심의학)에서 검증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13명중에 7명이 출산에 성공해 53.8%의 임신유지율을 보였다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안전성과 유효성 입증에 실패한 연구"라며 일제히 쓴소리를 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이번 연구는 대조군도 없는 임상연구로 한방난임 치료의 유효성을 입증할 수 없다. 의학연구에서 특정 치료법의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한 표준 연구디자인은 무작위 대조 이중맹검 임상시험(RCT)이지만, 이번 연구는 대조군이 전혀 없는 비대조군, 비무작위배정, 비맹검 임상시험이었다. 이런 연구디자인으로는 한방난임 치료의 유효성을 전혀 입증해낼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연구책임자인 김동일 교수는 연구의 한계로 '난임 환자 진료의 윤리적 현실과 시간, 비용 등의 한계로 인해 대조군이 없는 전후비교 임상연구로 설계'한 점을 꼽았다. 이 해명은 연구가 실패하게 된 결정적 이유를 여실히 보여줄 뿐이다"라며 "또한 한방난임치료의 임신율(14.4%)이 너무나도 낮아 RCT를 해도 유효성이 있다고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인공수정 임신율과의 비교는 난센스다. 연구자는 뜬금없이 2016년 난임부부 지원사업에서 인공수정의 임상적 임신율(13.9%)과 한의약 난임치료(14.4%)의 유효성이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공수정은 1시술 주기당 임신율인 반면 임상연구는 7개 월경주기 동안의 누적 임신율이다. 제대로 비교하려면 1주기당 임신율이나 7주기당 누적 임신율로 단위를 일치시켜야 한다“라며 ”7주기 임신율 14.4%는 1주기당 임신율 1.6%에 해당한다. 따라서 한방난임 치료의 임신율은 인공수정의 임신율의 8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극히 저조한 성적"이라고 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아무런 치료를 시행하지 않고 6-8개월동안 자연임신시도를 하더라도 20~27%의 자연임신율이 보고돼왔다. 이번 보고서의 원인불명 난임환자에서 한방난임치료를 통한 임신율은 아무 치료를 하지 않는 것보다도 오히려 열등한 결과다. 100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케이스 시리즈에 해당하며 가장 하위 수준의 근거만 제시할 수 있다.  한방 난임치료가 근거중심 의학에서 검증됐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산부인과학회는 “2012년도 난임 부부 지원사업의 대상연령군과 나이 분포만 맞췄을 뿐, 어떤 방법으로 맞췄는지 알 수 없다. 환자군 선정을 세 기관에서 했는데 환자 선정 방법이 어떠했는지, 환자 수를 100명으로 산정한 기준은 무엇인지 등 연구 디자인에 대한 자세한 자료가 필요하다. 연령별 환자 분포를 맞췄다고 적합한 대조군이 될 수 없다”라며 “결론적으로 전향적으로 환자를 모집했을 뿐이고 근거수준이 매우 낮아 이번 연구를 통해 한방난임 치료가 검증됐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과학중심의학연구원은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임산부 중 절반(13명 중 6명)이 유산됐다는 결과다. 보건복지부가 난임치료에 관련해 2017년에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인공수정 시 자궁외 임신이 1%, 자연유산이 10~20%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이번 한방난임치료 연구결과에서는 13명 중 자궁외 임신 후 종결 1명(7.7%), 자연유산이 5명(38%)였다. 인공수정에 비해 세 배 가량 유산 위험이 높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는 6억2000만원이나 썼지만 대조군이 없는 연구이기 때문에 한의약 난임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한 무의미한 연구다. 다만 인공수정에 비해 유산 위험이 3배가량이나 높게 나타났다는 것은 한방치료가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따라서 한방난임치료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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