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이 본 '의사 복장 권고' 논란

복지부 "협조해 달라" 의협 "의사 통제"



본 기사는 울산의대 본과 3학년 정성수 학생이 방학을 맞아 최근 2주간 메디게이트와 메디게이트뉴스에서 현장 실습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작성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감염관리를 위한 의료기관 복장 권고안을 마련해 의견조회에 들어갔다.

세부 지침사항은 ∆수술복 형태의 반팔 근무복 착용한다 ∆재킷 형태의 가운을 입고 넥타이는 착용하지 않는다 ∆장신구 착용을 자제하고, 머리 모양은 단정하게 처리한다 등이다.

2015년 메르스 유행은 의료기관 감염관리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고, 의료진의 가운, 넥타이 등의 전통적 복장이 감염 관리에 불리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왔다.

청결함과 격식, 권위의 상징인 흰 가운의 긴 소매와 넥타이가 병원 내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 국내외에서 잇따라 제기되고 있으며, 의료기관 일부 종사자가 근무복을 착용한 채 외출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일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주현 대변인. ⓒ메디게이트뉴스

보건복지부의 복장 권고안에 대한의사협회 김주현 대변인은 최근 기자브리핑에서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감염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으며 특히 의료기관에서 감염원을 최소화한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감염을 초래하는 다양한 원인 중 '의료기관 종사자의 복장'을 통한 감염이 어느 정도 발생하는지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권고문을 제정하는 것은 감염발생의 주원인이 마치 의료인의 복장 미준수 및 위생 불량에서 기인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복지부 권고안은 진료과, ž질환, ž의료기관 규모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천편일률적인 지침이며, 이는 의료기관 종사자를 국가 통제 아래 두겠다는 전체주의적 사고에서 말미암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미 의료인의 책무로서 감염병 예방에 최선을 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복장과 헤어스타일, 장신구 착용까지 권고하는 것은 필요 이상의 규제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권고문은 권고일 뿐 강제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권고 내용을 어겨도 처벌할 수 없다며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러면서 감염 예방 차원이라는 취지에서 의료계가 협조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의료진들의 복장을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왔다.

국내에서는 충북대병원, 대전 건양대병원 등을 중심으로 긴 가운을 대신 짧은 가운을 착용하고, 기존의 넥타이를 나비넥타이 차림으로 대체했다.

이에 대해 환자들은 환영했다. 권위적이고 딱딱한 이미지의 의사들이 나비넥타이를 매니 친근하게 느껴지고 더 친절해진 느낌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의사들 또한 재킷형 짧은 가운은 활동성과 편의성이 좋고, 실용적이라고 평가했다.

충북대병원 한정호(소화기내과) 교수는 "짧은 가운, 나비넥타이 등이 환자들을 감염에서 보호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검증된 만큼 새로운 전환으로 받아들여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고대 구로병원 김우주(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직위에 따른 복장과 외모, 타이틀을 중시하는 나라에서 감염예방을 위해 의사의 복장을 변화시키려면 의사들의 인식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병원 감염은 100% 완벽하게 없앨 수는 없기 때문에 얼마나 최선을 다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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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기자 정성수(울산의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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