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복지법 시행 1년 후...치료 못받는 환자 어쩌나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한 법”...법적·제도적 지원이 ‘열쇠’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의료계의 우려 속에 전격 시행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 1년을 훌쩍 넘었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고충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건당국은 지난해 5월 30일부터 환자의 인권보호를 골자로 한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됐다. 정신건강복지법은 보호의무자 2인 입원동의, 서로 다른 의료기관의 정신건강복지법 2인 진단, 입원적합성 심사위원회 등 비자의 입원에 대한 심의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5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1년을 맞아 공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타의에 의한 비자의입원 비율은 37.1%로 법 시행 이전인 2016년 12월 31일 61.16%에 비해 24.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인해 비자의입원 비율이 통계상 감소하는 등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의료현장에서는 여전히 우려를 표하는 모습도 관측된다.

울산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안준호 교수는 “(정신건강복지법을 통해) 환자의 자·타해 위험성이 필수조건이 됐다”며 “자·타해 위험만으로 입원하면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치료를 받지 못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진료 현장에서 정신질환자에 대해 치료의 필요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타해 위험성이 모호한 경우, 환자의 동의가 없으면 치료를 할 수 없기에 적시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여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법이 시행됐다”며 “자·타해 위험 기준으로 엄격하게 제한해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늘어날수록 조현병 환자에 대한 인식이 안좋아지고 오히려 인권 침해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최근 정신질환자에 대한 제대로 된 인권보장을 위해 정신건강복지법 재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정신건강복지법 내에서 환자들의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전문의 2인 진단과 입원적합성 심사제도가 상호 모순적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입원 당시의 적합성을 평가하고 결정하는 시점이 입원 후 30일 이내라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타당하지 않으며 이미 2명의 전문의가 치료 필요성을 진단한 것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 또한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관계자는 “정신질환자의 인권 보장이 중요한데 정신건강복지법은 허점이 많은 법”이라며 “이중, 삼중으로 제도를 만들다보니 꼭 입원이 필요한 사람들은 치료를 못받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법 개정과 제도 개선 양면으로 노력해야 한다”며 “개정된 법이 잘 작동하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말”이라고 전했다.

이렇듯,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이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법의 장점, 단점 등을 잘 따져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는 데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커뮤니티케어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며 지역사회돌봄체계 확립이 중요해지고 있는 분위기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백종우 정신보건이사는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최근 조현병 관련 범죄 등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면서 편견의 목소리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이 크다”고 했다.

백 이사는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탈수용화가 시작됐다”며 “지금이라도 정신건강복지법 1년에 대해 돌아볼 시기가 있다. 법의 긍정적, 부정적인 점을 잘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백 이사는 “의료계뿐만 아니라 복지 분야 관계자,당사자, 보호자 등 다양한 분야 종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건강복지법 탈수용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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